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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2구역, ‘조합장 선거’ 한달 밀리며 내부갈등 격화

대우건설과 본 계약 앞두고 현 조합장 임기 만료
일부 조합원, 선관위 독립성·전자투표 여부 등 의혹 제기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지 전경. [사진 민보름기자]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지난해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과 본 계약을 준비 중인 한남뉴타운(한남재정비촉진구역) 2구역이 또 다시 내부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조합장 선거 일정부터 선거 준비과정 전반을 둘러싸고 일부 조합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5일 ‘이코노미스트’ 취재에 따르면 이달로 예정됐던 한남2구역재개발 정기총회는 다음달 20일로 약 한 달간 연기됐다. 이번 정기총회에선 조합장 등 임원 선거와 조합 예산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보궐로 선출된 이명화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 임원 임기가 1년여에 불과해 열리게 되는 이번 선거는 한남2구역 조합이 설립된 이래 두 번째 조합장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며 더욱 관심을 불러 모았다. 지난 2월 김재천 감사 등 조합원 102명이 서울시 소관부서에 현 조합장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해당 신고서에는 마감재와 협력업체 선정, 임원선거 등에 대한 의혹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합 행정에 따라 임원선거가 계획보다 연기되자, 갈등이 더욱 격화하는 분위기다. 이 조합장은 “선거관리위원회에 개입한 적이 없으며 조합원 의견을 두루 반영해 법과 절차에 따라 업무를 진행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정관·법규 자의적 해석, 조합에 손해되나

한남2구역 일부 조합원들에 따르면 선거일정은 선관위 구성을 서둘러 달라는 조합원들의 요구에도 조합이 일정을 진행하지 않은 데다 선거관리위원 선정의 공이 구청으로 넘어가면서 예상보다 늦어졌다. 조합 정관에서 선관위원은 이사회에서 선출하며 예외조항으로 “다만 후보자가 정수이상 등록된 경우로서 대의원회 또는 선거인의 10분의 1 이상의 요청이 있는 경우 선관위원 선임을 구청장에게 의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조합은 이사회 선출이 아닌 예외조항에 따른 ‘대의원 의결 후 구청 선출’ 방식에 따라 선관위원을 뽑기로 결정했다. 결국 대의원 의결 이후 구청의 행정 절차가 이어지며 선관위원 선임 일정이 밀리게 됐다. 한 한남2구역 조합원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선관위원들을) 선임 및 구성하면 될 것을 강제성이 없는 ‘구청장에게 의뢰할 수 있다’는 단서를 가지고 긴급 대의원회를 소집해 구청장 의뢰까지 갔다”면서 “보궐이 아닌 본 선거를 통해 임기가 탄탄한 리더십을 세우고 대우건설과 본 계약 협상을 할 수 있는 기간을 한 달간 허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조합장은 “선거 일정은 선관위 공식 회의에서 정해진 것으로 조합과 직접 관련이 없다”면서 “이사회에서 선관위원을 선임하는 방식에 일부 대의원이 반대를 하면서 서울시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구청에 추첨을 요청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 같은 절차는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표준선거관리규정’에도 명시됐지만 업계에선 해당 규정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법조인은 “판례에 따르면 서울시 표준선거관리규정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정관에 따라 자체 규정을 정해서 운영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선관위·투표 운영에 공정성 문제 제기돼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성과 선거 방식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선거에 대해 조합의 간섭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선관위 공식회의에서는 조합 사무국장이 사회를 보려 하다가 일부 선관위원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선관위 사무보조원 역시 채용공고에서 선관위가 아닌 조합이 채용 주체로 명시돼 있다. 이는 선관위 업무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선관위로 지원 신청 및 채용 문의를 받는 다른 정비사업 사례와 대조된다. 

일각에서 해외거주자를 비롯해 더 많은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측면에서 전자투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용산구청의 답변에 대해서도 현 조합과 반대 조합원들 간 주장이 엇갈린다. 

조합은 용산구청에 문의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제 45조 8항에 의거한 전자투표는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아 이 내용을 조합원에게 전체 문자로 배포한 바 있다. 이 조합장은 현재 코로나 재난 상황이 아닌 데다, 조합은 이미 선관위에서 전자투표가 불가하다고 결정한 부분에 대해 대의원회 등의 의결을 받기 위해 용산구에 단순 문의를 한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이 질의 내용에서 ‘코로나19 등 재난상황’ 시에 한정된 해당 법 조항으로 범위를 좁혀 특정 답변을 유도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용산구청 역시 도정법과 상관 없이 특례조항에 따라 우편투표, 직접 참석과 전자투표 병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조합원은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조합이 선관위 업무에 적극 개입하는 듯한 일이 자주 일어나면서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면서 “조합장이 재선을 해야 하는 당사자인 데다 외부인 참여도가 높은 전자투표는 동네 토박이인 조합장에게 불리할 수 있어 한남2구역에서 전자투표 도입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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