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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 입은 해리포터?”...가짜 세상 속 인간의 역할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인공지능 시대와 영상의 미래...창조적 질문으로 주문하는 건 인간 몫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가짜 발렌시아가 패션쇼 밈영상. [사진 유튜브 화면캡처]
[허태윤 칼럼니스트] 프랑스 명품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가짜 패션쇼 밈(재밌는 말과 행동을 온라인상에서 모방한 콘텐츠)이 화제다. 영화 ‘해리포터’의 등장인물 10명에게 발렌시아가 스타일의 옷을 입히고 패션모델로 등장시킨  것이다. 그것도 오로지 인공지능 힘을 빌려 단 한 컷의 촬영도 없이 만들었는데, 이는 3주 만에 유튜브에서 600만에 가까운 조회수(4월 9일 기준)를 기록했다.

이 영상은 데몬플라잉폭스라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4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했다. 제작 과정은 이렇다. 우선 챗 GPT를 사용했다. 데몬플라잉폭스는 챗 GPT에게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10명의 등장인물을 뽑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 등장인물에게 발렌시아가풍의 옷을 입히기 위해 챗 GPT에 기발한 질문을 했다. 

“20년 경력의 발렌시아가 패션 디자이너라고 생각하고 10명의 해리포터 등장인물에게 발렌시아가의 독특한 옷을 입히고, 패션쇼가 될 수 있도록 하면서 각 등장인물과 스타일링을 기술하라. 그런데 이 패션쇼는 1990년대라는 걸 명심할 것.”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가짜 발렌시아가 패션쇼 밈영상. [사진 유튜브 화면캡처]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가짜 발렌시아가 패션쇼 밈영상. [사진 유튜브 화면캡처]
이런 질문에 의해 챗 GPT는 단 몇 초 만에 각 등장인물의 스타일링을 상세하게 묘사를 했고 이것을 그대로 복사해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인 미드저니에 붙여 넣었다. 여기서 만들어진 발렌시아가 스타일의 해리포터 등장인물은 딥페이크(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에 의해 실제 사람 모습처럼 만들어진다. 그리고 등장인물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 음성을 MP3 파일로 다운을 받고 일레븐랩스라는 인공지능 기반 음성생성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대사를 등장인물의 음성으로 전환했다. 끝으로 등장인물의 애니메이션을 위해 디아이디라는 프로그램으로 앞서 언급한 미드저니에서 생성한 딥페이크 이미지와 일레븐랩스에서 만든 음성파일을 합쳐 영상을 완성했다. 

만들어진 영상은 기존 발렌시아가 패션쇼 영상에 등장하는 모델에 딥페이크를 적용해, 해리포터는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볼이 움푹 파인 패션 모델 같은 이미지로 변환돼 원래 영화 속 이미지와는 다소 다르지만, 누가 봐도 성인이 된 해리포터다. 아동 대상의 판타지 영화로 순수한 이미지의 해리포터가 차가운 성인 취향의 발렌시아가 이미지와 결합되어 낯설지만 새로운 이미지를 나타낸다. 심지어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에 우려를 표한 일론머스크 조차 트위터에 이모티콘으로 감동을 표현했을 정도다.

변화 준비하는 디지털 영상 마케팅 
인공지능 기술로 가짜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사진 게티이미지]
발렌시아가 해리포터 패션쇼 밈영상은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새로움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다만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누구나 영상과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했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디지털 영상 마케팅에서 앞으로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을 보여줬다. 

우선 챗 GPT와 같은 생성형 AI에게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부분은 디지털 영상뿐 아니라 모든 분야야 마찬가지지만)이 필요하다. 매우 구체적인 질문일수록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지식을 편집하고 최적의 해법을 제안하는 대화형 인공지능의 특성상, 원하는 것에 가까운 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생각 속도가 제작 속도인 시대가 됐다. 과거 수일, 혹은 수주가 걸리던 작업이 이제는 생각 속도만큼 빠른 시간에 완성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또 지금껏 밈영상은 질이 다소 떨어 지거나 설명적 영상이 많았지만, 다양한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은 밈영상의 질적인 부분에 대한 노력도 덜어주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 혹은 시장상황의 변화에 대응하는 커뮤니케이션 측면의 반응속도 또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가 될 것이다.

세 번째 일반인도 영상 전문가 수준의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고 인터넷에 널려있는 수준 높은 영상 데이터 베이스가 있다 보니, 아이디어만 있으면 세계적인 감독 수준의 영상 제작이 가능해진다. 즉 제작 기술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개인 차원에서는 컴퓨터를 다루듯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스킬도 매우 중요해진다. 

가짜 뉴스 생성하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전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경찰에 체포되는 가짜 이미지. [사진 트위터 화면캡처]
그러나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가짜 뉴스 생성 폐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얼마 전, 전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가 경찰에 체포되는 이미지가 인터넷상에 유포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이미지는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인 미드저니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알졌다. 연금개혁으로 프랑스 국내에서 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도 같은 경우로 곤욕을 치렀다. 마크롱이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거리에서 진압경찰과 시위대 사이를 질주하는 가짜 사진이 유포된 바 있다. 

선정적이고 대중의 관심을 끄는 이미지 조작도 빠른 속도로 쉽게 일어난다. 문제는 사후에 가짜나 조작으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이미 만들어진 대중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또 들어 간다는 것이다. 결과물이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누구나 즉각적으로 쉽게 파악하고 공유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결과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노력의 질과 양을 효율화 시켜준다. 그만큼 인간이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생각하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또 인간은 자신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컴퓨터와 인공지능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불편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더 훌륭한 결과를 얻어 내기 위한 창조적 질문을 만드는 것이 바로 사람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소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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