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發 ‘챗GPT 유출’ 우려, 네이버 먼저 알았다…카카오는 늑장 대응
“대외비 정보 입력 금지”…챗GPT 오남용 주의 나선 대기업
네이버, 2월부터 ‘안전 사용’ 강조…별도 사내 교육도 실시
카카오, 타사 유출 사고 내용 확인 후 ‘가이드라인’ 제작 착수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네이버·카카오가 ‘챗GPT(ChatGPT) 정보 유출’ 구조에 대응한 방법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네이버는 챗GPT를 통해 사내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구조를 파악, 선제적으로 안전망을 마련했다. 챗GPT 오남용에 따른 기업 정보 유출 이슈가 국내에 불거지기 전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보안에 유의해 사용’을 강조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카카오는 타 기업의 정보 유출 사고가 알려진 후에야 ‘챗GPT 사용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카카오는 현재 한국형 초대규모 인공지능(AI)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챗GPT 등장에 맞춰 각 사 특화 서비스인 포털과 메신저에 적합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능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챗GPT를 통해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행태를 여타 기업보다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카카오는 그런데도 보안 정책 시행에 있어 다소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가 네이버와 함께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지만, 대응 방안에선 사뭇 대조된다는 업계 평가가 나온다. 다만 양사 모두 지금까지 챗GPT를 통한 사내 정보 유출 사고 사례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LG·SK ‘챗GPT 사용’ 주의보
1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챗GPT 오남용 주의’를 사내 공지를 통해 알리고 있다. 챗GPT에 입력된 질문 내용은 개발사인 오픈AI(OpenAI) 서버에 전송된다. 오픈AI 임직원이 저장된 질문 내용을 확인하고, 학습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다. 챗GPT에 소스 코드나 기업 운영 등을 질문으로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외부에 사내 정보가 유출되는 구조다.
챗GPT의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된 시점은 지난해 12월. 문서 작성 등의 업무에 챗GPT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기업별로 안전망을 마련하고 있다. 대응 방안은 크게 ▲사내 사용 전면 금지 ▲사내 사용을 허가하되 보안에 주의 ▲사내 안전망 마련 후 사용 허가 검토 등으로 나뉜다.
챗GPT 오남용에 대한 안전망 마련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에서 ‘설비정보 유출’ 2건과 ‘회의내용 유출’ 1건의 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대외에 알려지며 확산하고 있다. 본지가 지난 3월 30일 삼성전자 반도체 정보가 챗GPT를 통해 유출됐다는 점을 단독 보도한 후 대기업 중심으로 사내 공지 등을 통해 사용 주의를 환기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유출 사고 인지 후 챗GPT 질문당 업로드 용량을 1024바이트로 제한하는 등의 ‘긴급조치’ 사항을 적용했다. 챗GPT 사내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모바일과 가전) 부문은 사용 지침을 마련 중이다. DX 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챗GPT 사용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최근 마무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용 허가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
LG전자·현대자동차는 챗GPT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최근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사용 주의를 환기했다. 두 기업 모두 4월 초 “사내 주요 정보와 고객 정보를 챗GPT에 입력하지 말라”는 내용을 공지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사내 정보 보호와 유출 방지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포스코는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서만 챗GPT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SK하이닉스는 기본적으로 챗GPT 사내 사용을 막고 있지만, 필요할 경우 별도 신청을 통해 이용이 가능하다.
선제 조치한 네이버, 이제 대응 나선 카카오
국가 기밀 정보로도 묶이는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최근 챗GPT 오남용 경계를 높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미 운영 중인 정보 보안 규정으로도 챗GPT 사용에 따른 기밀 유출에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단 입장이다. 그런데도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 서비스의 확산으로 정보 유출 사고가 나타나자 안전망 마련에 나섰다. 일부 기업에선 챗GPT에 ‘올려도 되는 정보’와 ‘입력하지 말아야 하는 정보’를 세부적으로 지정하는 식의 가이드라인도 제작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 같은 대응이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하기 전부터 챗GPT 오남용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왔다. 회사는 지난 2월 24일 사내 공지를 통해 기존 ‘정보 보안 관리 지침’과 ‘문서 관리 가이드라인’ 내용을 공유하고 “보안 정책에 따라 외부 서버에 데이터가 저장되는 형태의 서비스는 업무 목적으로 사용을 금지한다”고 안내한 바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개발·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구성원이 챗GPT를 적극적으로 활용 중인데, 해당 직원 모두 업무 특성상 챗GPT를 통한 정보 유출 구조를 서비스 등장 때부터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별도 공지를 통해 주의를 환기 이유는 구성원 모두가 챗GPT의 유출 구조를 상기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혹시 모를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내 공지를 진행하고, 별도의 교육도 시행했다. 챗GPT 서비스 구조상 정보 유출이 빈번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 선제 대응에 나선 셈이다.
네이버가 그간 플랫폼을 구축·운영하며 제작한 소스 코드 등의 정보엔 기업 노하우가 녹아들어 있다. 챗GPT에 대응하는 한국 특화 AI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정보가 오픈AI에 유출될 경우, 직접적인 사업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네이버는 다만 챗GPT 사용과 관련한 별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을 방침이다. 현재 도입해 운영 중인 정보 보안 관리 지침으로도 챗GPT 오남용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카카오는 사내 공지 등을 통해 챗GPT 오남용 주의를 알리지 않았다. 다만 기존에 마련한 ‘대외비 정보 활용 불가’ 원칙으론 대응이 미흡할 수 있어 세부 가이드라인 수립 절차를 시작했다. 챗GPT에 대응하는 서비스 마련은 물론 사업 진출 영역이 네이버와 유사하다. 그러나 보안 지침 마련이 늦어지는 등 정책 운영에 부족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네이버·카카오는 ‘챗GPT 열풍’에 대응해 자사 AI 모델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챗GPT는 초대규모 AI 모델 GPT-4를 통해 구축됐다. 양사는 GPT-4와 대응하는 자체 AI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네이버에선 최근 AI 관련 조직을 통합한 ‘네이버클라우드’가, 카카오는 AI 전문 연구 계열사 카카오브레인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는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 X’(HyperCLOVA X)를 오는 7월 출시할 방침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한 모델로 세상에 나온다. 네이버는 또 올 상반기 내로 상향된 검색 경험 제공을 목표로 ‘서치GPT’(SearchGPT·차세대 검색 기술 개발 프로젝트명)를 선보일 방침이다. 카카오 역시 ‘코(Ko)GPT’란 초대규모 AI 모델을 구축, 연내 ▲챗봇 서비스 출시 ▲헬스케어 AI 판독 서비스 ▲신약 개발 AI 접목 사업 추진 등을 진행한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 모두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만큼 사내 구성원 대다수가 챗GPT나 코파일럿(AI 코드 작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기업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와 별개로 ‘유출을 사전에 방지했느냐’란 점은 향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안전망이다. 또 사용 주의 환기하면서 사고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내 구성원과의 챗GPT 사용 주의 소통 여부가 갈린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기업 경영 능력 차이로 인해 발생한 현상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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