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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대체 무슨 뜻이야”…별난 이름 ‘187168’ ‘말벌 100km’ ‘여우야’ [망했어요]

암호야? 이름이야? 기능성 음료 ‘187168’
하루에 100Km 나는 말벌 콘셉 ‘말벌100km’
과일·야채향 저칼로리 식이음료 ‘여우야’
‘내용 연상 어려워’ ...출시 5년 채 안돼 단종

배우 고준희가 출연한 ‘187168(일팔칠일육팔)’ 음료 TV CF 장면. [사진 유튜브 및 코카콜라음료]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기업들이 핵심 마케팅 요소 중 하나로 꼽는 것이 바로 ‘얼마나 더 좋은 이름’을 짓느냐다. 하루에도 수 백개씩 신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잘 만들어진 이름’ 하나는 제품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식·음료업계에선 제품 특징을 한눈에 드러내면서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튀는 이름 짓기(네이밍·Naming)’ 열풍에 한창이었다. 대표적으로 마치 암호를 뜻하는 이름의 ‘187168(일팔칠일육팔)’ 음료가 있었다. 한국코카콜라가 지난 2006년 성장기 청소년을 주고객 층을 대상으로 내놓은 기능성 음료 ‘187168’이다.

“키야 더 커라” 빌며 원샷하던 그 음료수 ‘187168’

‘187168’이라는 제품명은 국내 청소년들이 가장 원하는 키가 남자 187㎝, 여자 168㎝라는 조사 결과에 착안해 개발됐다. 아미노산과 칼슘 등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소와 요구르트 향의 맛을 첨가한 이 제품은 ‘마시기만 하면 키가 커진다’라는 마케팅으로 성장기에 접어든 청소년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출시 초기 당시 월 6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름이 너무 길고 관련 내용과의 연상이 어려워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한국마케팅연구원에 따르면 숫자 마케팅이 효과를 보려면 4자리 이하의 숫자여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심리학에서 인간의 단기기억 용량의 한계를 숫자 7개로 본다는 결과가 있다. 여기에 당시 음료업체들이 너도나도 아미노산 음료를 앞다퉈 출시, 기능성 음료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결국 ‘187168’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187168’ ‘말벌 100km’ 광고. [사진 유튜브 광고화면 캡처]

말벌이 하루에 100km 날아간다...무리수 콘셉으로 단종


롯데칠성음료이 지난 2002년 출시한 기능성혼합음료 ‘말벌100km’ 제품도 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20대 남성을 겨냥해 인체에 필요한 총 12종의 아미노산(필수아미노산 8종과 비필수아미노산 4종)을 함유한 기능성음료로 출시됐다. 제품명은 말벌이 하루에 100km 날아간다는 콘셉에 착안해 지어졌다. 

롯데칠성은 제품홍보를 위해 TV광고 뿐 아니라 게임 제작, 퀴즈행사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도했다. 하지만 제품명과 내용 연상이 어려운데다, ‘너무 튀는’ 콘셉의 이름으로 단종 수순을 밟게 됐다. 

‘187168(일팔칠일육팔)’, ‘말벌100km’ 제품 이미지. [사진 각 사]

여우 마케팅 ‘여심’ 저격...마시는 샐러드 ‘여우야’


여우 마케팅을 내세운 식이음료 ‘여우야’ 제품도 있다. 남양유업이 2002년 출시한 ‘마시는 샐러드, 여우야’이다. 여우야의 한자어는 ‘女友野’. 여자의 친구는 야채란 뜻이다.

탄산음료나 단맛이 나는 음료를 싫어하는 젊은 여성층을 겨냥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은은한 과일과 야채향과 저칼로리 제품이면서도 우리 몸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C-B6, 식이섬유를 함유한 제품 특징 때문에 미용식으로 호응이 높았다. 당시 TV CF에 배우 김정화를 출연시키며 건강과 다이어트를 중시하던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마케팅 등 다양한 홍보전략을 펼쳤다. 

이후에는 음료에 이어 콜라겐 성분을 함유한 과즙 젤리음료 ‘여우야 콜라겐’을 출시, 인기 제품으로 등극하는가 했지만 출시 5년여 만에 단종됐다. 아직까지도 미용 대용 음료로 기억하는 소비자가 많아, 상품 재출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재출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는 식음료업계 전반적으로 특이한 이름을 짓는 유행이 있었다”라며 “당시 유행에 따라 여러 특이 콘셉과 이름의 제품들이 나왔지만 결국 대부분 반짝 인기를 끌고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남양유업이 2002년 출시한 ‘마시는 샐러드, 여우야’. [사진 유튜브 영상 및 남양유업] 

일각에선 소비자들에게 상품 가치를 납득시키지 못하는 이름은 제품의 시장 안착 여부에 전혀 도움이 되지못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트나 편의점 등 매장 매대에 진열돼있는 수많은 상품들은 소비자들에게 존재감을 부각하고 인식시켜야만 선택될 수 있다”며 “그래서 대부분 차별화된 시각적 요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이름을 달고 있거나 상품의 가치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만다”며 “제품을 출시할 때 절대 잊어선 안될 것은 과도한 마케팅을 떠나 제품의 이름은 ‘무엇을 말할 것인지’,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왜 그것을 말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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