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봐도 EXR 스럽다”…캐포츠의 시초, ‘EXR’ 흥망성쇠 [망했어요]
성우하이텍 모회사, 2001년 설립...캐포츠 열풍
설립 3년만에 매출 1200억원 달성, 2030 트레이닝 열풍
치열한 패션 시장 경쟁에 2016년 브랜드 철수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스포츠웨어’는 언제부턴가 우리 대부분이 하나씩은 갖고 있는 ‘일상템’이 됐다. '스포츠웨어(Sports wear)'의 사전적 의미는 운동하기에 적합하고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옷으로, 이제는 운동용이라는 용도를 벗어나, 일상생활 전반으로 그 착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스포츠웨어룩의 원조격이자 전국적으로 유행을 일으킨 주인공이 있다. ‘캐포츠(캐릭터 스포츠+캐주얼)’라는 개념으로도 승승장구했던 국내 토종 스포츠 브랜드 ‘EXR’이다. ‘EXR’은 자동차 부품회사인 성우하이텍을 모회사로 2001년 국내 토종 스포츠 브랜드로 설립됐다.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의 처남인 민복기 현 카파코리아 대표이사가 자금 지원을 받아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다.
‘EXR’이 설립된 2000년대 초반 당시만 해도 국내 패션업계는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빠른 트렌드의 변화와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경쟁하고 매년 100개의 스포츠 브랜드들이 새로 쏟아지며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이러한 가운데 EXR은 기존의 국내 스포츠브랜드들이 지향하던 것보다 좀 더 새롭고 독특함을 추구하면서도 ‘기능성’과 ‘디자인’ 두가지 차원 모두를 섭렵하며 ‘캐포츠(CAPORTS)’라는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캐포츠’란 ‘캐릭터 스포츠 캐쥬얼(Character Sports Casual)’의 합성어로 스포츠의 활동성과 기능성, 캐주얼의 편안함과 자유로움에 고감도 캐릭터가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패션라이프스타일이다. 덕분에 당시 소비자들에게 ‘EXR’하면 ‘캐포츠’, ‘캐포츠’하면 ‘EXR’이란 인지도가 생겨났고, 당시 레드오션이었던 패션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당시 ‘웰빙’ 열풍 덕도 있었다. ‘웰빙(Well-being)’은 원래 복지나 행복의 정도를 의미하지만, 특정한 생활 방식을 가리키는 유행어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 당시 기거의 모든 제품에는 ‘웰빙’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는데 패션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이르는 말로 전국적으로 날씬하고 건강한 몸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에 자연스럽게 스포츠 활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자, ‘스포츠웨어룩’을 내세운 ‘EXR’ 브랜드도 급성장했다.
그 결과 ‘EXR’은 2002년 1월 압구정 갤러리아 패션관 런칭 후 약 1년 만이 2003년 8월 전국 매장 수 100개를 달성, 2004년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며 설립 3년 만에 매출 1200억원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이후 2006년에는 런칭 4년 만에 일본시장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로의 초석도 다졌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국내 패션업계에서 보기드문 급속한 성장했던 사례”라며 “소비자 니즈에 기초한 브랜드 자산을 수립하려는 전략이 ‘EXR’의 성공에 결정적인 열쇠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EXR’은 캐포츠 트렌드만으로 브랜드의 성장세를 유지할 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캐포츠 트렌드에 진부함을 느낀 소비자들이 타 브랜드로 소비를 옮겨갔다. 또 EXR과 유사한 콘셉트와 상품 구성력을 앞세운 스포티즘 캐주얼 브랜드의 공세도 이어졌다. 2004년 1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던 EXR의 2014년 800억원대까지 급감했다. 이후 브랜드의 이미지 노후화, 경쟁 심화로 인해 매출 회복 기미가 나타나지 않자 결국 2016년 브랜드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 철수를 결정한 지 약 1년여 후인 2017년에 홈쇼핑으로 상품을 다시 판매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중국 시장 진출도 다시 꾀했으나, 지지부지한 매출에 결국 이마저도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EXR의 제품들은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일부 제품만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웨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등장하자 소비자들 역시 매년 새롭고 고급화·다양화까지 어우러진 스포츠웨어룩을 찾고 있다”며 “매년 트렌드가 달라지고 경쟁 역시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 아무리 승승장구해오던 브랜드라도 몰락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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