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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지은 아파트’ 머지 않았다…위험한 곳엔 사람 대신 투입

[건설에 첨단을 입히다] ① 로봇기술, 중대재해법·인력고령화 문제 해법으로 부상
BIM·클라우드로 시공 속도·품질 잡는다

삼성물산이 개발한 엑세스 플로어 시공 로봇. 이 로봇은 반도체 공장이나 클린룸, 데이터센터의 전산실 등에 투입되어 무게 10kg에 달하는 상부 패널을 스스로 움직이며 설치한다. [사진 삼성물산]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최근 급격한 건설 현장인력 고령화 현상과 더불어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면서 고민에 빠진 건설업계가 첨단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짧은 공사기한, 낮은 공사비, 변화가 잦은 날씨 등 국내 건설 환경 상 선진국 같은 현장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설업종이 가장 많은 산업재해를 발생시키며 오랫동안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남아있던 데는 이 같은 한계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일부 공정에 인력 대신 기계를 투입하고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시공과정을 효율화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 로봇, 고위험 작업 ‘척척’

최근 건설현장에선 위험도가 높은 작업에 이미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이 같은 작업 대부분은 인력이 투입되기에는 사고 위험이 높거나 시공 난이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년 국토교통부 종합시공능력평가 1위, 2위를 각각 차지하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은 건설 로봇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부터 일찍이 전문조직을 설립한 현대건설은 이미 무인시공 로봇을 개발해 천장 드릴 타공 작업에 투입중이다. 삼성물산도 2022년 건설로보틱스팀을 신설해 엑세스플로어(이중바닥) 설치, 앵커시공, 드릴 타공 등 다양한 분야에 로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2년 스마트건설 챌린지에서 ‘건설용 앵커 로봇’으로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의 인공지능 안전 로봇 ‘스팟’이 터널 공사현장에 투입돼 장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현대건설]

양사는 국내 건설로봇 분야 생태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지난 11일 건설 로봇 분야 에코 시스템 구축 및 공동 연구 개발에 대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양사는 상대 기업이 개발한 로봇을 자사 현장에 투입하고 로봇 및 사물인터넷(IoT) 어플 개발 시 유사기술에 중복 투자하지 않도록 상시 연구개발 협력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다른 건설사와 로봇개발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건설 로봇 연합체를 구축해 관련 분야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복안이다. 

반도건설은 현장에서 로봇 기반 3D(3차원) 프린터를 활용한 시공을 선보이기도 했다. 반도건설은 지난달 대구광역시 서구 소재 ‘서대구역 반도유보라 센텀’ 현장에서 로봇 3D프린터로 조형 벽체구조물을 시공했다. 건축 3D프린팅 기술은 거푸집에 콘크리트나 시멘트를 부어 구조체를 만드는 기존 건설 방식 대비 비용이 20% 저렴하고 공사기간도 30% 가량 단축할 수 있다. 기존 방식보다 복잡하고 독특한 디자인도 구현이 가능하다.

첨단 건설 핵심은 3차원 도면

이 같은 첨단 건설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 핵심으로 꼽히는 분야가 바로 설계도면을 3D로 구현하는 빌딩정보모델링(BIM)이다. BIM은 3차원 가상 공간에서 구조물을 설계할 수 있어 건축설계 및 시공의 오류와 하자 등을 사전에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국내 현장에도 상당 부분 도입되고 있다. 공사 난이도가 높은 구조물도 더욱 쉽게 설계 및 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직까지는 도면 변경이 편하고 현장 인력에게 익숙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여전히 현장에선 기존 2D 도면의 활용도가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무인 로봇과 3D 프린터, 드론 등의 하드웨어가 건설현장에서 사용 범위를 넓힐수록 이 같은 3차원 도면이 필수 데이터로서 더욱 적극 활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월 BIM을 활용한 협업을 강화할 수 있는 스마트 도면 솔루션 ‘팀뷰’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팀뷰는 롯데건설이 지난해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B.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한 스타트업 ‘팀워크’에서 개발한 솔루션이다. B.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챌린지는 우수한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이다.

팀뷰에는 모바일 클라우드 기반 실시간 협업 시스템이 탑재돼 사용자가 도면에 변경된 부분이나 상충되는 사항을 그때그때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협업 속도가 늦어진다는 BIM의 단점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건설은 팀뷰를 일부 현장에 시범 적용하며 사용자 의견을 수렴하고 기술검증을 마친 뒤 적용 현장을 빠르게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첨단 공정으로의 전환은 상위 30위권 종합건설업체에 한정될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 하도급이 많은 건설업 특성 상 시공 과정 전반에 첨단기술이 적용되려면 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은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설계·엔지니어링 등으로 분업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 종합건설업체가 스마트 기술을 도입한다고 효과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없다”면서 “개별 기업들의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에 대한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전체 산업 관점의 도입 전략과 함께 유관 기업들의 육성 전략도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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