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스·캐피탈·인베스트먼트…PEF·VC 간판의 비밀은
사모펀드·벤처캐피탈 사명 천차만별
창업자 이니셜·투자철학 강조해 작명
일부 사명 업권별 구분없이 사용돼
상호·명칭 관련 법률규정 없어…개선 지적도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파트너스, ○○캐피탈,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기술투자, ○○벤처스, ○○브라더스….
국내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 기업들의 사명(社名)은 유난히 다양하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전통 금융업계의 사명은 법률상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은 법률적인 제약에서 자유로워서다. 특히 다양한 사명이 업권별로 구분되지 않고 혼용돼 쓰이는 경우가 많다. 사명만 놓고 보면 이 회사가 사모펀드인지, 벤처캐피탈인지, 혹은 액셀러레이터(AC)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사모펀드의 발상지인 미국에선 국내보다 더욱 다양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회사명에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등의 힌트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창업자의 이니셜을 딴 사명에서 회사의 투자철학, 신념을 강조하거나 명언에서 차용한 사명도 존재한다. 다만 일각에선 투자자의 투자자 이해를 돕거나 보다 포괄적인 개념을 담기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BK·JKL·한앤컴퍼니…창업자 이름 활용
가장 흔한 유형은 창업자의 이름을 활용하는 경우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회장의 영문 이름인 마이클 병주 킴(Michael Byungju Kim)의 앞글자를 땄다. 김 회장은 1999년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 출신으로 2005년 칼라일(Carlyle)에서 함께 일하던 아시아계 동료들과 함께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김 회장이 몸담았던 칼라일 사명 역시 공동설립자인 빌 콘웨이(Bill Conway)의 본래 성인 ‘칼(Carl)’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앤컴퍼니 역시 한상원 대표의 성을 붙여 사명을 지었다. 모건스탠리 PE 한국대표를 역임한 한 대표는 2010년 모건스탠리PE를 나와 한앤컴퍼니를 세웠다. SJL파트너스 역시 임석정 회장의 이니셜에서 회사명을 차용했다. 국내 투자은행(IB)업계 1세대인 임 회장은 JP모건 한국총괄대표, CVC캐피탈파트너스 한국회장 등을 거쳐 2019년 SJL파트너스를 차렸다.
JKL파트너스의 경우 공동설립자의 성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삼정KPMG회계법인 출신 정장근(J), 강민균(K), 이은상(L) 대표가 자신들의 영문 이니셜 첫 글자를 따 사명을 결정했다.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유사한 작명 방식이다. KKR은 공동 창업자인 제롬 콜버그, 조지 로버츠, 헨리 크래비스 등 세 명의 성을 각각 이어붙여 회사 이름을 지었다.
IMM PE(프라이빗에쿼티)는 ‘세계가 내 손에 있다’는 뜻의 라틴어 ‘IN MANUS MUNDUS’의 앞글자를 따 만들었다. 그밖에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백두산 천지), 트루벤인베스트먼트(신뢰(True)+이익(Benefit)), 보고펀드(해상왕 장보고) 등 회사별로 특색있는 사명을 내건 곳도 있다.
사모펀드, 벤처캐피탈의 발상지로 알려진 미국은 보다 간결한 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글로벌 3대 사모펀드로 불리는 블랙스톤(Blackstone), 칼라일(Carlyle), 콜버스크래비스로버츠(KKR)는 모두 뒤에 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 등의 사명을 붙이지 않는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같이 그룹명 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어서다.
파트너십·투자·벤처 강조한 사명
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 벤처스 등 뒤에 붙는 이름은 회사의 투자 전문성 또는 투자 철학을 담아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파트너십을 강조한 ‘파트너스’나 ‘네트워크’, 자금조달을 강조한 ‘인베스트먼트·캐피탈’, 기술기업과 벤처기업에 전문 투자한다는 의미로 ‘기술투자’ ‘벤처스’ 등을 사명에 붙인다는 설명이다. 해외 벤처캐피탈의 역시 세쿼이아캐피탈(Sequoia Capital), 액셀파트너스(Accel Partners), 제네럴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 등 회사의 투자 방향을 보여주는 사명을 차용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된 1세대 벤처캐피탈 다올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지난달 사명을 우리벤처파트너스로 변경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은 KTB네트워크다. ‘○○네트워크→○○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로 사명이 바뀐 셈이다. 우리인베스트먼트, 우리기술투자 등 ‘우리’를 사명에 활용한 운용사가 이미 있었고, 우리금융 하에서의 가치관을 보여주기 위해 다각도로 고심한 끝에 ‘벤처파트너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만 업권별로 사명 구분이 뚜렷이 되지 않으면서 투자자 혼란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파트너스’의 경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벤처캐피탈 우리벤처파트너스,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까지 업권이 다른 회사들이 모두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파트너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회사의 정체를 알기 쉽지 않은 구조다.
법률상 규정 없어 다양한 상호 사용 가능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회사들이 다양한 사명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법령 상 규정이 없어서다. 전통금융권의 경우 증권사는 자본시장법, 은행은 은행법, 보험회사는 보험업법의 통제를 받고 있고, 사명 역시 영향을 받는다. 은행법 제14조에선 ‘한국은행과 은행이 아닌 자는 그 상호 중에 은행이라는 문자를 사용하거나 업무를 표시할 때 은행업, 은행업무라는 문자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해 등록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한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하여 모태조합을부터 출자받은 상법상 유한회사 등은 상호나 명칭에 대한 제한이 없다.
보험사의 경우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사업내용을 모두 포괄하는 사명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의 모태는 1962년 설립된 한국자동차보험공영사로 자동차보험을 전업으로 하는 보험사였다. 1983년 동부그룹에 인수된 후 자동차보험에 화재보험 등을 함께 취급하며 1985년 사명을 동부화재로 바꿨으나, 2017년 보다 많은 보험업종을 반영하기 위해 DB손해보험으로 간판을 다시 바꾸게 됐다.
벤처캐피탈협회 역시 최근 벤처투자협회로 사명 변경을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모험투자자본인 벤처캐피탈 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 보험, 신기술금융사, 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기관을 포괄하기 위한 의도다.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모험투자자본이 다양해진 만큼 벤처투자로 범위를 확대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벤처투자협회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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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 기업들의 사명(社名)은 유난히 다양하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전통 금융업계의 사명은 법률상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은 법률적인 제약에서 자유로워서다. 특히 다양한 사명이 업권별로 구분되지 않고 혼용돼 쓰이는 경우가 많다. 사명만 놓고 보면 이 회사가 사모펀드인지, 벤처캐피탈인지, 혹은 액셀러레이터(AC)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사모펀드의 발상지인 미국에선 국내보다 더욱 다양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회사명에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등의 힌트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창업자의 이니셜을 딴 사명에서 회사의 투자철학, 신념을 강조하거나 명언에서 차용한 사명도 존재한다. 다만 일각에선 투자자의 투자자 이해를 돕거나 보다 포괄적인 개념을 담기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BK·JKL·한앤컴퍼니…창업자 이름 활용
가장 흔한 유형은 창업자의 이름을 활용하는 경우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회장의 영문 이름인 마이클 병주 킴(Michael Byungju Kim)의 앞글자를 땄다. 김 회장은 1999년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 출신으로 2005년 칼라일(Carlyle)에서 함께 일하던 아시아계 동료들과 함께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김 회장이 몸담았던 칼라일 사명 역시 공동설립자인 빌 콘웨이(Bill Conway)의 본래 성인 ‘칼(Carl)’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앤컴퍼니 역시 한상원 대표의 성을 붙여 사명을 지었다. 모건스탠리 PE 한국대표를 역임한 한 대표는 2010년 모건스탠리PE를 나와 한앤컴퍼니를 세웠다. SJL파트너스 역시 임석정 회장의 이니셜에서 회사명을 차용했다. 국내 투자은행(IB)업계 1세대인 임 회장은 JP모건 한국총괄대표, CVC캐피탈파트너스 한국회장 등을 거쳐 2019년 SJL파트너스를 차렸다.
JKL파트너스의 경우 공동설립자의 성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삼정KPMG회계법인 출신 정장근(J), 강민균(K), 이은상(L) 대표가 자신들의 영문 이니셜 첫 글자를 따 사명을 결정했다.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유사한 작명 방식이다. KKR은 공동 창업자인 제롬 콜버그, 조지 로버츠, 헨리 크래비스 등 세 명의 성을 각각 이어붙여 회사 이름을 지었다.
IMM PE(프라이빗에쿼티)는 ‘세계가 내 손에 있다’는 뜻의 라틴어 ‘IN MANUS MUNDUS’의 앞글자를 따 만들었다. 그밖에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백두산 천지), 트루벤인베스트먼트(신뢰(True)+이익(Benefit)), 보고펀드(해상왕 장보고) 등 회사별로 특색있는 사명을 내건 곳도 있다.
사모펀드, 벤처캐피탈의 발상지로 알려진 미국은 보다 간결한 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글로벌 3대 사모펀드로 불리는 블랙스톤(Blackstone), 칼라일(Carlyle), 콜버스크래비스로버츠(KKR)는 모두 뒤에 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 등의 사명을 붙이지 않는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같이 그룹명 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어서다.
파트너십·투자·벤처 강조한 사명
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 벤처스 등 뒤에 붙는 이름은 회사의 투자 전문성 또는 투자 철학을 담아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파트너십을 강조한 ‘파트너스’나 ‘네트워크’, 자금조달을 강조한 ‘인베스트먼트·캐피탈’, 기술기업과 벤처기업에 전문 투자한다는 의미로 ‘기술투자’ ‘벤처스’ 등을 사명에 붙인다는 설명이다. 해외 벤처캐피탈의 역시 세쿼이아캐피탈(Sequoia Capital), 액셀파트너스(Accel Partners), 제네럴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 등 회사의 투자 방향을 보여주는 사명을 차용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된 1세대 벤처캐피탈 다올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지난달 사명을 우리벤처파트너스로 변경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은 KTB네트워크다. ‘○○네트워크→○○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로 사명이 바뀐 셈이다. 우리인베스트먼트, 우리기술투자 등 ‘우리’를 사명에 활용한 운용사가 이미 있었고, 우리금융 하에서의 가치관을 보여주기 위해 다각도로 고심한 끝에 ‘벤처파트너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만 업권별로 사명 구분이 뚜렷이 되지 않으면서 투자자 혼란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파트너스’의 경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벤처캐피탈 우리벤처파트너스,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까지 업권이 다른 회사들이 모두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파트너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회사의 정체를 알기 쉽지 않은 구조다.
법률상 규정 없어 다양한 상호 사용 가능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회사들이 다양한 사명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법령 상 규정이 없어서다. 전통금융권의 경우 증권사는 자본시장법, 은행은 은행법, 보험회사는 보험업법의 통제를 받고 있고, 사명 역시 영향을 받는다. 은행법 제14조에선 ‘한국은행과 은행이 아닌 자는 그 상호 중에 은행이라는 문자를 사용하거나 업무를 표시할 때 은행업, 은행업무라는 문자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해 등록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한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하여 모태조합을부터 출자받은 상법상 유한회사 등은 상호나 명칭에 대한 제한이 없다.
보험사의 경우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사업내용을 모두 포괄하는 사명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의 모태는 1962년 설립된 한국자동차보험공영사로 자동차보험을 전업으로 하는 보험사였다. 1983년 동부그룹에 인수된 후 자동차보험에 화재보험 등을 함께 취급하며 1985년 사명을 동부화재로 바꿨으나, 2017년 보다 많은 보험업종을 반영하기 위해 DB손해보험으로 간판을 다시 바꾸게 됐다.
벤처캐피탈협회 역시 최근 벤처투자협회로 사명 변경을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모험투자자본인 벤처캐피탈 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 보험, 신기술금융사, 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기관을 포괄하기 위한 의도다.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모험투자자본이 다양해진 만큼 벤처투자로 범위를 확대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벤처투자협회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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