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마피 거래’ 늘었다…“저가매수 해야 하나”
아파트 분양시장 ‘극과 극’…연이은 청약 완판에도 ‘마이너스’ 웃돈 단지 여전
분양가 따라 흥행 양극화, 개별 지역·상품 특성 파악해 접근해야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 서울 외곽 지역에 거주 중인 60대 A씨는 최근 집 근처 코스트코 매장을 방문했다가 아파트 분양 홍보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당시 매장 앞에는 몇몇 홍보직원들이 입간판과 부스를 보고 관심을 보이는 코스트코 회원들을 대상으로 인근 경기도 지역에서 공급을 앞둔 아파트 단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A씨는 “오랫동안 코스트코 회원이었지만 매장 앞에서 분양 홍보를 하는 것은 처음 봤다”면서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지역은 한때 인기가 많아 시세가 엄청 오르던 곳인데 요즘엔 마트 앞에서 광고를 할 정도로 미분양이 우려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일부 분양 성공에 ‘저가매수’ 기대감 커져
25일 ‘이코노미스트’ 취재에 따르면 올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완판’(분양계약 마감) 단지가 연이어 나오면서 부동산 반등론이 힘을 얻고 있는 한편, 여전히 미분양을 우려할 정도로 분양권 시세가 하락 중인 지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지나 특성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선 전격적인 규제완화를 계기로 지난해 말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부터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 중랑구 ‘리버센 SK뷰 롯데캐슬’,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가 단기간 내 분양완료에 성공했다.
경기도에선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가 인근 용인 남사읍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호재에 힘입어 평균 9.3대1 경쟁률로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수도권과 인접한 충청남도 아산시에서도 ‘e편한세상 탕정 퍼스트드림’이 최근 계약완료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흥행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쳤다”, “현재 하락한 가격으로는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대구광역시를 비롯해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지방 분양권에 주목하기도 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 일명 ‘마피’란 분양권 시세가 떨어져 최초 공급가격보다 낮은 가격이 형성된 현상, 즉 분양권 웃돈이 마이너스에 진입한 현상을 뜻한다.
부동산 거래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분양권 거래 중 이 같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는 34%로 집계됐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기로 접어들기 전인 지난해 동기보다 10%p 오른 수준으로 오히려 마피 거래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하락기와 상승기를 겪으며 이처럼 저렴한 분양권을 사들이면 추후 시세 상승에 따른 차익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종의 학습효과로서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피’ 분양권, 섣불리 사들였다가 손해 위험
그러나 단지 저렴하다는 이유로 섣불리 청약이나 분양권 투자에 나서기는 위험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세 상승기’였던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와 달리 현재는 지역별, 상품별로 시세 변화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마이너스 웃돈이 붙었던 일부 지방 아파트 분양권은 마이너스 폭이 커지고 있어 시세 차익을 노리던 투자자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한 부동산 투자자는 “지방 분양권 가격이 떨어졌다고 손을 댔다가 난감한 상황에 놓인 투자자들이 많다”면서 “금리가 오르면서 중도금, 잔금 부담이 커져 아파트 입주가 다가올수록 분양권 거래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선 투자수요가 급격히 냉각된 경기도와 인천은 물론 실수요가 풍부한 서울에서도 입지, 공급가격에 따라 분양 결과는 엇갈리고 있다.
평균 198대1 경쟁률을 기록했던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5호선 초역세권 입지에 시세보다 소폭 저렴한 분양가로 흥행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비싸게 나왔다는 평이 나온 ‘더샵 송파 루미스트’는 일반공급 물량이 29가구에 불과한 데도 분양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분양이 흥행한 곳을 보면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지역이나 상품 특성에 따라 시장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투자 시엔 주변 시세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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