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예요] “종이가방 같은데, 300만원?”…보테가, 생로랑의 애매한 명품백
동네 빵집 종이백부터 쓰레기봉투까지, 일상 침투한 명품백
70원짜리 무지종이백이 324만원 토트백으로…살벌한 가격차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남은 건 가져갈게요!” 일상에서 너무도 익숙하게 사용하는 종이박스, 쇼핑백. 음식을 담으려고 꺼내든 가방이 가죽이라면 섣불리 믿을 사람이 있을까. 최근 명품 브랜드가 이처럼 독특한 형태의 제품들을 내놓고 있어 화제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베네타가 최근 종이가방을 닮은 제품을 출시했다. 종이 같은 질감의 가죽 소재 토트백, ‘브라운 백’이다.
해당 제품의 가격은 미디움 사이즈 기준 324만원, 스몰은 243만원이다. 종이와 매우 유사한 색상의 갈색을 덧입혔으며 100% 송아지 가죽으로 만들었다. 시중에서 무지 종이백이 낱개로 70원돈으로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 차이가 어마무시하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이 같은 컨셉의 가방을 출시한 브랜드는 보테가베네타뿐만이 아니다. 생로랑도 지난 1월 245만원에 달하는 가격의 유사 종이박스 가방을 내놨다.
제품명부터 범상치 않은 ‘테이크어웨이(TAKE-AWAY) 박스’ 핸드백으로, 보테가베네타와 같이 송아지 가죽으로 제작됐다. 내부 안감은 스웨이드 재질로 제작됐으며 외부 표면에는 생로랑의 시그니처인 ‘YSL’ 메탈 이니셜 장식이 박혀있다.앞선 제품들이 최소한의 ‘백’ 형체를 갖췄다면, 근처 빵집에서 줄 듯한 종이백을 모티브로 제작된 명품백도 있다. 질 샌더는 잔뜩 구김이 간 종이백을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페이퍼백은 33만원, 가죽백은 90만원에 판매했다. 놀랍게도 이 제품은 유명 디자이너 ‘라프시몬스’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유명세 아래 3주만에 완판됐다.
혁신적 행보 이끄는 ‘발렌시아가’…“일상의 평범한 시각에서 출발”명품 브랜드들이 이런 독특하고 기괴한 디자인으로 명품백을 출시하는 이유는 뭘까. 이러한 업계 행보를 앞장서 이끌어온 발렌시아가의 철학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발렌시아가는 지난해 가을·겨울(F/W) 컬렉션에서 쓰레기봉투와 유사한 형태의 ‘트래시 파우치’(Trash Pouch)를 선보였다. 쓰레기 파우치의 가격은 한화 약 233만원에 달한다.
발렌시아가의 과감한 도전은 예로부터 이어져왔다. 앞서 지난 2016년 가을·겨울(F/W) 컬렉션에서 비닐 가방을 닮은 ‘바자백 시리즈’를 내놓았다. 뒤이어 2017년 봄·여름(S/S) 시즌에는 1000원짜리 이케아 장바구니 ‘프락타’를 닮은 ‘캐리 쇼퍼백’(285만원)을 출시했다. 출시 당시 이케아 측은 “발렌시아가의 토트백이 이케아 장바구니와 닮았다는 점은 영광이나, 그 가방은 결코 이케아의 다재다능함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발렌시아가는 패션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목표 아래 새로운 종류의 제품들을 꾸준히 내왔다.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는 “일상의 평범한 시각에 기반해 어디까지 ‘평범한 것’이 패션이 될 수 있는지 늘 기대하고 있다”며 브랜드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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