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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쇼크’… 챗GPT A to Z 분석 [E-북]

4명의 공저자, ‘챗GPT 기회인가 위기인가’ 출간
GPT-4로 급변하는 미래 산업 트렌드 전망

저자 서민준·이충환·한상기·한세희, 동아엠앤비(236쪽), 가격 1만7800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2016년 3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다. 글로벌 기업 구글의 임원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서 이 대결을 챙길 정도로 중요한 행사였다.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 Go)와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맞대결이다. 사람들은 “아무리 인공지능이 뛰어나도 바둑으로 이세돌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하면서 관전했다. 결과는 1:4로 이세돌 9단의 패배.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다섯 경기 중 네 번째 경기에서 이세돌 9단이 ‘신의 한 수’로 승리했을 때, ‘다행히 한 판은 이겼다’는 안도의 한 숨을 쉴 정도였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일반인에게 AI의 무서움을 각인하게 해준 세기의 이벤트로 기록됐다. 

2022년 11월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스타트업 오픈AI는 ‘챗GPT’라는 텍스트 기반의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을 선보였다. 출시 5일 만에 사용자가 1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 UBS에서 2023년 2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2023년 1월에 1억 명을 돌파했다. 글로벌 서비스가 MAU 1억명 달성에 걸린 기간은 우버 70개월, 스포티파이 55개월, 인스타그램 30개월 등이다. 챗GPT의 확산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실감할 수 있다. 알파고에 이어 챗GPT가 인공지능 쇼크를 이어가고 있다. 

챗GPT 열풍이 거세지면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챗GPT 기회인가 위기인가’라는 제목의 이 책도 마찬가지로 챗GPT의 열풍의 이유를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이 다른 점은 기술적 측면과 아울러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챗GPT를 다뤘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의 대중서라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4명의 공저자…분야별 전문성 살려 챗GPT 분석

전문가로 구성된 4명의 공저자 덕분이다. 각각 활동하는 분야가 다른 4명의 공저자는 각자이 분야에서 챗GPT를 분석하고 쉬운 글로 풀어냈다. 서민준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조교수 및 언어지식연구소 소장, 이충환 동아에스앤씨 편집위원,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한세희 지디넷 과학전문기자는 이 책에서 AI의 역사부터 챗GPT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챗GPT 관련 비즈니스 및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 등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챗GPT의 등장으로 인해 뜨는 산업과 새롭게 탄생할 직업, 그리고 혁신이 없으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 등을 예측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인공지능의 역사와 챗GPT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보여준다. 챗GPT라는 명칭은 대화를 뜻하는 ‘챗(Chat)’에 ‘생성형 사전학습된 트랜스포머 모델’(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이란 뜻이 붙은 단어다. 트랜스포머는 번역기 역할도 하고 문장에서 누락된 단어를 예측하기도 하는 언어 모델이다. 저자는 ‘챗GPT는 막대한 양의 텍스트를 사전 학습했고, 이를 기반으로 자연어, 즉 사람의 일상적인 말을 이해하고 대화를 생성하는 인공지능 챗봇’이라고 정의했다. 알파고를 거쳐 챗GPT까지 나오는 데는 인공지능의 역사적 흐름이 있음을 1장에서 설명했다. 

2장 ‘챗GPT의 기본 원리와 구조’는 기술적인 측면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마련됐다. 알파고로 대변된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과 대형 언어모델 기반의 챗GPT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에 사용되는 인공신경망의 원리를 설명했다. 

3장은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담았다. 인공지능과 챗GPT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분석한 것이다. 영국 런던에 있는 대형 로펌 알렌 앤 오버리(allen & Overy’s)는 지난해 11월 법률 분야에 특화된 생성 인공지능 솔루션 ‘하비’(Harvey)를 도입했다. 법조문에 대한 간단한 질문이나 서면 또는 고객에게 보내는 메시지 초안을 작성하는 등의 기본적인 업무에 활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43개 지사에서 일하는 3500여 명의 변호사가 하비를 이용하게 됐다. 흔히 말하는 전문직에게 파고든 인공지능의 파급력을 보여준 것이다. 저자는 “과거 100명의 신입 변호사가 로펌에 들어가 훈련과 경험을 쌓으며 이 같은 결정을 하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 경쟁했다면, 이제는 10명의 신입 변호사만으로도 충분히 같은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식 노동자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인터넷의 기반이 되는 검색 시장에도 챗GPT가 파고들면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저자는 “챗GPT는 쉽게 말하면 인공지능이 네이버 지식인 역할을 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검색어 입력→검색 결과→사이트 방문→정보 수집→정리로 이어지는 검색의 단계를 ‘질의→답’으로 단순하게 만들었다. 1990년대 말부터 이어져 온 검색 시장의 큰 판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4장에서는 챗GPT의 명암을 다룬다. 챗GPT가 보여준 상상 이상의 능력이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파고들었다. 예를 들면 차별과 혐오, 저작권과 개인정보 문제 등 챗GPT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해야 할 때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했던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GTC-2023 콘퍼런스에서 “매우 강력한 기술을 다룰 때, 그 결과가 세상에 매우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망가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알파고 쇼크에 이은 챗GPT 쇼크는 우리의 삶이 인공지능에 영향을 받는 시대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챗GPT의 시대를 정확하게 파악하자는 것이다. 저자들은 “챗GPT를 정확하게 알면 알수록 새롭게 펼쳐질 시장과 우리의 역할이 눈에 명확하게 들어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책의 부록에는 ‘인간이 묻고 챗GPT가 답하다’라는 읽을거리가 있다. 놀라운 것은 한국의 부동산, 교육, 주식 등 한국적인 질문에 챗GPT가 한국적인 특수성을 더해 설명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예산 30억 이내, 10년이 넘지 않은 42평짜리 서울 아파트를 사고 싶다’는 질문에 챗GPT는 ‘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에 있는 아파트를 추천했다. 미국 스타트업이 개발했지만, 챗GPT는 이미 글로벌 서비스가 되어 있는 것이다. ㅇ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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