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적자 수렁”…피자 프랜차이즈, 외면받는 까닭 [이코노Y]
주요 피자 브랜드, 잇따른 가격 인상에 냉동피자로 눈 돌려
시장 변화 대응…프리미엄 제품군 더해 ‘투트랙’으로 승부해야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국내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의 앞길에 적신호가 켜졌다. 경기 불황에 업계 경쟁까지 격화되면서 다수 주요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도미노피자, 피자헛, 파파존스, 피자알볼로, 미스터피자 등 국내 5대 피자 프랜차이즈 중 3곳이 적자를 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유한회사)은 지난해 2억56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61억7100만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2020년 55억7800만원, 2021년 4억4300만원으로 급감한 뒤 적자 전환하기에 이른 것이다.
피자알볼로(알볼로에프앤씨)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 12억8500만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도 10%가량 감소하며 하강 국면을 보였다. 미스터피자(엠피대산)도 적자 71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적자를 기록한 세 개의 업체뿐 아니라 다른 피자 프랜차이즈 기업 역시 줄이어 영업이익이 큰 감소세를 보이며 시장이 맞이한 위기를 여실히 보여줬다. 도미노피자(청오디피케이)는 영업이익이 159억원에 달하던 전년 대비 92.5% 감소한 12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파파존스는 지난 2021년 63억원대이던 영업이익이 47억원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외식업 전반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치열해진 식품업계 경쟁에 냉동피자, 대형마트 가성비 식품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내 파이가 줄어든 결과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선택한 생존 방안은 ‘상시 할인’이었다. 이들 업체는 상시 30~40% 할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제품 가격은 인상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미스터 피자는 지난 2월 피자를 비롯한 주요 메뉴 가격을 4~5% 올렸고, 피자헛, 파파존스 등도 지난해 한차례씩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잇따른 제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의 시선이 냉동 피자 등 대체품으로 돌아선 것에 반해, 상시 할인으로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의 주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객 유치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대폭 늘린 점 역시 지출을 늘리며 영업이익 감소에 기여했다. 미스터피자가 지난해 판관비로 지출한 비용은 227억6700만원으로, 지난 2021년 153억6300만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불황기에 마케팅 비용을 늘려 소비자에게 브랜드 제품을 각인시키는 행위는 통상 불가피한 지출로 인식된다. 판관비를 줄인다고 해서 부진한 실적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가 일방적인 제품 가격 인상 행보를 이어가기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소비자의 눈을 돌리기 위한 ‘투트랙’ 전략을 짜야 한다고 제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구 구성을 따져봤을 때 MZ세대 중에서도 밀레니얼 세대(M세대, 1981~1995년생) 수가 젠지 세대(Z세대, 1996~2010년대생)를 앞서고 있고, 그에 따라 패스트푸드를 소비하는 10·20 헤비유저의 수가 점점 줄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피자보다 앞선 프랜차이즈 시장인 버거 시장에서는 건강·환경을 중시하는 ESG 방향성을 제품군에 반영하고, 2~3만원짜리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보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자 시장에서도 이처럼 일반 피자, 프리미엄 피자를 개발하며 투트랙으로 시장변화에 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또 “원가 상승을 핑계로 유사한 메뉴 구성에서 가격만 올리는 행보는 소비자 불신만 키우는 방법”이라며 “시장에서 피자의 값어치를 올리고 그에 따라 고객 가치를 함께 제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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