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던 신사동… ‘세로수길’ 확장에 역세권 유동인구 늘어[가봤어요]
가로수길 ‘젠트리피케이션’ 피해 젊은 상권 이동 활발
세로수길 시세 가로수길 3분의 2 수준, 신사동 건물 호가 여전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요즘 금리가 올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어도 여기 건물주는 500억원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고 한다.”
19일 ‘이코노미스트’ 취재에 따르면, 강남대로 이면 코너자리에 자리한 신사동 소재 한 건물은 현재 호가 500억원이 넘는다. 건물 1층엔 신사모소리, 세광양대창 등 젊은 손님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음식점들이 입점한 상태다.
일명 ‘강남시장길’이라 불리는 이곳 상권은 가까운 신사역과 주변 오피스 유동인구를 흡수하며 성장하고 있다. 늦은 오후부터 붐비는 거리는 ‘핫’한 분위기를 찾는 젊은 소비자들로 채워진다.
1987년부터 이곳 상권에서 부동산 중개를 해온 이경림 덕수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특색 있는 점포를 열고자 하는 젊은 사업가들이 주변에 임차할 만한 상가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들어갈 상가가 없다”면서 “유동인구가 늘고 있는 데다 위례신사선 착공 등 교통호재가 겹치면서 인근 부동산 소유주들이 임대료 및 매매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스토어’가 쏘아올린 공, 넓어진 신사동 상권
‘가로수길’로 뜨며 부상한 신사동 상권은 몇 년 사이 부침을 겪어왔다. 신사동 메인 스트리트인 가로수길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여파로 예전의 영광을 되찾지 못한 영향이 크다.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은 원래 가로수길 상권을 형성하고 있던 점포들이 급등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빠지고 그 빈자리를 대기업 안테나숍이 채우면서 등장했다.
상황은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2018년 한국 최초의 애플스토어 개점은 가로수길이 다시 유명세를 떨치는 데 한 몫 했으나 애플이 한 건물을 20년 간 600억원에 통으로 임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임대료 수준을 더욱 높여놨기 때문이다. 때마침 터진 코로나19감염증(COVID-19) 여파도 한몫했지만 코로나 격리가 끝난 지금도 중심가 공실은 30호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조차 높아진 임대료 호가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0평 상가가 보증금 5억원, 월세 5000만원에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로수길엔 딥디크, 아르켓 등 ‘MZ세대’에게 인기인 브랜드숍이 일부 자리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기업들도 가로수길에서 밀려난 젊은 상인들이 형성한 ‘세로수길’ 상권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세로수길은 가로수길 이면 골목길을 뜻한다. 몇년 새 이곳에도 상권이 발달하면서 가로수길과 어감이 비슷한 명칭이 붙은 것이다. 가로수길과 달리 세로수길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걸어 다니는 젊은 이들과 지나가는 차들이 많았다.
지난 7일까지 마블스튜디오의 시리즈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편 팝업이 세로수길에 운영되기도 했다. 세계적 패션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아더에러의 플래그십도 개장 2년을 넘기며 국내외 방문객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세련된 상점으로 채워진 거리 곳곳에선 건축행위가 진행 중이었다. 매물이 귀한 세로수길 건물 호가는 3.3㎡(대지면적 기준) 당 약 2억원, 임대료는 40~50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가로수길 매매 시세의 3분의 2, 임대료는 절반 수준이다.
위례신사선 착공 호재…유동인구 더 늘 것
이 같은 골목 상권은 서측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강남대로변과 가까운 강남시장길도 기존 다가구 주택이 소형 상가 등으로 리모델링되며 식음료 점포 및 오피스로 채워지고 있다. 강남시장은 200여개 점포로 구성된 신사동510-11번지 소재 상설재래시장으로 주변 거리가 강남시장길로 불린다. 강남시장길 일대 건물 시세는 3.3㎡ 당 1억5000만원 선이다.
강남대로 앞 옛 예식장 부지들도 속속 개발되며 이곳 상권의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에는 2021년 준공된 대형 신축 건물 신사스퀘어에 ‘테슬라 신사스토어’가 입점해 화제가 됐다. 신사스퀘어는 지하에 250대 주차가 가능한 주차시설 및 전기차 충전시설을 갖추고 있어 신사동 주차난 해소 및 주변 유동인구 증가에 한 몫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건물 주변에도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가로수길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신사동 일대 상권은 앞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신사동 자체가 강남대로와 도산대로가 교차하는 강남권 중심에 위치한 데다 한강변에 위치해 강북에서도 접근성이 높은 입지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사역이 지하철 3호선, 신분당선에 위례신사선까지 더해진 ‘트리플 역세권’으로 거듭나면서 유동인구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5월 개통한 신분당선은 용산까지 2단계 연장사업이 확정됐다. 위례신사선 역시 2028년 개통을 목표로 내년 착공될 예정이라 신사동 상권이 강북과 경기도 소비층까지 흡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신사동 상가에서 영업을 하고자 하는 젊은 사장들이 많지만 점포가 부족해 임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이은 교통 호재로 인해 서울은 물론 지방 자산가들도 신사역 일대 건물을 매수하겠다는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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