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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업용부동산發 나비효과...금융위기 뇌관 터질까

美상업용부동산 '경고등'…가격추락에 공실률 상승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 소규모 지방은행이 대출
상업용 부동산 부실대출, 또 다른 불안 요소 떠올라

미국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한 지점.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파산위기에 직면한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되면서 은행 위기가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가 미국 은행권의 불안에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일(현지시간) JP모간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106억달러(약 14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이날 퍼스트 리퍼블릭 인수를 발표한 직후 콘퍼런스 콜에서 “미국의 금융위기가 사실상 끝났다”고 선언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미국 대형 상업은행 중 14번째 규모다. 올해만 실버게이트,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 은행에 이은 네 번째 미국 은행 파산이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파산이다. 문제는 미국 지역은행의 연쇄 파산으로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이를 감당하기 힘든 상업용 부동산으로 위기가 옮겨 붙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모건 스탠리는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2조9000억달러의 상업용 모기지 상당 규모가 재융자를 받아야 하는데, 대출 금리가 최대 4.5%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 빌딩과 점포를 새로 매입할 시중 자금이 말라붙으면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내년까지 최대 40%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에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가 미국 은행권의 불안에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최측근이자 평생 파트너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이 같은 경고를 했다. 멍거 부회장은 30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부실 대출로 가득 차 있어 또 다른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며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은행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경고했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최고 논평가인 코베이시 레터를 인용, 이같이 경고했다. 코베이시 레터는 “향후 5년 동안 2조5000억달러(약 3255조)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 부채가 만기가 될 것”이라며 “이에 비해 금리는 두 배 이상 올랐고 상업용 부동산 임대 비율은 60~70%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가 소규모 지방은행이 대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은행들의 위기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상업용 부동산 위기까지 몰려오면 미국 지방은행들이 또 다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양새다. 침체가 오히려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22층짜리 사무용 건물의 가치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3억달러(약 4000억원)에서 현재 6000만달러(약 800억원) 정도로 급감했다. 80%가량 급락한 가격이다.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원금과 이자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웰스 파고 은행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중 불량대출 규모가 지난해 1분기 1억8600만 달러(약 2500억원)에서 4분기에는 거의 4배인 7억2500만 달러(약 9730억원)로 급증했다. 

미국 대형 오피스 빌딩을 담보로 잡은 자산 운용사들의 ‘디폴트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8000억달러 넘는 자산을 굴리는 자산운용사 브룩필는 지난 2월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빌딩 두곳을 담보로 빌린 7억5000만달러(약 1조원) 상당의 대출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결정했다. 비슷한 시기에 부동산 투자회사 ‘컬럼비아부동산신탁’도 뉴욕 등에 있는 오피스 건물 7개를 담보로 잡히고 빌린 17억달러(약 2조2000억원) 상당의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 업계는 대형자산운용사의 디폴트 선언에 충격에 휩쌓였다. 

부동산 정보업체 코스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 사무용 건물 공실률은 12.9%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소매 체인인 베드배스비욘드가 파산하는 등 사무실, 소매점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재택근무와 이커머스 확대 등으로 사무실과 소매상점 수요가 줄어서다.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서며 사무 공간을 줄이는 점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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