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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황금손 LB인베스트먼트의 넥스트 유니콘은 어디? [이코노 인터뷰]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인터뷰
하이브·펄어비스 키워낸 벤처 투자 명가
초기부터 ‘선택과 집중’으로 투자처 발굴
“경기 회복 이후 상장 VC 옥석 가려질 것”
내년 5000억 펀딩 목표…동남아 시장 조준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송재민 기자] 27년간 1조 7000억원을 547개 기업에 투자했고, 이 중 111개 기업은 성공적으로 증시에 상장했다.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초기 단계부터 꾸준히 투자하며 하이브, 펄어비스와 같은 유니콘 기업을 키워냈다. 벤처캐피털 회사로서 스타트업의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 LB인베스트먼트 얘기다. 

LB인베스트먼트 스스로도 지난 3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그 중심엔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있었다. 앞으로는 싱가포르 사무소 설립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시장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지속적으로 펀드 규모를 늘리며 내년엔 5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LB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박기호 대표를 만나 LB인베스트먼트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봤다. 

BTS 없던 시절 LB인베스트먼트는 하이브의 ‘이것’을 봤다 

10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발굴해낸 LB인베스트먼트의 수장 박기호 대표는 VC계의 황금손으로 불린다. 하이브·카카오게임즈·펄어비스·무신사·직방 등 수많은 유니콘 기업들을 발굴해내며 ‘유니콘을 보는 눈’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잠재력 있는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4가지 요소를 살핀다. ▲창업자와 창업팀 ▲핵심 경쟁력 ▲타깃 시장의 성장 가능성 ▲회수 가능성 등이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도 창업자와 그 구성원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꼽았다.

박 대표는 LB인베스트먼트의 대표 성공 투자 사례로 하이브와 펄어비스를 소개했다. 하이브에 총 2회에 걸쳐 65억원을 투자해 1151억원을 회수했다. 해외 투자자 유치에도 직접 나서며 하이브의 성장에 기여하기도 했다.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을 제작한 펄어비스에는 개발 단계에서 50억원을 투자해 780억원의 투자 성과를 달성했다. 

그는 “BTS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는 것은 우리에게 굉장한 프라이드다”라며 “이제껏 만난 최고경영자(CEO)중 가장 뛰어났던 사람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다. 그는 좌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하는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사람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펄어비스에는 우리 회사 인력이 CEO로 조인해서 안정적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자기자본 없이 펀드로만 투자를 진행한다. 최근엔 2803억원짜리 펀드를 조성했다. 자기자본 투자가 없기 때문에 펀드 운용 보수가 주요 수입원이 된다. 박 대표는 “출자자 입장에선 위탁운용사(GP)가 자기 자본으로 직접 투자를 하면 체리피킹(선택지 중 좋은 것만 골라내는 행위) 한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그러한 여지를 없애기 위해 철저히 펀드를 조성해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에 따르면 LB가 현재 운용 중인 펀드의 평균 Gross IRR(총 내부 수익률)은 33%를 유지 중이다. 최근 3년의 평균 성과보수는 약 111억원을 기록했다. 펀드로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성과를 내고, 그 성과에서 성과 보수를 만든다. 

박 대표는 LB인베스트먼트는 27년간 단 한 건의 규정 위반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대부분의 주요 연기금과 산업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으로부터 지속적인 출자를 받고 있다”며 “투명성과 투자성과를 기반으로 대부분의 출자자분들이 2회 이상 연속으로 출자를 해주시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LB의 운용 자산을 1조2000억원으로까지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계열사 분리 이후에도 LG家와 긴밀한 협업

박 대표는 LG가의 정신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신뢰받는 VC가 될 수 있었다고 짚었다. LB인베스트먼트는 1996년 LG전자와 LG전선이 출자하여 LG창업투자로 출발했다. 이후 LG그룹과 계열분리 과정을 거쳐, 2008년 LB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계열 분리이후에도 LB인베스트먼트는 LG그룹과 범 LG그룹 일원으로 펀드조성부터 딜 발굴, 투자기업 성장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투자처 발굴과 기업 성장에 있어서 LG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도 한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실리콘웍스는 LG의 가족이 됐다. 박 대표는 “실리콘 웍스라는 회사에 70억원을 투입해 800억원 가까이 창출했던 현재의 LX세미콘이라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대표 회사가 있다”며 “우리가 LG그룹의 일원이었기에 참여가 가능했던 일이다. 초기 단계에 참여해 큰 성과를 내는 회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집중적 팔로우 전략’을 사용해 잠재적 유니콘 기업을 발굴한다.유망한 섹터를 정해 투자할만한 회사를 찾는 ‘탑 다운(Top-down)’ 방식을 사용하다가도 분야에 상관 없이 좋은 회사를 찾는 경우 투자를 검토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도 활용한다. 박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뿌리를 캐듯’ 샅샅이 투자처를 발굴하는 과정이다.

박 대표는 “보통 VC들은 여러 곳에 투자금을 뿌리고 회수를 기다리는 ‘스프레이 앤 프레이(Spray and Pray)’ 방식을 사용하지만 우리는 ‘선택과 집중’ 방식을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군데에 씨를 뿌려놓고 알아서 자라나기만을 기다리는 투자방식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처음부터 경쟁력 있는 기업을 선택해 최소 30억원부터 초기 투자를 하는 것이 LB의 방식이다. 이 때문에 후속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현재 LB의 포트폴리오사인 에이블리의 경우 40억원, 60억원, 100억원 순으로 후속 투자를 진행했고 올 1분기 에이블리는 8700억원까지 성장했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은 지속적으로 안정적이게 투자금을 받을 수 있고, LB는 잠재적 유니콘 기업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LB가 바라본 차세대 유니콘은 ‘딥테크’ 스타트업

박 대표는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복강경 수술 기구 제작사 리브스메드 ▲도심형 에너지 스토리지 회사 스탠다드에너지 ▲반도체 회사 세미파이브 등을 꼽았다. 위 세 기업은 모두 과학·공학 기반의 원천기술을 집약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해 내는 사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유니콘 레벨로 성장한 스타트업은 플랫폼과 커머스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반도체나 기술 중심 기업들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며 “세미파이브의 경우 최근 반도체 쪽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 중 하나이기에 빠른 속도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것은 박 대표의 ‘밸류 애딩(가치 증대 투자)’ 방식이다. 박 대표는 회사가 보유한 포트폴리오사 대표와의 지속적으로 만나 기업의 성장을 돕는 데에 집중한다. 투자를 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이나 추가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한다. 

그는 “오늘 아침만 해도 2시간 동안 우리 투자사인 스타트업 한 군데에 글로벌 전략 등 여러 회의를 진행했다”며 “바쁜 와중에도 25개 업체의 대표님들과 조찬이나 미팅을 1대1로 진행하는데 이게 나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해외 등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토론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연결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글로벌 진출’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다 해도 글로벌 시장에 안착해 성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원활하게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가교’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털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국내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이 글로벌 투자사와 협력하면서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을 소개해주면 해당 기업들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투자사들의 기본 티켓(1회 투자할 때 규모) 사이즈가 10억~30억원이라면 글로벌 투자사들의 티켓 사이즈는 약 500억원이기 때문에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크다”고 말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VC 주가조정은 당연…차별화된 수준으로 주가 오를 것”

최근 상장한 VC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VC들의 몸값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LB인베스트먼트의 시가총액 역시 급감했다. 2000억원을 넘겼던 시총은 지난 3월 29일 상장 이후 750억 이상 증발했다. 투자시장 침체로 기업들의 몸값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VC들의 몸값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표는 VC 주가 조정은 상장한 VC들 중 ‘옥석을 가리는 시간’이라고 풀이했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VC도 영향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등의 상황이 VC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회복되면 본격적으로 그간의 성과와 포트폴리오, 수익성 등이 잘 보여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내며 혁신적인 기업들을 성장시킨 VC들은 현재 주가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코스닥 상장을 발판삼아 LB인베스트먼트는 글로벌 VC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싱가포르에, 내년엔 미국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지난 14일 박 대표는 싱가포르 사무소 설립을 위해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늦어도 올 4분기 싱가포르 사무소를 열고 동남아 투자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동남아는 ‘10 years ago China’(10년 전의 중국)라 불리며 투자시장이 활발해지려고 하는 시점에  팬데믹을 만나 스타트업 시장이 혼전하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싱가포르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같이 일할 수 있는 인력을 알아보는 것이 이번 출장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외국계 탑티어 VC들을 만나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내년 5000억원을 목표로 펀드 조성에 나선다. 박 대표는 “동대문에서 물건 잘 사는 사람이 백화점에서도 잘 사지는 않는다”며 현재 조성된 3000억원 규모 펀드 운용을 통해 실력을 입증하고 점차 펀드 규모를 5000억원대까지 늘려가는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인공지능과 같은 차세대 성장 분야와,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LB가 큰 성과를 만들어 낸 K-콘텐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등에 전년대비 20% 이상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2023년과 2024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최상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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