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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지난 PEF, 올해 조 단위 실탄 장착

[한국의 사모펀드]②
신규 펀드 결성 나선 국내 대형 PEF들
작년 투자 부진…올해부터 본격 투자 기대
블라인드펀드·스페셜 시츄에이션 등 떠올라

지난해 혹한기를 겪은 국내 사모펀드(PEF) 펀드레이징 시장 분위기가 올해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제공 게티이미지]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지난해 혹한기를 겪은 국내 사모펀드(PEF) 펀드레이징 시장 분위기가 올해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LP)들의 출자사업이 다양해지면서 경쟁률도 치열해진만큼 국내 대형 PEF들을 중심으로 조 단위 펀드 결성에 성공한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신규 펀드를 운용해야 하는 만큼 투자시장에 훈풍이 불어올 것이란 기대가 감돈다.

신규펀드 적극투자 나서는 국내 주요 PEF

IMM프라이빗에쿼티(PE), 한앤컴퍼니, 스틱인베스트먼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유니슨캐피탈코리아 등 국내 주요 PEF들이 올해 운용하는 펀드 규모는 수 조원에 달한다. IMM PE는 지난해 8000억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해 블라인드펀드인 로즈골드 5호를 1차 클로징했다. 회사는 멀티클로징 방식으로 앞으로 2년간 2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 투자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은 스카이레이크는 1조1000억원 상당의 12호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앞뒀다. 당초 설정한 목표 결성금액이었던 1조3000억원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11호 펀드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약 700억원 정도 남아 투자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스카이레이크의 첫 조 단위 펀드로 회사의 그간 투자회수(엑시트) 성과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해외에서 주로 자금 수혈을 받던 한앤컴퍼니도 올해 처음으로 국내 자금 유치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32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로 신규 조성되는 4호 블라인드펀드를 시작으로 국내 출자자(LP) 자금 유치에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국내 PEF 운용사들 중 약정액을 기준으로 하면 가장 큰 규모다. 지난 2022년 4분기 기준 누적 운용자산 10조원을 넘는 곳은 한앤컴퍼니와 MBK파트너스가 유일하다. 4호 블라인드펀드 역시 지난 3호 펀드에 이어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할 것으로 보이며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PEF 시장에서도 대형사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지속되며 블라인드 펀드가 부상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수시장이 경색되자 실패 위험이 적고 유동성 확보가 유리한 펀드에 돈이 몰리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성공적인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대형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펀딩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블라인드펀드는 투자 분야나 규모는 정해져 있지만 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채 자금을 결성하는 펀드로, 대체로 펀드를 결성한 운용사의 실적이나 네임밸류 등을 바탕으로 출자를 고려하게 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LP들이 출자를 줄이는 상황에서 이미 검증된 대형 PE들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펀드레이징을 진행하고 있는 PE들도 큰 어려움 없이 자금 모집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투자 부진으로 드라이파우더 쌓여…투자 시기 임박

지난해 소극적인 투자로 쌓인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약정액)을 청산해야 하는 대형 블라인드 펀드들이 많아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및 신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금리인상과 유동성 긴축으로 기업가치가 폭락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투자 시장이 자연스럽게 위축되며 PE들이 비축해둔 자금이 많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고금리 여파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매물들이 싼값에 시장에 나오게 되면서 PE들의 기업을 사냥하기에 적기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이 시기에 우량 기업을 사들여 향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다. 작년 한 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PE들이 많은 만큼 올해 드라이파우더 소진에 대한 압박도 클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 시츄에이션(Special Situation) 투자 본부를 신설하고 펀드를 확대하는 분위기도 눈에 띈다. 스페셜 시츄에이션 투자는 통상적인 사모투자와 달리 기업구조조정, 특수자산 등 특수상황 투자에 최적화된 펀드다.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서 수익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면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는 스페셜 시츄에이션 펀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는 스페셜 시츄에이션 투자 본부를 신설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한투PE는 3000억원 규모의 2호 기업구조조정펀드 운용을 맡을 예정이다. 앞선 1호 기업구조조정펀드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한조선, 신영 등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2조원대 펀드인 스페셜 오퍼튜니티 3호는 지난 2월 1조2800억원 규모로 1차 클로징을 한 이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해당 펀드 역시 특수 상황에 놓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직전 펀드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을 목표로 하는 스틱은 MG새마을금고, 군인공제회 등을 통해 출자를 받으며 자금을 모으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스페셜 시츄에이션 1호 펀드는 한화그룹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한화S&C에 투자했다. 또한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인수할 때도 해당 펀드가 재무적 투자자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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