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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센터’가 여의도에…전시로 행복을 만드는 이남자 [이코노 인터뷰]

크리스티앙 브리앙 퐁피두센터 수석 큐레이터 인터뷰
퐁피두만의 차별점은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정체성
“전시는 작품 간 ‘관계’ 맺어줘…전달 메시지 극대화”

크리스티앙 브리앙(Christian Briend) 퐁피두센터 수석 큐레이터가 케슬러(Kessler) 가문의 사람들을 그린 ‘숲 속의 말을 탄 사람들’(케슬러 일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수도관, 냉난방 시설, 전깃줄. 우리가 일상에서 구석 한편에 감추기 일쑤인 구조물이 떡하니 거리 한복판에 자리해 있다면 어떨까.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미술관 외벽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건축 역사상 최초로 노출 구조를 적용해 주목받은 건물, 프랑스의 퐁피두센터다.

퐁피두센터는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과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불리는 명실상부 예술의 중심지다. 현재 여의도에 위치한 파크원-더현대 서울에서는 이러한 혁신의 아이콘 퐁피두센터와 더현대, 지엔씨미디어가 합작한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뒤피 : 행복의 멜로디’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 총감독을 맡은 크리스티앙 브리앙 퐁피두센터 수석 큐레이터는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만 30년을 연구한 전문가로, 뒤피를 소재로 벌써 5번에 걸친 전시를 기획했다. 그와 함께 퐁피두센터의 큐레이터가 맡은 역할을 비롯해 이번 뒤피전에 녹아든 그의 전시 철학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고독한 협업가, 미술관 큐레이터가 하는 일

크리스티앙 브리앙 퐁피두 센터 수석 큐레이터가 ‘붉은 바이올린’(The Red Violin)작품 앞에서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현대미술의 핵심, 퐁피두센터의 큐레이터로서 그가 수행하는 역할은 전시를 기획하는 일뿐만 아니라 작가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일이다. 

라울 뒤피에 대한 연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피카소, 마티스처럼 이미 많은 연구가 이뤄진 작가에 집중하기보다는 근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받음에도 불구하고 조명을 충분히 받지 못한 작가들을 발굴해 연구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 

“퐁피두센터에서 일하기 전에 몸담던 리옹미술관에서 국가 소장 뒤피 작품들을 처음으로 접하게 됐어요. 뒤피가 순수예술뿐 아니라 당시 하위문화에 가깝게 여겨지던 장식예술에도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는 등 융합적 성격을 가진 작가라는 점이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왔죠.”

그는 큐레이터의 역할을 두고 고독하면서도 시끌벅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획 단계와 전시 구현 단계에서 소화해야 하는 일의 성격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전시를 대하는 뚜렷한 철학과 노하우 없이는 일련의 전시기획 과정을 쉽게 헤쳐 나가기 어렵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기획의 기초를 닦는 작업은 모두 독자적으로 이뤄져요. 주제를 선정하면서 개인이 쌓아올린 지식부터 컨셉까지 개인적인 구상과 고민을 거쳐야 하죠. 반면 전시 구현 단계에서는 도록 제작, 작품 복원, 현장 조명 설치 등 다양한 일을 누군가와 함께 협업하며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작업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전시 공간 안에서 작품 간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설렘도 강조했다. 한 작품이 가지는 많은 의미를 매 순간 서로 다르게 전달해줄 수 있다는 점이 전시가 전달하는 이미지를 더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전시를 기획할 때 가장 마법같이 다가오는 순간은 하나의 작품을 다른 작품들과 함께 비치함으로써 관계를 맺어줄 때예요. 이번 뒤피전에서도 ‘엘마 거리의 아틀리에’ 작품의 소재가 된 파란 벽의 아틀리에는 그 자체로 작품이 되기도 하고, 초상화의 배경이 되기도 해요. 푸른색이 창밖에서 들어오는 빛을 잘 담아내거든요. 또 음악가 집안에서 자란 뒤피가 ‘라울 뒤피의 음악과 회화’라는 문구를 작품 전면에 적어놓을 정도로 음악에 많은 애정을 보인 사실이 곳곳에 녹아있다는 점도 재미있죠.” 

대중과 소통하는 복합문화공간, 현대미술의 곳간 퐁피두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과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불리는 명실상부 예술의 중심지, 퐁피두센터 전경. [사진 게티이미지]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과 비교했을 때 퐁피두센터만이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은 시기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 루브르박물관은 고대~근대(19세기) 시기, 오르세는 19세기 근대 작품을 주로 다루는 반면 퐁피두센터는 현대미술을 아우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퐁피두센터만이 가진 특별함은 대중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여러 시설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페인 말라가, 중국 상하이 등 세계 곳곳에 분관을 두고 있으며 오는 2025년에는 서울에도 퐁피두센터의 분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퐁피두센터에는 음악 연구소부터 회의·컨퍼런스 공간, 공연장, 도서관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있어요. 단순히 미술작품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회문화-예술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죠. 지난 1947년 개관한 파리 국립현대미술관이 이미 1977년 복합문화공간을 취지로 설립된 퐁피두센터 안에 옮겨지게 된 점도 영향을 줬을 거예요.”

프랑스는 미술 향유 문화가 상당히 보편화된 나라 중에 하나로 평가받는다. 특히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파리에는 3대 미술관뿐 아니라 오랑주리, 로댕 미술관 등 수많은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 그 이면에는 파리가 일명 예술의 중심지로 불리게 된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지난 18세기 말~19세기초 프랑스에서는 각 지역마다 여러 미술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미술관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파리가 20세기초 피카소, 샤갈과 같은 다른 나라 작가들이 한데 모여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 중심지로 거듭났죠. 이후 1960년대 말에 이르러 기획전이 활발하게 열리기 시작하면서 전시 관람 문화라는 지형이 만들어졌어요.”

그는 한국의 관람객 역시 전시를 열린 마음으로 접하고 뒤피의 작품들을 충분히 향유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메시지는 ‘행복의 멜로디’라는 제목과 맞닿아 있어요. 다양하게 빛나는 색채에서 행복과 긍정의 메시지를 얻고, 일상에 위안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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