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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와 성장한 물류창고...국내 부동산 금융위기 트리거 될까

부동산PF 중 상업용 브릿지론 연체 증가 추세
고위험 사업장 비중 높은 소형 은행 연쇄 부실 가능성
물류 센터, 지식산업센터 등 수요 줄고 PF 부실 위험 커져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로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국내도 비슷한 위협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성장한 물류센터의 경우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입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터지면 금융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마이클 바 연준 은행감독 부의장은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청문회에서 “상업용 부동산 위험을 잘 이해하고, 지역 은행과 소형 지방은행들에 의한 위험을 완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기관들의 자산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더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상업용 부동산 위험을 상당히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마이클 바 부의장은 강조했다.

미국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중 80%가 중소형 은행에 몰려있다. 특히 소형 은행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대출 42%가 우리나라의 부동산 PF대출과 유사한 부동산 개발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부동산PF 중 상업용 브릿지론의 연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 발족한 은행, 저축은행, 여신금융 및 상호금융업권까지 전체 금융권이 참여하는 부동산PF 대주단협의체가 아파트 사업장을 최우선으로 검토 중인 가운데, 개발업계는 가장 시급한 지식산업센터와 물류센터, 오피스텔 사업장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상업용 부동산도 미국과 같은 형태로 문제가 있는 제2금융기관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자본비율이 낮고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지방 소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고위험 사업장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권이 부실화가 진행될 경우 연쇄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저축은행권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부담은 높은 수준이다. 한신평 커버리지 저축은행 9곳의 부동산금융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 5조2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97%에 이른다.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도 약 110%로 A급 이하 캐피탈사(약 70%) 대비 높다.

한 때 인기 많던 물류센터·지식산업센터 애물단지로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은 사업목적으로 사용되는 소득창출 부동산을 의미한다. 사무실과 임대주택, 숙박, 창고와 병원 등 산업용이 포함돼 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중에서는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 등의 부실 위험이 꼽히고 있다. 

물류센터의 경우 코로나19로 새벽·당일 배송 같은 지역 내 빠른 배송을 내세운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시장이 커졌지만 거리두기 완화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위축되면서 인기가 식고 있다. 이에 물류센터 수요는 줄고 있지만 공급은 더 늘어나면서 공실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임대료는 주춤하고 있는 사이 건설 원자재가격 상승과 금리인상으로 비용부담까지 커지는 추세다. 물류센터 단위가 워낙 큰 탓에 리스크도 크다는 설명이다. 

CBRE코리아에 따르면 2023년 1분기에는 21개의 신규 A급 물류센터가 약 170만6028㎡의 규모로 공급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특히 인천 및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10만㎡ 이상의 대형 자산의 공급이 두드러졌다. 특히 2023년 공급 예정 규모의 약 30%가 이번 분기 수도권 A급 물류 시장에 신규 공급됐으며, 이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50만㎡의 면적이 공급과 동시에 안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가정한 1분기 수도권 A급 물류 시장의 공실률은 작년 하반기 대비 7% 포인트(p) 증가한 17% 수준으로 전망된다. 

CBRE코리아 관계자는 “물류 시장에서는 대규모 공급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이커머스 성장세 약화 및 임차인 관망세에 따른 수요 둔화로 인한 시장 리스크가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따라 물류 시장의 전반적인 임대료 상승폭도 작년대비 제한적으로 관찰되거나, 공실 리스크가 두드러진 지역에서는 오히려 역성장 또한 관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대체 투자수요가 몰렸던 지식산업센터 시장도 차갑게 식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산업을 영위하는 기업과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3층 이상의 집합건축물을 말한다. 아파트와 달리 소유해도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중과 규제에서 벗어나고, 분양권에 전매제한도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최대 80%까지 대출이 나오면서 과거 집값 상승기 때 투자 광풍이 불었다.

하지만 금리부담은 높아지고 PF시장은 경색되고 있는데, 최근 아파트 관련 규제가 대거 완화되는 것과 반대로 지식산업센터 관련 규제는 강화되는 분위기라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분양가보다 저렴한 이른바 ‘마피’ 매물도 등장하고 거래량도 감소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서울시내 지식산업센터 매매 거래는 93건이었지만, 지난 3월에는 23건으로 75%나 줄었다. 누적 매매거래 금액 역시 826억2232만원에서 242억9440만원으로 70% 감소했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브릿지론이 물류 센터,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이런 쪽으로 많이 투입이 됐다”며 “자금 조달이 쉽지 않고 특히 물류센터 약 55개 중에 PF가 원활하게 이어지는 곳은 10개밖에 안 되는 등 조만간 PF부실 위험이 터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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