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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높은 대출 금리에…은행권 ‘부실채권’ 급증

5대 은행 1분기부실채권 전분기보다 10% 증가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에는 7% 감소
높은 금리 탓 연체율 상승...지연배상금도 빠르게 늘어

서울시내 은행 현금인출기 앞에서 시민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내 대형은행에서도 연체율이 상승하며 은행 업계 전체에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사마다 높은 금리 탓에 부실채권이 증가하며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여건이 하반기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다. 

5대 은행 고정이하여신 규모 3개월 만에 ‘3500억원↑’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 펜데믹 이후 은행권의 연체율이 오르고 부실채권으로 여겨지는 고정이하여신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부실대출 채권을 매각하며 지표 관리에 나서고 있는데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 부실채권이 계속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액은 총 3조8240억원으로 3개월 사이에 10%(3481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3월에는 전분기보다 6.9%(2480억원) 감소했는데 올해 들어 증가 속도가 빠른 상황이다. 

고정이하여신은 대출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NPL)을 말하는데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여신이 이에 해당한다. 

은행별로 올해 1분기 신한은행의 고정이하여신액은 전분기 보다 14.2% 증가한 9060억원, NH농협은행은 15.7% 늘어난 8668억원, KB국민은행은 13.7% 확대된 8172억원, 하나은행은 2.7% 증가한 6810억원, 우리은행은 0.18% 늘어난 5530억원 등을 기록했다. 

1분기 연체율은 5대 은행 평균이 0.27%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4월에 들어서는 0.30%로 높아지며 점차 상승하는 모습이다. 

이는 기존 대출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가계대출 금리는 연 5.01%, 기업대출은 연 5.23%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금리는 전달보다 0.06%p 올랐고, 기업대출은 0.01%p 내렸다.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의 연체율은 6.76%로 전달보다 0.06%p 높아지면서 매달 오름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최저 금리가 최저 연 3% 후반까지 떨어졌지만 기존에 은행 고객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들은 보통 6개월 단위씩 금리가 변동되기 때문에 아직도 높은 수준에서 금리가 적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연체 발생에 따른 지연배상금도 증가하고 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5대 은행과 케이뱅크 카카오뱅크(323410), 토스뱅크 등 3대 인터넷은행에서 신용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연체 때문에 고객이 낸 지연배상금은 670만건에 총 460억원을 기록했다. 

지연배상금은 대출자가 매월 납부해야 할 이자를 내지 못해 연체가 발생할 경우 은행이 부과하는 배상금이다. 대출 당시 금리나 신용 상황에 따라 최대 15%에 달하는 금리를 적용해 지연배상 금리가 부과된다. 특히 연체가 1개월을 넘으면 이자만 아니라 원금에 지연배상금이 가산돼 금액이 더 빠르게 늘어난다. 

이 자료에 따르면 1개월 미만 연체에 대한 지연배상 납부 건수는 2021년 말 139만건에서 지난해 말 145만건, 납부액은 26억9000만원에서 37억70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1개월 이상은 1개월 이상 연체에 대한 납부 건수는 2021년 말 27만건에서 지난해 말 26만건, 납부액도 44억원에서 4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연체가 1개월 이상 되지 않도록 대출자가 지연배상금까지 모두 상환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대출 금리가 계속 올랐던 만큼 1개월 이상 연체에 따른 배상액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7조원 달하는 코로나 금융지원…은행 수익 악화로 ‘부메랑’

서울시내 은행 현금인출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은행권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연체율이 더 오르면서 부실대출 확대로 인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는 9월에 코로네 펜데믹 기간 동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지원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가 종료될 예정으로, 이에 따른 연체율 상승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코로나 금융지원금은 3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각 은행의 1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모두 200%를 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연체율 상승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 지금보다 더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충당금 확대로 인한 순이익 감소도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출금리 인하는 은행 영업점에서 대출 상품 판매가 저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올해는 기업들 실적도 부진하면서 가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은행도 연체율 상승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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