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미청구 공사액 14조 돌파…3개월 만에 2.2조 증가
[10대건설사 미수금 긴급점검] ①
지난해 미청구 공사 14조2516억…전년比 18.3%↑
현대건설, 3조67억원으로 가장 많아…22% 차지
공사 미수금은 오히려 감소…총 6조8360억 규모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국내 10대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액이 14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인상과 늘어난 미분양 물량 여파로 미청구 공새액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않은 미청구 공사 특성상 당장 실적에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선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10대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액은 총 14조2516억원으로 전년 말(12조496억원) 대비 18.3% 증가했다. 3개월 만에 2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10대 건설사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도급순위에 따른 것으로 ▲삼성물산 ▲현대건설 ▲DL E&C ▲포스코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이 포함된다.
재무제표상 미청구 공사 항목은 건설사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뜻한다. 건설 공사는 장기간에 걸쳐 공사 진행률에 따라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회수하게 되는데 만약 공정률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수주금액을 초과한 실제 공사비를 받지 못하면 미청구 공사로 반영된다. 건설사 입장에선 공사를 진행하고도 대금을 지급 받지 못하는 만큼 미청구 공사 항목을 잠재적 손실로 취급한다. 통상 미청구 공사는 공사기간 지연과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발생한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미청구 공사액 증가
세부적으로 보면 미청구 공사액이 가장 많은 건설사는 현대건설로 올해 1분기 기준 3조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2조4032억원) 대비 25.1% 늘어난 것으로 10대 건설사 전체 미청구 공사액 중 22%에 해당하는 수치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둔촌주공 사업장에서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시공비 갈등이 불거지며 공사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 둔촌주공이 재착공에 들어갔지만 1조원이 넘는 추가 시공비를 두고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현대건설 다음으로 미청구 공사액이 많은 건설사는 업계 1위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의 올해 1분기 기준 미청구 공사액은 1조7115억원으로 전년 대비 78.8% 급증했다. 삼성물산의 미청구 공사액 증가폭은 10대 건설사 중 최대 수준이다. 다만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관계사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현장을 비롯해 대다수가 우량 사업으로 분류돼 비교적 손실 위험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부실 논란이 불거진 롯데건설도 미청구 공사액이 같은기간 1조4727억원에서 1조6609억원으로 늘어나며 뒤를 이었다. 롯데건설은 시행사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지급보증과 정비사업 지급 보증, 민간개발사업 자금보충약정 등 우발 채무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잠재적 위험이 커진 상태다.
반면 GS건설은 10대 건설사 중 미청구 공사액이 유일하게 줄었다. GS건설의 미청구 공사액은 지난해 말 1조1885억원에서 올해 1분기 9562억원으로 19.5% 감소했다. 다만 GS건설의 경우 최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발생한 신축공사 붕괴사고로 미청구 공사액이 다시금 증가해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 ▲현대엔지니어링 1조5678억원(26.4%↑) ▲포스코건설 1조3047억원(26.6%↑) ▲대우건설 1조2302억원(2.7%↑) ▲HDC현대산업개발 9793억원(7.6%↑) ▲DL E&C 9540억원 (15.8%↑) ▲SK에코플랜트 8803억원(6.6%↑) 순으로 미청구 공사액이 많았다.
SK에코플랜트 미수금 대폭 감소
반면 10대 건설사의 공사 미수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기준 10대 건설사의 공사 미수금은 총 6조8360억원으로 전년 말(8조9566억원) 대비 23.7% 감소했다.
공사 미수금은 도급받은 공사를 완료하거나 약속한 진행률에 도달했을 때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했지만 받지 못한 금액을 뜻한다. 공사비를 받지 못한 만큼 건설사 자체 재원으로 이를 충당해 공사를 진행한 셈이다. 공사 미수금은 통상 대손충당금 비중이 낮아 발주처 파산 등의 위험이 발생할 경우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해 대형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공사 진행률에 도달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공사비 청구 권리가 인정되지 않아 돈을 못 받는 미청구 공사금액과 다른 성격의 채권이다.
공사 미수금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SK에코플랜트다. SK에코플랜트의 올해 1분기 기준 공사 미수금은 3809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439억원) 대비 63.5%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중 중단됐던 공사가 재개되면서 공사비 정산이 이뤄진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삼성물산(1조5587억원·49.3%↓)과 HDC현대산업개발(2259억원·34.5%↓), 롯데건설(5762억원·33.9%↓) 대우건설(4360억원·4.6%↓), 현대건설(8943억원·2%↓)도 공사 미수금이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DL E&C 포스코건설, GS건설은 공사 미수금이 늘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DL E&C, 포스코건설의 올해 1분기 기준 공사 미수금은 각각 3554억원 2788억원, 2698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1%, 5.5%, 11.5% 증가했다. 미청구 공사액을 크게 줄인 GS건설의 경우 공사 미수금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 눈길을 끌었다. 같은 기간 GS건설의 공사 미수금은 1조4086억원에서 1조8600억원으로 32%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더디고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청구 공사액과 공사 미수금 증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미청구 공사액을 줄이기 위해선 적체된 미분양 물량이 해소돼야 한다”며 “하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과 공사비 상승 등 외부 요인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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