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될 바엔 미루자”…올해 분양 계획 71% 연기
[10대건설사 미수금 긴급점검] ③ 코로나와 러-우전쟁에 인건비 치솟자 공사비 50%↑
인력난 여전…공사비·분양가 상승세 이어질듯
건설업계, 조합과 공사비 갈등 속출…착공·분양 ‘신중’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올해 1~4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민영아파트 분양실적이 계획 물량의 30% 수준에 그칠 정도로 저조하다. 공사비 상승과 금리 인상, 미분양 리스크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사들이 연초 계획했던 착공·분양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는 모습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3년 전국에서 분양 및 분양계획인 민영아파트(민간분양+민간임대) 342개 단지, 총 27만8958가구 가운데 125곳, 14만6382가구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물량이다.
올해 전체 공급물량의 절반 이상을 상위 10개 건설사가 책임지는 셈이다. 하지만 연초 분양일정이 시장 분위기, 규제 완화 영향으로 줄줄이 연기되면서 올해 4월까지 분양실적은 지난해 말 계획했던 5만4687가구 대비 71% 감소한 1만5949가구에 그쳤다.
올해 1~4월 수도권은 61%, 지방은 80% 분양 미뤄
특히 미분양 리스크가 큰 지방 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5월 10일 기준 올해 1~4월까지 10대 건설사의 민영아파트 분양실적을 권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은 1만302가구, 지방이 5647가구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 조사한 계획물량에 비해 수도권은 2만6747가구에서 1만302가구로 61% 줄어들었고, 지방은 2만7940가구에서 5647가구로 80%나 급감한 것이다.
미분양 리스크 확산으로 주택공급은 줄어든 반면,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주택수요가 늘면서 3월 들어 미분양 물량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미분양 물량은 2월 7만5438가구에서 3월 7만2104가구로 4.4% 줄어들었다.
하지만 청약수요가 일부 유망 지역 및 단지에만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에 미분양을 소진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는 물론, 브랜드 및 규모 등을 고려한 선별청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청약에 적극 나서기 보다는 대기하려는 수요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전반적인 청약시장 분위기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공사비 중 인건비, 10년 전의 3배 넘게 올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자재 공급망이 무너진 데다 품질‧안전 등을 중시하는 정책도 강화하면서 공사비는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공사비 가운데 원자재 등 건축에 투입하는 직접공사비 상승은 물론, 인건비와 현장관리비 등 간접공사비가 크게 올랐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1.11로 2년 전(124.35)과 비교하면 약 20% 상승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주택사업 공사비 가운데 자재비는 수급에 따라 등락을 보이기 때문에 인상률이 정해져 있다”면서도 “문제는 공사비 가운데 60%를 차지하는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른 후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마다 다르겠지만 정비사업 수주 당시 공사비에 비해 현재 인건비가 치솟으면서 공사비가 50%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지난해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면서 현장안전을 강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도 공사비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 특성상 외국인이 많은데 외국인 공사인력에 대한 인건비가 10년 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올랐다”며 “정부가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유입 인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번 오른 인건비는 더 올라가면 올라가지 내려갈 수 없는 구조”라며 “이런 이유로 공사비는 올해 하반기에 더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사비·분양가 상승 전망에 분양·착공 연기
공사비가 오르면서 건설사들은 주택사업에 대한 착공과 분양을 최대한 미루고 있다. 정비사업을 수주하고 착공 시점에 작성한 계약서에 공사비를 명시하는데 이후 건설환경 변화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에 대해 조합과 시공사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는 앞으로 계속 올라갈텐데 착공을 해버리면 올라간 공사비를 조합과 시공사 중에 누가 감당할 것인지 다툴 여지가 많다”며 “분양 시장이라도 좋으면 일반분양을 통해 늘어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겠지만, 금리 인상 이후 입지나 사업조건이 뛰어나지 않은 현장에서는 미분양이 발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착공‧분양 일정을 미루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사비 상승과 함께 아파트 분양가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69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1만원)과 비교해 11.7% 상승했다. 이는 2017년 1161만원 대비 6년 동안 46.3% 뛰어오른 것이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아파트 분양가는 연평균 8.1% 상승했다.
앞으로도 분양가 상승세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5월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00으로 전월보다 9.1포인트 상승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기존 분양가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과 금융 비용을 감안했을 때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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