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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디지털로 옮긴 ‘팀 네이버’…기술 고도화하자 쏟아지는 사업 성과

‘디지털 트윈’ 역량 집대성한 제2 사옥 1784, 세계 이목 사로잡아
사우디 장관 이어 WTO 사무총장도 방문…사람-로봇 공존 살펴
수자원공사와 ‘물관리’ 솔루션 발굴…네옴시티에 기술 수출 타진

오콘조-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23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방문해 배달로봇 루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현실을 디지털로 옮기는 기술. 네이버가 그간 쌓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역량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의 기업·기관이 현재 자신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 ‘팀 네이버’를 찾고 있다.

네이버는 계열사 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 등을 통해 디지털 트윈의 핵심 기술을 대거 확보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세계를 가상에 정밀하게 구현, 시뮬레이션 등을 진행하는 개념을 말한다. 기계·장비 따위의 사물은 물론 현실 공간을 가상 세계에 옮겨 모의실험 등을 진행하는 게 핵심이다. 현실 세계를 가상 공간에서 옮기면 인공지능(A)·빅데이터 등을 통한 분석이 수월해진다. 사업 진행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서비스·기기 등의 성능을 높일 방안을 찾는 식으로 활용된다.

지난해 4월 완공된 네이버 제2 사옥 1784는 ‘팀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1784는 ‘로봇 친화’에 방점을 찍은 건물이기도 하다. 건물 내 자율주행 로봇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커피를 배달하고 물건을 배송한다. 로봇이 다니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있다. 클라우드·5G 등을 통해 로봇이 로봇을 제어하고 동작하는 공간을 구현했다.

네이버는 1784를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구축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집대성했다. 1784의 현실 공간을 디지털에 고스란히 옮겨 ‘디지털 쌍둥이 건물’을 만들었다. 가상에 구현된 1784는 로봇이 세상을 보는 눈으로 활용된다. 건물 전체가 새로운 사업적 실험장으로도 운영될 수 있는 것도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한다.
자율주행 로봇 브레인리스 루키가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돌아다니는 모습. [영상 송재민 기자]

팀 네이버의 역량이 고스란히 묻어난 이 공간은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올해 3월까지 미국 국무부 및 국토안보부 차관, 싱가포르 정보통신부 장관, 오스트리아 하원의장 등 54개국에서 약 4000명 이상이 방문했다. 네이버가 1784를 통해 시도 중인 혁신적인 기술 실험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지난 23일에는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1784를 찾기도 했다. 응고지 사무총장 일행은 1784를 방문해 네이버가 보유한 AI·로봇·디지털트윈 등의 첨단 기술을 직접 체험했다. 이번 방문에는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와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등이 함께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WTO 사무총장은 1784에 적용된 다양한 기술들을 직접 체험한 뒤 “디지털 기술이 무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은 업계와 각국 정부에 도전과 기회를 불러올 것으로 본다. 오늘 한국의 젊은 디지털 기업인들과의 고무적인 토론을 통해 한국이 디지털 전환의 선두에 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트윈으로 마련한 ‘사업적 기회’

네이버는 독자적으로 구축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사업 확장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대형 건물이나 도시 단위를 ‘설계’하거나 ‘계획’하는데 이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디지털 트윈은 새로운 건축물·도시 따위를 현실에 구현하기 전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찾아내거나 구상한 취지에 맞게 시설물 운영이 가능한지를 살피는 데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스마트시티 실현을 위해 디지털트윈 기술을 접목하는 식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꼽힌다.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산악지대를 인공도시로 탈바꿈하는 약 7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다. 네옴시티를 구축하기 전 문제를 찾고 운영 효율화를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는 식이다. 마제드 알 호가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MOMRAH) 장관 등 네옴시티 추진 업무를 맡은 사우디 정부 23명 인사들은 지난해 11월 1784를 찾아 디지털 트윈 기술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한 바 있다.

네이버는 호가일 장관 방문 후 지속적인 논의 끝에 기술 수출의 포문을 열기도 했다.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투자부(MISA)와 업무협약(MOU)을 지난 3월 체결하면서 네옴시티 사업 참여 가능성을 높였다.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다각적 협력을 한다는 게 협약의 핵심 내용이다. 국내 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직접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인사들이 업무협약(MOU) 체결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진행된 협약식에는 채선주 네이버 ESG·대외 정책 대표,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한상영 네이버클라우드 상무 등이 참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측에선 마제드 알 호가일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무싸드 알오테이비 자치행정주택부 차관, 칼리드 알팔리 투자부 장관, 파하드 투자부 알나임 차관 등이 자리했다. [사진 네이버]

이는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 역량을 ‘팀 네이버’로 묶어 지속해 일원화한 노력이 뒷받침된 성과다.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와 1784 사옥을 건설할 당시부터 꾸준히 쌓아온 디지털 트윈 기술을 클라우드 솔루션 형태로 묶어 ‘아크아이’를 출시한 바 있다. 고정밀 측위를 통해 현실 세계를 가상에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탑재됐다. 지하철·쇼핑몰·공항 등의 건물에 대한 공간 정보를 ㎝ 단위로 가상에 옮길 수 있다.

해당 기술을 도시 단위로 확장하는 솔루션도 갖췄다. 아크버스로 명명된 이 솔루션은 네옴시티 수주의 핵심으로도 꼽힌다. 아크아이에 네이버 자체 기술 얼라이크(ALIKE)를 더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항공사진과 차량으로 찍은 사진을 3D로 복원해 데이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 도시 모습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모바일 매핑 시스템(MMS) 데이터를 활용, 오차범위를 10㎝ 이내로 줄였다. 통상적인 맵핑 기술의 오차범위가 5m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기술력 수준에선 네옴시티와 같은 도시 단위 계획에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왼쪽부터)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정경윤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직무대행,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24일 업무협약식을 진행했다. [사진 네이버]

국내에서의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는 지난 24일 한국수자원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물관리 분야에 접목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어라이크를 활용해 실제 도시와 똑같은 환경을 구현하고, 이를 기반으로 문제를 분석해 보완한다는 취지다. 3사는 이번 협약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물관리 복잡성 및 불확실성 증가에 대응할 방침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빈번한 가뭄 및 극한 홍수 등 물 재해로부터 국민 자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022년도 경영 실적을 발표하며 “1784 건물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네옴시티 관련해 로봇·디지털트윈·자율주행·증강현실(AR)·AI 등 미래 기술을 건설 회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스마트빌딩·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하나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빌딩이나 스마트시티에 네이버 솔루션이 통합 방식으로 들어가면, 수익 창출이 가능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커머스·메타버스·커뮤니티 등 자사 온라인 서비스가 오프라인 영역에서 더욱 밀접한 형태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옴시티 관광단지 ‘트로제나’ 상상도. [사진 네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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