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입찰조건…노량진1구역 시공사 선정, 제동 걸리나
동작구청 “시공자 입찰계획안 수정하라” 통보
까다로워진 건설업계, 공사비 3.3㎡ 당 695만원에 ‘유찰 가능성’ 부상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입지와 규모 면에서 노량진뉴타운(노량진재정비촉진구역) ‘대장 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노량진1구역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 암초를 만났다.
당장 시공사 입찰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조합이 내건 조건으로는 입찰을 진행해도 참여하는 시공사가 없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작구청은 지난 10일 노량진1구역 조합이 제출한 시공사 입찰계획안에 대해 수정할 것을 통보했다. 동작구청은 해당 계획안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및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상 위반사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동작구청, 도정법 위반한 계획안 ‘수정 통보’
특히 입찰계획안 중 ‘입찰보증금 500억원 무이자 대여전환 및 후상환’ 조건이 문제가 됐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한남뉴타운 3구역 수주전이 과열된 이후 시공과 관련 없는 금전이익 항목을 조합원에게 약속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도정법 제132조 2항에서도 건설업자와 등록사업자가 조합과 시공계약 체결 시 이사비·이주비·이주촉진비 등 시공과 관련 없는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동작구청은 조합이 입찰지침으로 내건 조건이 이 같은 법·규제를 위반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노량진1구역 입찰계획안은 시공계약 후 설계도서 누락 또는 오류 등을 이유로 설계변경이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 없다는 조항을 달고 있으며, 도급공사비에 모델하우스 등 건축공사비를 포함하는 등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때는 공공지원자(구청)의 검토를 받아야 입찰공고를 낼 수 있으므로 올해 7월로 예상됐던 노량진1구역의 시공사 선정 일정은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동작구청의 의견 일부는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작구청은 노량진1구역에 대한 검토의견 회신에서 “(시공사에) 사업비를 모두 상환한 후 공사비를 지급하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공사비는 공정률에 따라 지급되는데, 동작구청 의견대로라면 조합 사정상 준공이 임박해서야 건설사에 공사 기성금을 줄 수 있는 조건이라 현실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주변보다 낮은 공사비…‘선별수주’ 대세인 시장과 엇박자
정비업계에서는 결국 입찰계획안 재검토 끝에 노량진1구역이 시공권 입찰을 진행하더라도 예상보다 참여하는 건설사가 적거나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량진1구역의 유력한 입찰 후보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인데 이 같은 1군 건설사가 최근 자재비 급등과 금리인상 여파로 정비사업마다 사업성을 까다롭게 평가해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합이 제시한 3.3㎡(평) 당 공사비는 695만원으로 최근 서울 소재 정비사업의 계약 단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노량진과 가까운 ‘한남뉴타운 2구역’이 지난해 11월 시공권 입찰에서 제시한 공사비(예정가격)는 3.3㎡ 당 763만원이었다. 올해 1월 시공사를 뽑은 ‘방배 신동아’ 재건축 공사비도 3.3㎡ 당 731만원이었다. 곧 시공사 선정을 앞둔 양천구 ‘신정4구역’이 내건 공사비도 3.3㎡ 당 745만원으로 700만원이 넘는다.
게다가 노량진1구역의 경우 물가상승률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2년간 유예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어 향후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에 이어 올해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등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조합과 시공사가 대립각을 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착공에 임박한 수도권 현장 공사비도 690만원 전후로 형성돼 있다”며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공사비 책정은 추후에도 공사비 갈등의 씨앗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은 시공권 입찰을 5번 진행했으나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했고 마포구 ‘공덕 현대아파트’ 역시 최근 입찰 참여 업체가 한 곳도 없어 재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설명회 당시 여러 건설사 관계자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던 중구 ‘신당9구역’마저 본입찰에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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