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답 중동서 찾는다…투자업계 오일머니 ‘주목’
[GAIC 2023] ③
종교·문화 등 폐쇄성 뚜렷…“세법 등 변수 고려해야”
중동 핵심 사우디 공략…빈 살만 비전 2030 이목집중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세계적 경기 침체 속 중동 시장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동의 중심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사우디 비전 2030’을 천명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중동의 경우 정치와 문화 등 많은 부분에서 주요 시장들과 차이를 보이는 만큼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선 면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열린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열린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 2023 제 4세션에서는 ‘확산하는 중동붐, 투자협력 통한 시너지 창출’을 주제로 국내 전문가들이 모여 중동 투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가장 먼저 토론자로 나선 박인대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중동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인프라 확충에 대한 수요가 상당한 만큼 기회가 많을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투자 업계에서는 중동 국부 펀드 규모가 4경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 파트너는 “중동 지역에선 인프라 부문에서 성장 가능성이 커 투자 기회가 많고, 다른 국가에 비해 세율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윤지선 사학연금 대체투자 실장도 “사학연금은 과거부터 해외대체투자와 해외주식에 대응해왔다”며 “대체투자 행태를 보면 부동산·프라이빗에쿼티·프라이빗크레딧이 중심이 되는데 중동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서 상품 투자를 하는 기회를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경기 침체 극복의 답이 오일머니에 있다고 봤다. 앞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오일머니가 대안으로 부상하며 중동 시장이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태우 알케믹인베스트먼트 투자부문 대표는 “금융 위기가 있을 때마다 중동 오일머니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흐름은 공통적”이라면서 “과거 아쉬웠던 부분들을 2023년 현재는 많은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관심 가졌던 부분은 시티뱅크, 인프라 펀드, 부동산 펀드 등 선진국형 투자섹터”라며 “2023년 현재는 카카오나 넥센, 배터리 등 한국이 주도하는 섹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중동 비즈니스, 관계가 중요
이날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중동 시장 투자를 위해선 특유의 폐쇄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동 시장의 경우 지리적 특성과 법률, 문화 등 고려해야 될 변수가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동 국가들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방산이나 뱅킹(Banking) 등 특정 산업에 대해 외국인이 현지 법인을 100% 소유하지 못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특유의 유목정신과 이슬람에 기반해 ‘관계’를 중요 시 하는 경향이 있다.
박 파트너는 “앞으로 산업 다변화로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데, 그 나라(중동)의 외국인 투자환경이나 세제, 법규를 확인해야 한다”며 “중동 시장은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여전히 문턱이 높고 정보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천 한·사우디 친선협회 회장은 “중동 비즈니스를 위해선 문화와 역사를 알아야 한다”며 “특히 사전 정보 없이 진출하면 손해를 본다는 유목민 정신은 현대의 중동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계를 중시하는 이슬람 사회의 정서도 고려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투자 라이센스 보유 여부와 현지법인 설립 유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파트너는 “선진국에선 외국인 투자 라이센스가 필요 없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라이센스를 획득해야 투자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카타르도 아직까지 지분 제약이 있지만 개선되고 있고, 토지는 외국인이 소유하지 못하지만 베트남이나 중국도 토지 사용이 제한된 만큼 투자자로서 불편함을 느끼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 초창기에 투자 유치 경쟁에 힘쓰다 안정기에 접어들 때쯤 세무적인 문제로 발목 잡힐 수 있어 초창기부터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지 과세 부담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데, 내년에 ‘글로벌 미니멈 택스(Global Minimum Tax)’ 제도도 시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중심은 사우디
전문가들은 중동 시장 공략에 있어 사우디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봤다. 중동 국가들의 중심에 있는 사우디를 알아야만 성공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사우디는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통하는 빈 살만 왕세자를 중심으로 ‘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제안된 비전 2030은 보건의료와 교육, 인프라, 관광 등 경제 구조를 다양화해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 산업 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다.
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전 세계에서 이런 성장성이 나올 만한 그로스 마켓이 앞으로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기회의 땅”이라며 “기회가 주어진 만큼 리스크도 있겠지만 지혜롭게 헤쳐 나간다면 상당히 좋은 투자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천 한·사우디 친선협회 회장은 “사우디 시장을 알기 위해선 ‘사우디 비전 2030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사우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비전 2030에 따른 한국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여기고 있는 사우디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협회장은 “산업 다각화로 국부펀드 운영전략이 바뀌는 상황에서 사우디 왕세자는 한국이 사우디 비전 2030의 전략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며 “기존 건설 뿐만 아니라 제조업, IT, 엔터 등 다양한 산업과 협력하는 투자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장 고문도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과 상호투자관계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며 “게임,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 관련 분야, 암모니아 등 신 에너지에 관심을 가지며 앞서 나가고 있어 양국이 시너지를 내면 장기적으로 협력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 중국 외자판호 획득
230인 미만 사업장에 주52시간제 계도기간 종료
3경기 여주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전국 16번째 사례
45조원 규모로 성장한 크리에이터 미디어 산업 매출
5산은 “3년간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에 100조원 규모 공급”
6SKT, SK커뮤니케이션즈 등 3개 자·손자사 삼구아이앤씨에 매각
7스마트폰 가격 내려갈까…‘단통법 폐지안’ 국회 통과
8이지스운용, 남산 힐튼 부지 ‘초대형 복합개발 사업’ 시동
910월 출생아 수 12년 만에 최대 증가…혼인도 5년 만에 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