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날 먹던 ‘추억의 치킨도리아’…국민 레스토랑 꿈꾸던 ‘스카이락’ [망했어요]
1994년 국내 상륙, 日 외식 브랜드 ‘스카이락’
4000~1만5000원대 가격부터 한국 입맛 저격
가성비 정책으로 흥망성쇠...2006년 국내 철수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어렸을 때 가족이나 친구, 연인의 생일, 졸업식,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경양식 집에서 들러 꼭 사먹던 ‘치킨도리아’와 ‘함박스테이크’.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1990년대 중반에는 이 대표 메뉴들을 앞세웠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었다. 바로 ‘스카이락’(SKYLARK)이다.
스카이락은 일본 외식 브랜드로 1994년 CJ푸드빌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생겨났다. 온 가족이 만족하는 다양한 메뉴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추구하며 4000~1만5000원대 가격대의 스테이크나 스파게티를 포함해 100여가지의 가성비 좋은 경양식 메뉴로 인기를 끌었다.
‘치킨 도리아’의 원조...가성비 앞세운 ‘한국적인 양식요리’
전국 어디에서나 누구든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국민 레스토랑’을 지향하며 국내에 빠르게 매장을 넓혀나갔다. 1994년 9월 논현점 개점을 시작으로 다양한 메뉴로 한국의 맛을 추구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스카이락은 강서구 내발산동에 2호점, 강동구에 3호점을 잇따라 연 뒤, 대도시 교외 및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1995년 10개, 1998년 50개를 추가개설하는 등 2001년까지 매장 수는 100여개 가까이 늘어났다.
이처럼 스카이락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비결은 ‘한국적인 양식요리’, 우리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독창적으로 개발해 어느 연령에도 잘 맞는 맛있는 요리를 선사한 것으로 꼽힌다. 기존 가족레스토랑과 달리 상대적으로 저가정책을 펴낸 것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또 당시 국내엔 가족 단위 외식이 늘어나고 서구식 식습관이 확대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여기에 4000원~1만5000원의 폭넓은 가격대로 ‘가성비(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 외식장소’로 불리던 것 역시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당시만 하더라도 패밀리 레스토랑 하면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자주 가지는 못했다. 스카이락과 함께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꼽히던 투모로우 타이거, 코코스, 쇼비즈 등은 고가 정책으로 인해 사라지고 코코스, 스카이락 등만 살아남았다.
발목 잡은 저가 정책...고급화 레스토랑에 밀렸다
하지만 이 가성비 정책이 발목을 잡았다. 스카이락은 국내에 들어온 초반 당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외식 업계에 불었던 ‘고급화’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고급화’를 앞세운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가 속속 등장했지만 스카이락은 여전히 중저가에 머무르며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스카이락은 고객 한명 당 ‘객단가’는 평균 1만5000원을 넘는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의 절반 수준 7000원대였다. 외식을 한번 하더라도 비싼 가격을 주고 제대로 먹자는 소비자들의 트렌드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외식산업 고급화 흐름 속에서도 맛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가성비’ 전략이 꾸준히 인기를 끌 것이란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이에 CJ푸드빌 측은 스카이락이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2006년 스카이락을 철수했다. 대신 1997년 시작한 ‘빕스’ 등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이후 1990~2000년대 도약기에 다수의 해외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가 국내에 속속 진출해 제2의 패밀리레스토랑 시대를 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TGIF, 베니건스, 씨즐러, 마르쉐, LA팜스, 플래닛 헐리우드, 데니스, 판다로사 등의 경쟁이 치열했다. 그리고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로 인한 외식업계 불황을 기점으로 경쟁 구도가 재편됐다. 2000년대 들어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 등 후발 주자가 진입했고 일부 브랜드가 철수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성기 시대를 맞았다”라며 “일반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이 강한 레스토랑과 달리 스카이락은 합리적인 가격과 다채로운 구성으로 소비자 선호도가 높고 가성비의 경쟁력을 앞세워나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결국 소비자는 고가 전략을 펼치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본연의 특징을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한번 지출을 하더라도 제대로 소비하고 말자는 소비 트렌드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이재명, '위증교사' 혐의 1심서 무죄..."재판부가 진실과 정의 되찾아"
2오피스텔 마지막 규제, 바닥 난방도 허용…생숙→오피스텔 전환 지원
3농심 오너家 신상열, 상무→전무 승진...3세 경영 속도
4MBK, 10년 내 고려아연 팔까…경영협력계약 ‘기한’ 명시 없어
5GS리테일 4세 허서홍 시대 열린다...오너가 세대 교체
68억 아파트, 6700억으로 '껑충'…손해만 봤다, 왜?
7이재현 CJ 회장 “마지막 기회 절실함” 당부…인사 이틀만에 소집
810조 대어 놓친 韓조선, ‘원팀’ 물꼬 튼 한화오션·현대重
9한동훈 "가상자산은 청년들의 희망, 힘겨루기 할 때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