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IPO ‘자금 블랙홀’ 누가 될까…대어급 기업 출격 대기
[하반기 진짜 ‘대어’가 온다]➂
지난해 12월 이후 코스피 상장 ‘0건’
코스피 공백 깰 기업 넥스틸 기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이동채 구속 발목
“증시 불안에 대어 등장 시점 향한 관망세 지속”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SGI서울보증보험 등 조(兆) 단위 기업이 등장하면서다. 코스피 상장이 중요한 만큼 대어급 기업들은 기업 가치와 상장 시기를 두고 ‘눈치 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신규 상장한 기업은 지난해 12월 22일 상장한 바이오노트 이후로 한 건도 없다. IPO 시장이 조 단위 몸값의 대어급 기업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다.
상반기까지 중소형주 위주로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된 반면 ‘자금 블랙홀’이라고 불릴 만한 대어급 기업 상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몸값이 큰 기업이 시장에 입성할 만큼 증시 상황이 회복되지 않은 모양새다.
실제 IPO 활황기로 꼽혔던 2021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조 단위 기업만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카카오뱅크(323410), 크래프톤(259960), HD현대중공업(329180), 카카오페이(377300) 등 7곳이었다.
그러나 얼어붙었던 지난해 IPO 시장보다 올해는 일부 회복된 모습이다. 기관 수요 예측이 흥행하면서 투자 심리도 돌아오는 모양새다. 지난달 모니터랩(1715:1) 트루엔(1689:1), 기가비스(1670:1) 등 3개 기업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조 단위 몸값을 기대하고 있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넥스틸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한국거래소에 각각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예심 청구를 마치고 올해 가장 빨리 코스피 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넥스틸이다. 한국거래소는 통상 45 영업일 안에 예비 심사 승인 여부를 알린다. 이후 기업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관 설명회(IR), 수요 예측, 청약, 주금 납입 등 상장 절차를 밟는다.
당초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올해 코스피 상장 1호 기업으로 거론됐지만 이동채 에코프로 그룹 회장의 구속이 발목을 잡았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최대 주주는 에코프로(지분율 52.78%)로 에코프로의 최대 주주는 이 회장(18.84%)이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11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구속됐다. 대주주 경영 투명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정확한 소명 요구 등으로 상장 일정이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넥스틸이 올해 첫 코스피 상장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넥스틸은 지난 2021년 하나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절차를 밟아왔다. 넥스틸은 1990년 설립된 철강 제조기업이다. 원유나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유정관, 송유관 등 강관을 재가공하고 유통하는 기업이다. 현재 거래소의 심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로봇 열풍 탄 두산로보틱스 하반기 IPO 기대주”
6월부터 예심 청구를 목표로 속도를 내는 기업들도 여럿이다.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으로 주목받은 SGI서울보증보험은 오는 6월 상장 예비 심사를 마치고 하반기 공모를 계획하고 있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다.
SK에코플랜트, LG CNS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줄줄이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두산(000150)그룹이 7년 만에 상장하는 두산로보틱스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이 지분 90.9%를 보유한 국내 1위 협동로봇 기업이다. 두산로보틱스 상장으로 두산 주가 상승에도 기대감이 집중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3월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도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두산로보틱스는 2021년 12월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당시 약 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파두는 지난 3월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뷰티 테크 기업 에이피알, 데이터 플랫폼 기업 IGA(아이지에이)웍스 등도 하반기 상장을 노리고 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조 단위 기업 중 흥행에 성공할 기업이 누가 될지도 관건이다. IPO가 증시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꾸준히 주목받을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하반기 IPO 중 자금이 몰릴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두산로보틱스”라면서 “로봇 열풍은 물론 두산로보틱스 매출이 레인보우로보틱스보다 높은데, 레인보우로보틱스 시총은 2조원대다. 두산로보틱스가 이를 고려해 더 높은 기업 가치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대표는 “공기업 보험사인 SGI서울보증보험은 기업 가치가 크게 오른다기보다 배당주 성격이 강해 중소형 기관 투자자까지 사로잡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IPO 기대감은 높지만 상장 일정을 구체화한 기업은 아직 없는 상태다. 예비 심사 승인부터 상장 절차가 많이 남은 만큼 10월이 지나야 정확한 일정이 눈에 띌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는 “상장 일정이라는 게 밀릴 수도 있고 거래소 등과 논의할 것도 많아 확정하기 매우 조심스럽다”면서 “기업들은 가장 알맞은 시장 상황에 맞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대어급 기업을 향한 시장의 관망세도 이어지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시장은 기관투자자가 투자할 만한 대어급 및 중견기업의 IPO 추진이 재개될 시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증시 불안 우려감과 여유 자금 조달 확보에 어려움을 보이면서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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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신규 상장한 기업은 지난해 12월 22일 상장한 바이오노트 이후로 한 건도 없다. IPO 시장이 조 단위 몸값의 대어급 기업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다.
상반기까지 중소형주 위주로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된 반면 ‘자금 블랙홀’이라고 불릴 만한 대어급 기업 상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몸값이 큰 기업이 시장에 입성할 만큼 증시 상황이 회복되지 않은 모양새다.
실제 IPO 활황기로 꼽혔던 2021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조 단위 기업만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카카오뱅크(323410), 크래프톤(259960), HD현대중공업(329180), 카카오페이(377300) 등 7곳이었다.
그러나 얼어붙었던 지난해 IPO 시장보다 올해는 일부 회복된 모습이다. 기관 수요 예측이 흥행하면서 투자 심리도 돌아오는 모양새다. 지난달 모니터랩(1715:1) 트루엔(1689:1), 기가비스(1670:1) 등 3개 기업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조 단위 몸값을 기대하고 있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넥스틸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한국거래소에 각각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예심 청구를 마치고 올해 가장 빨리 코스피 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넥스틸이다. 한국거래소는 통상 45 영업일 안에 예비 심사 승인 여부를 알린다. 이후 기업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관 설명회(IR), 수요 예측, 청약, 주금 납입 등 상장 절차를 밟는다.
당초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올해 코스피 상장 1호 기업으로 거론됐지만 이동채 에코프로 그룹 회장의 구속이 발목을 잡았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최대 주주는 에코프로(지분율 52.78%)로 에코프로의 최대 주주는 이 회장(18.84%)이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11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구속됐다. 대주주 경영 투명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정확한 소명 요구 등으로 상장 일정이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넥스틸이 올해 첫 코스피 상장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넥스틸은 지난 2021년 하나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절차를 밟아왔다. 넥스틸은 1990년 설립된 철강 제조기업이다. 원유나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유정관, 송유관 등 강관을 재가공하고 유통하는 기업이다. 현재 거래소의 심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로봇 열풍 탄 두산로보틱스 하반기 IPO 기대주”
6월부터 예심 청구를 목표로 속도를 내는 기업들도 여럿이다.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으로 주목받은 SGI서울보증보험은 오는 6월 상장 예비 심사를 마치고 하반기 공모를 계획하고 있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다.
SK에코플랜트, LG CNS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줄줄이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두산(000150)그룹이 7년 만에 상장하는 두산로보틱스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이 지분 90.9%를 보유한 국내 1위 협동로봇 기업이다. 두산로보틱스 상장으로 두산 주가 상승에도 기대감이 집중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3월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도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두산로보틱스는 2021년 12월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당시 약 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파두는 지난 3월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뷰티 테크 기업 에이피알, 데이터 플랫폼 기업 IGA(아이지에이)웍스 등도 하반기 상장을 노리고 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조 단위 기업 중 흥행에 성공할 기업이 누가 될지도 관건이다. IPO가 증시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꾸준히 주목받을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하반기 IPO 중 자금이 몰릴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두산로보틱스”라면서 “로봇 열풍은 물론 두산로보틱스 매출이 레인보우로보틱스보다 높은데, 레인보우로보틱스 시총은 2조원대다. 두산로보틱스가 이를 고려해 더 높은 기업 가치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대표는 “공기업 보험사인 SGI서울보증보험은 기업 가치가 크게 오른다기보다 배당주 성격이 강해 중소형 기관 투자자까지 사로잡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IPO 기대감은 높지만 상장 일정을 구체화한 기업은 아직 없는 상태다. 예비 심사 승인부터 상장 절차가 많이 남은 만큼 10월이 지나야 정확한 일정이 눈에 띌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는 “상장 일정이라는 게 밀릴 수도 있고 거래소 등과 논의할 것도 많아 확정하기 매우 조심스럽다”면서 “기업들은 가장 알맞은 시장 상황에 맞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대어급 기업을 향한 시장의 관망세도 이어지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시장은 기관투자자가 투자할 만한 대어급 및 중견기업의 IPO 추진이 재개될 시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증시 불안 우려감과 여유 자금 조달 확보에 어려움을 보이면서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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