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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주택의 미래는? 집과 호텔, 정주와 체류의 중간 어디쯤[김현아의 시티라이브]

도시인 외부 활동 늘어…여행객의 주택·아파트 대여 유행

에어비앤비 숙소 모습. [사진 에어비앤비]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 요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휴가계획보다 ‘○○에서 한 달 살아보기’에 대한 경험이나 계획을 들을 기회가 더 많다. 여름휴가 또는 자녀들 방학을 이용한 여행, 관광에서 벗어나 장기여행이나 테마여행을 하는 경우가 증가한 탓도 있지만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단기여행이 늘어나는 등 여행의 종류와 형태가 매우 다양해진 것이다. 주 5일제 정착 이후 ‘불금(불타는 금용일)’이라며 유흥으로 주말을 맞이하는 시간으로 활용되던 금요일 저녁은 이제 주말을 이용한 ‘차박(차를 타고 원하는 장소에 도착해 차에서 자고 오는 것)’이나 단기여행 출발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고 있기도 하다.

여행이 곧 일상이 되는 라이프스타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표하는 ‘2022년 국민여행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여행경험율은 49.4%(2022년 4분기 기준)에 달한다. 여행경험율이란 15세 이상의 전 국민 중에서 국내 숙박 및 당일 여행을 다녀온 비율을 뜻한다. 매월 15세 이상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유명한 장소를 보러, 맛난 음식을 먹으러 집을 떠나 낯선 장소를 방문하고 온다는 뜻이다. 

특히 교통의 발달로 전국이 1일 생활권이 되면서 당일 여행이 늘어나고 있다. 숙박을 하더라도 전통적인 숙박공간보다는 다양한 대안을 선택하는 경우 또한 늘어나고 있다. 숙박공간 중 가장 많은 이용율을 차지한 곳은 호텔, 콘도미니엄, 리조트, 모텔 등이 아닌 펜션이나 가족, 친척집으로 나타났다. 호텔은 8월 여름바캉스 목적의 숙박공간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으며, 그 외 계절에는 호텔보다 다른 숙박공간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집, 이제 숙박공간이 될까

그렇다면 요즘 도시에 사는 사람들, 그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개인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집에 가장 오래 머무는 활동을 따지면 바로 수면일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지역 내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가정주부들도 늘면서 그 외에는 도시인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선진국 사례를 통해 예견됐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고, 소득이 증가하고, 다양한 사회보장제도들이 마련되면 우리는 집에서보다 집밖에서 더 많은 활동과 소비를 하게 된다. 활동에 제약이 생기게 되는 노년의 삶 역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이 생기면서 집이 아닌 곳에서의 삶으로 대체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잠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조사가 있었지만, ‘엔데믹’ 이후 다시 늘어난 여행수요를 보면 이 같은 추세는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이런 추세라면 집은 진짜 잠만 자는 숙박공간이 되는 것일까? 혹자는 집과 숙박공간에서의 수면과 휴식은 질적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맞다. 둘은 같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지속성과 안정성이다. 숙박공간은 내가 지불하는 숙박료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서비스 차이를 보인다. 그렇지만 집은 나와 가족이 제공하는 서비스이며, 일회적이지 않다.

숙박공간에서의 생활이 화려하고 유행을 따를 수는 있겠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은 반면, 집은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있는 곳이며 숙박비를 내지 않고도 ‘비빌 언덕’ 같은 삶의 피난처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의 숙박공간화 흐름은 인정하지만 집이 숙박공간 자체로 전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 

그런데 필자는 여행통계를 통해 ‘집의 숙박공간화’가 뚜렷한 트렌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주택소유자가 잠만 자기 때문에 숙박공간이라는 것이 아니고, 주택을 숙박공간으로 타인에게 공유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펜션, 친척이나 지인의 집(아마 이것은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숙박 경험이 포함될 것이다)을 숙박공간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점이 그렇다. 
 
주거와 숙박의 모호한 경계, 빈집활용·임대료 보전에 도움

20~30대들은 호텔 숙박을 선호한다. 이들은 일명 ‘호캉스’라고 여름휴가를 호텔에서 시원한 에어컨과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으로 즐기는 세대다. 이들에게 있어 호텔은 쾌적하고 멋진 자기 집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소비의 연장이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추었던 시기동안 많은 호텔과 술집이 문을 닫았지만, 서울 중심에선 단독주택 등 집을 빌려 호텔이나 술집을 대신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공간이용이나 공유에 유연하다. 

한편 중장년층에게 호텔에서의 숙박은 경제적으로 부담스럽고, 재미가 없다. 이들에게 여행지에서의 숙소는 진짜 잠만 자는 공간인데, 그런 점을 감안하면 호텔 숙박료는 너무 비싼 것이다. 반면 펜션이나 지인의 집은 그들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고, 다른 이들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다. 집은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인생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굳이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고 외부 방문객들에게 자신들의 집을 빌려주는 비즈니스가 늘어나고 있다. 호텔 공급이 충분치 못한 지방도시에서 집을 빌려주는 서비스는 관광객과 방문객을 수용하는 효율적인 방법이 된다.

특히 아파트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빌려 쓰는 아파트’는 호텔과 콘도의 중간 형태라는 점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집주인이나 임차인의 경우 며칠 대여해주고 한 달 임대료를 받는 경우도 있어 손해 볼 일은 없다. 다만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만 피해를 볼 뿐이다. 여행객들이 밤늦게까지 숙소에서 술과 음식을 먹고 떠드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으로 이런 식의 아파트 단기 임대는 불법이다. 그렇지만 여행사이트를 검색하다보면 아파트 대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씁쓸하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도시에서 끊임없이 아파트가 지어지고 팔리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도시의 집값과 호텔비는 비싸다.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고 머물러서 기회를 얻고 싶은 도시일수록 더더욱 비싸다. 이런 도시에서는 집과 숙박공간의 경계가 더 빨리 허물어지는 것 같다. 집값이 비싸므로 ‘풀소유’에서 임차로, 또 공유로 그렇게 소유권과 점유권이 세분화하고 있다. 또한 집값이 비싸므로 비싼 임대료를 보충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집을 공유해야만 한다. 이렇게 미래의 집은 집과 호텔, 정주와 체류의 중간 어디쯤을 향해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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