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논란·가격 폭락에도 ‘불타는 코인’
[사기에 얼룩진 코인세계] ② A코인, 지지자 vs 피해자 간 맞불 시위
7달러→0.01달러 폭락…“토큰 이코노미 경쟁력 떨어져”
“검증된 거래소서 투자해야”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유사수신과 잘못된 프레임을 씌우는 경찰은 물러가라! A코인이 사기면 암호화폐(가상자산) 전부 사기다!”
지난 12일 A코인 플랫폼 지지자들이 울산지방경찰청 앞에 모여 큰 목소리를 냈다. 지지자들은 경찰이 정상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폰지(다단계 금융) 사기’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삭발식까지 진행하며 강력한 의지를 표했다. 이들은 “실적을 위해 수사하는 울산 경찰과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안티 집단을 규탄한다”며 “플랫폼을 지키기 위해 모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지난 14일에는 서울 강남구 선릉역 근방 모임 공간에서 이 A코인 플랫폼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강의실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과 푸근한 인상의 주부들이 빼곡히 자리했다.
이날 일종의 지부장격 역할을 맡고 있는 김모씨는 “앞서 울산 집회에 대해 도움과 응원을 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강연 중에는 ‘안티’를 언급하며 A코인을 비판하는 이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도대체 A코인은 어떤 코인이길래 이처럼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것일까. 이 코인은 지난 2019년 8월 출범한 가상자산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 연동된 것이 특징이다. 영화·웹툰·게임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향후 넷플릭스 같은 경쟁력 있는 OTT로 성장할 것이라며 투자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새로운 투자자를 이끌어오면 가입시킨 투자자 수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여기에 맞춰 등급(1~8성)별로 수익을 배분해 ‘다단계’ 논란이 일었다는 점이다. 원금보장을 약속하고 최대 월 12% 고수익도 약속했다. A코인 가격은 지난해 2월께 7달러(약 78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현재 0.01달러(약 13원)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큰 손해를 본 피해자들도 다수 발생했다. 지난 5월 19일 울산경찰청 앞에선 A코인 피해자 10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손해 본 금액만 적게는 100만원대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 이모씨는 “2년 전 친한 친구에게 A코인을 소개받아 2억4000만원을 투자했는데 가격이 폭락해 절망스럽다”며 “돈도 잃고 친구도 잃게 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울산경찰청은 A코인 관련 업체 대표 등 39명을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로 수사 중이다.
“다단계 아닙니다”…‘프로토콜 경제’입니다?
이 같은 풍파에도 A코인을 향한 믿음은 여전히 견고하다. 14일 세미나에서도 강연자 김씨는 “A코인은 다단계가 아닌 ‘프로토콜 경제’다”라며 “다른 코인 사업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간 언론에서 사기 논란이 일었던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언급하며 A코인의 우월성을 치켜세웠다.
프로토콜 경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 간 프로토콜을 정해 거래하는 생태계를 뜻한다. 현재 플랫폼이 주도하는 경제가 아닌 탈중앙화를 통해 사용자 간 주도적인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원을 끌어들여 유치하면 재단 측에서 인위적으로 등급이 나뉘는 구조는 탈중앙화나 프로토콜 경제와는 관련이 없다.
또 흥미로운 논리는 유저(회원)가 많아지면 토큰 자체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김씨는 세미나 내내 ‘돈이 아닌 회원을 모으기 위한 사업’이라는 점을 매우 강조했다. 다시 말해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른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인과관계가 잘못됐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코인의 활용성이 뛰어나고 관련 서비스가 성장해야 가치가 오르는 것이지 단순히 수요가 모인다고 가치가 상승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세미나 현장에서도 A코인이 어떤 곳에서 활용되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들을 수는 없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A코인은 자신들의 OTT 서비스가 경쟁력 있다고 자랑하지만 정작 들여다보니 볼 만한 콘텐츠는 별로 없었다”며 “제대로 된 토큰 이코노미(경제)가 구성되려면, 그 보상이 나올 만한 기반이 탄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인 다단계, 수면 위로 안 올라오는 이유
다단계성 코인 투자자들은 그 코인이 사기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경우도 많아, 이를 인지한 후에도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기에 사기라는 사실이 수사를 통해 입증된다면 가격이 떨어져 더 큰 손해를 볼까봐 얘기를 꺼내지 않는 이들도 많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 옥장판, 의료기기 등의 다단계나 가상자산 시장 다단계나 본질은 비슷하다”라며 “중장년층이 가상자산 투자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우선 중앙화 거래소(CEX)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형 코인을 소액으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코인 다단계를 일삼는 유사 수신업자는 일반인이 확인·검증하기 어려운 기술, 사업내용 등을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투자 전 사업의 실체 등을 충분히 확인하고 ‘묻지마식 투자’는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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