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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내 회사라 생각지 않는다”더니…책임 없는 소유 여전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미등기 고액 연봉 오너 줌인]⑤ 이해진 네이버 GIO
지분 3.74%로 회사 90% 지배…‘자사주 마법’으로 영향력 강화
총수 지정 후 미등기 임원 전환…법적 책임 없는 경영권 행사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네이버의 창업자이자 총수(동일인)로 지정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2018년부터 미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총수가 있는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선정하자, 이 GIO는 곧장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이듬해엔 사내이사에서도 발을 뺐다.

이 GIO는 직급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모습을 보인 뒤, 지난 2019년 6월 모처럼 대외에 나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강조한 바 있다. 국회 국정감사를 제외하고 그가 공식 석상에 오른 건 이때가 마지막이다.

그는 당시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경쟁력’이란 행사에 참석해 “보유한 지분이 4%도 되지 않아 스스로 의사 결정할 만큼이 아니고, 네이버가 내 회사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사업하는 사람은 후배들에게 ‘모든 의사결정이 최선을 다한 것이었고 외부의 압력에 의해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 초창기부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둔형 경영자’로 불리는 이 GIO가 아쉬움을 이례적으로 드러냈을 만큼 ‘총수 지정’은 그가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 GIO의 말과 달리 그의 기업 내 영향력은 여전히 견고하다. 네이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경영에 일정 부분 참여하고 있음에도 법적 책임에서 벗어난 위치다. 총수 지정 당시 이 GIO 지분율은 4.31%이었으나, 시간외매매(블록딜) 등의 방식으로 주식을 처분해 현재는 3.74%만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만 보면 이 GIO의 말마따나 지배력이 낮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23년 3월 31일 기준 네이버의 최대 주주는 8.83%를 확보한 국민연금공단이고, 2대 주주는 5.05%를 보유한 해외 투자사 블랙록 펀드다. 1·2대 주주 모두 네이버 경영엔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또 네이버의 소액주주가 소유한 주식 비율은 67.92%에 달한다. 지분 분산도가 높아 3대 주주인 이 GIO의 지배력은 견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자사주가 8.6% 수준이란 점도 이 GIO가 회사를 소유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내부지분율(액면가 기준 계열사 전체 자본금에서 총수·특수관계자·자사주 등이 차지하는 주식가액 비중)은 대주주의 그룹 지배력을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다. 공정위도 해당 지표를 통해 총수의 그룹 지배력을 가늠한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내부지분율이 90%가 넘는 것으로 파악한다. 통상 국내 대기업의 내부지분율이 50%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는 과도하게 높다.

네이버는 또 자사주를 통해 대주주 우호 세력을 형성하며 지배력을 강화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지분교환 등을 통해 타사로 넘어가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자사주가 총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자기 주식 매각을 통한 우호 주주 확보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네이버는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자사주 거래를 통해 대량의 우호 주주를 확보했다. 네이버는 상장사 중 자사주 거래 건수(7건)와 거래 금액(1조4872억원)이 가장 많았다.

네이버는 다만 지난 5월 최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발송한 주주서한을 통해 “현재 혹은 미래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자사주의 총 3%를 매년 약 1%씩 소각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자사주 보유 비율을 5% 이내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측은 자사주가 지배력 강화에 이용되고 있단 지적에 대해 “이 GIO는 이사회 의장과 등기 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고, 글로벌 투자 직무에 집중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자사주를 통한 우호 세력 형성에 대해선 “자사주 상호 교환은 네이버의 자산 경량화 전략을 기반으로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우호주 확보가 목적이 아니다. 실제로 자사주 교환을 통해 ‘네이버 도착보장’이나 ‘스마트스토어사업자 대출’ 등 협력 기업과 유의미한 사업적 시너지를 마련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GIO의 보수가 법적 책임을 온전히 지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사내이사)보다 많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 대표는 지난해 11억원(급여 6억원·상여 4억9500만원·기타 500만원)을 받았지만, 이 GIO는 이 기간 18억3500만원(급여 12억900만원·상여 4억9000만원·기타 1억3600만원)을 수령했다. 이 GIO는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이 집계한 ‘연봉 10억원 이상의 미등기 기업 오너’ 중 정보기술(IT) 대기업 소속으론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다만 “최 대표의 보수는 급여보다는 회사의 중장기 성과와 연동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인센티브 비중이 높게 설정돼 있다”며 “2021년 책임리더로서의 성과가 2022년 초에 지급된 영향이 있어 이 GIO의 보수 총액과 직접 비교는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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