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등극한 에이피알…몸값 수직상승 비결은
최근 기업가치 1조원 인정받고 프리 IPO 투자 추가 유치
뷰티디바이스 성장성·호실적 몸값 상승에 기여
원천 기술 보유 능력 바탕 해외시장 확대 노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메디큐브와 널디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에이피알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반열에 올랐다. 에이피알은 뷰티, 패션 분야의 ‘미디어커머스’를 넘어 ‘뷰티 테크’기업으로의 변신을 통해 업계에서 이례적인 수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뷰티디바이스의 성장성은 올 하반기로 예정된 기업공개(IPO)에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상승에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2014년 10월 설립된 에이피알은 자사몰 중심의 D2C(소비자직접거래) 기업이다. 에이프릴스킨을 시작으로 현재 △코스메틱(메디큐브, 에이프릴스킨, 포맨트) △패션(널디) △이너뷰티(글램디) △엔터테인먼트(포토그레이) 등 다양한 브랜드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메디큐브는 유재석, 김희선 등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널디 역시 2017년 ‘아이유 트레이닝복’으로 유명세를 타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2021년 시작한 뷰티 디바이스 사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에이피알은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에이지알’(AGE-R)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매출은 4000억원으로 전년 2600억원 대비 1.5배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92억원으로 전년 143억원 대비 약 세 배 늘었다.
이러한 호실적은 몸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최근 CJ ENM 커머스부문(이하 CJ온스타일)으로부터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고 10억원 규모의 프리 IPO(기업공개)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에이지알의 성장성 덕분이었다. 에이지알 뷰티 디바이스는 최초 출시 시점에서 2년이 지난 지난달 기준 국내외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달성했다. 작년 7월 ‘부스터힐러’, 올해 3월 ‘아이샷’, 5월 ‘바디샷’ 등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CJ온스타일과 에이피알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CJ온스타일은 회사가 보유한 유통망과 노하우를 활용해 미용기기 판매를 확대하고 에이지알 브랜드의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CJ온스타일의 ‘원플랫폼 전략’을 통해 에이지알을 메가 브랜드로 육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플랫폼은 TV홈쇼핑, T커머스, 모바일 라이브 등 CJ온스타일의 다양한 판매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협력사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원플랫폼 전략을 통해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에이지알 제품의 가격대가 중저가 라인이다 보니 고객층이 대체로 젊은 편이다. 반면 CJ온스타일의 TV홈쇼핑은 연령대가 이 보다는 높다. 이렇다 보니 CJ온스타일의 모바일라이브 등 채널에서는 2030 젊은 세대의 유입을 더 이끌어 낼 수 있고, 에이피알 입장에서는 지갑을 쉽게 열수 있는 4050세대로 고객을 확대 할 수 있다. 이미 에이피알은 이번 투자를 받기 전 CJENM 커머스부문에 입점해 판매 수익으로 74억원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에이피알이 CJ온스타일의 전략 카테고리와 매칭이 되는 브랜드여서 사업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 같아 투자를 한 부분이 있었다”며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계속 성장세고 고객들도 굉장히 관심이 많다. 에이피알의 메디큐브의 경우 30대 정도의 어린 고객들도 즐겨 찾는 디바이스다 보니까 연령층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뷰티 디바이스 자체 기술력 확보·해외시장 확대 ‘박차’
이번 투자는 CJ온스타일 단독으로 진행하고, 지난 3월 공개된 프리 IPO 투자 유치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에이피알은 지난 3월에도 프리 IPO 투자를 유치했는데, 당시 산정된 기업가치는 약 7000억원이다. 단 3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3000억원가량 불어난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에이피알이 상장시 1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올 3분기 말~4분기 초 예비심사청구서 제출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IPO 대표 주관사로 지난해 11월 신한투자증권을 선정했고 공동 주관사로 하나증권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가에서는 에이피알의 뷰티디바이스의 자체 개발 능력과 해외 시장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피알이 유니콘 기업 수준으로 올라선 데는 뷰티 테크 기업으로의 변모가 주효했던 만큼 회사 역시 안주하지 않고 있다. 에이피알은 올해 초 뷰티 기술 전문 연구개발(R&D) 센터 ‘ADC’(APR Device Center)를 설립했다. 자체 뷰티 및 뷰티기기 기술을 확보하고 R&D센터를 전초기지 삼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쏟기 위해서다.
실제 ADC는 약 30여개의 특허 출원을 마무리했다. ADC의 특허 출원은 R&D센터 설립 목적인 원천 기술 내재화와 직결된 사업이다. ADC는 기존 뷰티 디바이스 개선 및 신규 디바이스의 개발에 이어 관련 특허 출원에도 총력을 다 할 계획이다. 또 에이피알은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위해 하반기 가산동에 자체 생산공장 가동도 시작할 예정이다.
원천 기술 보유는 에이피알이 글로벌 뷰티 테크 기업으로 한 발짝 도약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국내 뷰티업계는 개발력을 갖춘 제조업체에 개발 및 생산을 맡기는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이 대부분이다. 회사 측은 뷰티 디바이스의 시장이 세계적으로 확대 될수록 원천기술의 확보에 따라, 경쟁사와의 차별점 및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소구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이피알의 현재 매출에서 국내와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7대 3 수준이다. 에이피알은 향후 유럽 등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뷰티디바이스 에이지알의 해외 판매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이 중 누적으로 약 12만 대를 판매한 일본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미국 시장의 성장세도 고무적이다. 미국은 올 들어 월 평균 5000대 이상의 안정적인 판매를 기록하며 뷰티 디바이스 해외 실적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본토), 홍콩,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시장에서도 아직은 작지만 유의미한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어 해외 실적의 추가 개선이 예상된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에이피알은 현재 진출한 미국, 중국, 일본 시장의 안정감을 높이는 동시에, 신규 시장도 개척해 나갈 예정으로 현재 유럽 시장을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며 “뷰티 디바이스의 기술확보 및 해외 시장 개척에 최선을 다해 하반기 중 진행될 IPO 일정에 차질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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