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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건설업계 신용위기 현실화 되나

[불안 감도는 신용등급 정기평가]④
부동산PF 시장 경색…건설업 침체 장기화
건설채 미매각↑…자금줄 마르는 건설업계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인한 건설 업계가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재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되는 중견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이 잇따르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중소·중견 건설사들도 늘어나면서 건설사 신용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대형 건설사들이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어 건설 업계의 자금난이 심화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중견 건설사 신용등급 줄하향...“재무 불확실성 커져”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16일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 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조정했다. 

태영건설의 경우 과도한 부동산PF로 재무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한신평의 지적이다. 부동산 PF 보증 규모는 2020년 말 1조 3000억원에서 올 3월 2조 4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순차입금은 연결기준 2021년 말 9461억원에서 올해 3월 1조 6340억원까지 늘었다. 

한신평은 “태영건설은 과중한 PF 보증 규모로 인한 재무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또 수익성이 저하된 가운데 재무부담을 단기간 내에 완화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다만 일정 수준의 영업 및 재무적 대응력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신공영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한기평은 한신공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에서 ‘A3’로 낮췄고, 일성건설의 등급전망은 ‘BB+,안정적’에서 ‘BB+,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신공영은 수익성 하락 및 재무 부담 확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받았다. 한기평에 따르면 한신공영의 2022년 연결기준 매출은 2021년 대비 6.8% 하락한 1.2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 비율은 247.5%에 달한다. 

한기평은 한신공영에 대해 2018년 이후 대규모 자체사업 및 도급사업 준공 등의 영향으로 외형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가부담 확대, 수주 관련 수수료, 광고비 등에 따른 판관비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해피트리' 신일 법정관리...중견 건설사 경고음

건설경기 악화 및 부동산 장기 침체로 인해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도산 위기감도 심화되고 있다. 건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13위 건설사 신일은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일은 2006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57위까지 오르며 성장세를 보였으나 주택 사업 부진에 미수금이 늘고 미분양이 쌓이면서 회생절차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대금 미수금은 286억원에 달했다. 2021년 165억원보다 74% 증가한 수치다. 

앞서 지난해에는 시공능력평가 202위 우석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원산업건설과 대우조선해양건설도 부도를 맞았다. 3월에는 범현대가인 HN Inc(에이치엔아이앤씨)와 대창기업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실질 폐업도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실질 폐업 건설사는 총 600곳으로 지난해 1분기 493곳 대비 100곳 이상 늘었다. 건산연은 회사 도산 등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실질 폐업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건설 업종의 폐업 증가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현상과 경기침체로 인한 건설사들의 재무 건전성 저하 때문”이라며 “폐업 증가를 이유로 건설 산업 위기론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하지만 어려운 시기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자금 조달 난항 겪을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10대 건설사의 회사채 금액은 1조5710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에는 대우건설(970억원), 포스코이앤씨(900억원), 롯데건설(610억원) 등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과거 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의 만기가 도래하면 신규 조달하는 회사채는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상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부동산 PF 리스크, 신용등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건설업계는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사를 제외한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회사채 공모 시장에서 미매각이 속출하고 있다. 한신공영은 지난 2월 500억원 모집에 5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하는 것에 그쳤다. 한국토지신탁은 올들어 두 차례에 걸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두 미달을 기록했다.

신세계건설과 KCC건설도 미매각을 면치 못했다. 한양은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형태로 600억원 조달에 도전했지만 380억원의 미매각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부동산PF 연착륙 여부가 올해 하반기 크레딧 시장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시장의 위험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나아지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레딧 2023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회사채 시장은 회사채 발행물량의 상고하저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크레딧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는 부동산PF 연착륙 여부”라고 설명했다.

임영주 KB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에 대한 불안감은 크레딧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며 “올해 고금리 환경이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조달 비용과 한계기업 비중이 점차 증가하면서 부실징후기업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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