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유상증자 쓰나미에…휩쓸리는 개미
대규모 유증, 지분가치 희석 우려
CJ CGV·SK이노베이션 주가 ‘뚝’
이달 유증 12곳 대부분 주가 약세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기업들의 유상증자 쓰나미가 증시를 강타하면서 개미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기업들은 확보한 자금을 채무상환‧신사업 투자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증자 과정에 주주가치가 희석되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대규모 유증, 목적은 ‘빚 갚기’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월 들어 28일까지 코스피 시장에 12건의 유상증자결정 공시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유상증자를 공시한 기업은 ▲SK이노베이션 ▲CJ CGV ▲KC코트렐 ▲에스디바이오센서 ▲삼부토건 ▲이지스밸류리츠 ▲인디에프 ▲유니켐 등이다.
이달에는 대기업의 조단위 대규모 유상증자가 주가에 악영향으로 이어진 사례가 눈에 띄었다. CJ CGV(079160)는 지난 20일 총 1조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5700억원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며, 4500억원은 모회사인 CJ를 상대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다.
29일 CJ CGV의 주가는 914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유상증자를 발표하기 전인 19일 주가 1만4140원과 비교하면 35.4% 주저앉았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CJ도 19일 주가 7만9600원에서 29일 6만8500원으로 13.9%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유상증자 쇼크에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 23일 SK이노베이션은 1조177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당 공시 전날인 22일 18만2800원이던 주가는 29일 15만8000원으로 하락했다.
특히 이들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상당 부분 채무상환에 투입된다는 점이 우려 요소다. CJ CGV는 일반 공모한 자금 5700억원 중 3800억원(67%)을 채무상환에 쓸 예정이다.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은 각각 1000억원(17%)·900억원(16%)이다.
SK이노베이션도 1조1777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채무상환에 3500억원(30%)을 투입한다. 또한 부천-대전지구 연구개발(R&D) 캠퍼스 조성 등 시설자금에 약 4195억원(36%), 생활폐기물을 활용한 연료생산 등 신사업 투자에 약 4092억원(35%)를 활용할 계획이다.
‘유증=적신호’ 대부분 주가 하락
통상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희석을 감수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재무 안전성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으로 간주된다. 기존 주식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발행된 신주가 시장에 쏟아지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는 주식시장에서 좋아하지 않는 이슈”라면서 “다만 신규 성장을 위한 투자라면 증자 발표이후 하락한 주가를 빠르게 회복하는 경우도 많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CJ CGV의 경우는 대부분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된다”며 “우선 급한 것이 자본확충이기에 이해는 되지만, 성장 스토리는 영화관이 처한 시장 상황과 경쟁 관계를 감안하면 동의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키움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발표 이후 목표주가를 20만8000원에서 18만9000원으로 하향하기도 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이익 창출을 통한 현금흐름(OCF)이 아닌 유상증자로 타인자본을 상환한다는 점과 R&D 강화를 위한 캠퍼스 건립 등에 유상증자를 활용한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장기 투자건은 단시일 내 수익성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워 이를 자체 이익 창출에 기반한 재원이 아니라 주주지분 희석을 통한 점은 다소 실망럽다”고 진단했다.
CJ CGV와 SK이노베이션 이외에도 6월 들어 유상증자를 발표한 기업 대다수는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각 기업의 유상증자 공시 전날 종가와 29일 종가를 비교해보면 KC코트렐은 18.5%, 에스디바이오센서 20.9%, 삼부토건 20.2%, 유니켐 7.9% 씩 주가가 하락했다. 인디에프는 예외적으로 주가가 12% 올랐는데, 최대주주인 글로벌세아에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택한 점이 주가 하락을 빗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 하락을 감수하고도 CJ CGV와 SK이노베이션 등 기업들이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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