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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사고 부상' 경미한데...침부터 부항까지 '세트청구' 권하는 한방병원

경상환자 세트청구 규모 1900억->7400억 급증
단독진료 비중은 하락세..."공급자가 진료 남발" 비판

한의원 침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방병원에서 진행하는 세트청구가 주 원흉으로 제기됐다. 특히 한방병원은 비교적 경미한 부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침술, 약침, 추나요법 등 여러 한방진료를 조합하는 세트청구를 집중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트청구 진료비, 5년 만에 6000억 '껑충'

2일 보험연구원은 2017~2022년 기간 중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진료비 75%를 차지하는 상해급수 9급 이하 피해자에게 보상한 진료수가 명세서 990여만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상해급수 12~14급 경상환자에 대한 한방 세트청구 규모는 2017년 1926억원에서 2022년 7440억원으로 연 평균 31%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세트청구란 한방진료에서 가능한 침술・구술・부항・첩약・약침·추나요법 등 다수의 처치(진료)가 하루(1회) 내원 환자에게 동시에 시행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연구원은 분석 결과, 두 가지 이하 복수진료 비율은 2017년 4.4%에서 2022년 2.2%로 감소했다. 침술 및 부항술 등 단독진료 비율은 2022년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제공 보험연구원]

[제공 보험연구원]
한방병원 및 한의원이 비교적 가벼운 부상을 입은 환자임에도 한 두가지의 진료 대신 각종 한방진료를 과도하게 실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험연구원은 한방 세트청구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공급자 유인효과'라고 분석했다. 한방병원이 경쟁적으로 증가하면서 의사들이 진료 건수나 비용을 높이려고 세트청구를 유인책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행 자동차보험법에 따르면 차사고로 한방진료기관을 방문한 환자의 진료비는 모두 보험사에서 보전받을 수 있다. 한의계가 이를 악용해 과도한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벼운 부상에도 각종 침술과 첩약을 모두 처방해 진료비용을 의도적으로 높이고 있는 것"이라며 "수요는 없는데 공급자 마음대로 진료를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경상환자에게 과도한 세트청구 진료가 실시되고 있지만 이를 제지할 법적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복수진료에 관한 규정은 '양한방 협진 시의 중복진료'가 유일하다. 

또 세트청구 등 과다 복수진료에 대한 심사기준은 제한적이다. 주요 진료에 대한 개별적 규정은 마련돼 있지만 세트청구 같은 다양한 진료 조합에 대해서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반영된 심사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런식으로 과도한 의료쇼핑이 진행되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오르고 다른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오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자동차 사고 가해자 입장에서는 피해자 진료비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세트청구와 같은 복수진료가 지속될 경우 가해자들의 피해자 진료에 대한 불만 제기가 늘어날 수 있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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