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입고 알람에 홈피 마비”…‘바늘 한 땀, 한 땀에 영혼 담는’ 일본 국민 가방 [브랜도피아]
‘요시다 가방’으로 시작해 1962년 ‘포터’ 론칭
‘일침입혼’ 슬로건 아래 제조국인 일본서만 생산 고집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재입고 알림 신청하신 ‘TANKER SHOULDER BAG’이 입고되었습니다.”
재입고 알림이 울리자마자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접속 대기 상태가 한참 동안 이어지고 어렵게 구매단계까지 갔지만 이내 마주한 것은 ‘재고 부족’이란 창이었다. 최근 한 일본 가방이 국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 사이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국민 가방’이라 불리는 ‘포터’(PORTER)가 그 주인공이다.
‘물건 운반하는 도구’ 가방의 본질에 집중…일본 생산 고집
포터의 시작은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난 요시다 기치조는 12세에 도쿄로 상경해 가방 공방에 들어간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한 기치조는 17세 때 간토대지진을 겪는데 천의 양 끝에 가재도구들을 엮어 자신의 짐을 옮기며 물건을 옮기는 가방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런 그의 성장 배경은 후에 포터가 가방에만 집중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전해진다.
1935년 29세의 나이로 ‘요시다 가방 제작소’를 설립한 기치조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자신의 작업 도구들을 다리 아래 창고에 숨겨놓은 채 징집이 되기도 했고, 전쟁이 끝나자마자 그는 다시 가방을 만드는 데 매진했다.
일본의 경제 부흥이 시작되며 기치조의 가방은 큰 인기를 얻게 됐고, 일본 황족이 사용하는 모습이 남아있을 정도로 고품질의 실용성 높은 가방을 많이 제작했다. 상류층을 포함해 소비자들에게 높은 명성을 얻기 시작하자 1962년 기치조는 ‘포터’(PORTER)라는 브랜드 이름을 붙이게 된다.
포터는 호텔이나 역에서 가방을 나르는 짐꾼들을 일컫는 말로, 기치조는 가장 많은 가방을 만져보고 다뤄본 이들은 포터들이기에 누구보다 가방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지었다. 자신의 가방이 수많은 포터들의 손에 닿으며 세계 곳곳에 퍼지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 또한 담겨있었다고 전해진다.
바늘 한 땀, 한 땀에 영혼을…미 공군 항공자켓서 영감 얻은 ‘탱커’
‘바늘 한 땀, 한 땀에 영혼을 담는다’는 뜻의 ‘일침입혼’(一針入魂)은 포터를 대표하는 슬로건으로, 장인정신을 나타내는 문구다. 포터의 택에 적힌 ‘made in japan’은 이런 그들의 장인정신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수많은 가방 제조업체가 인기가 많아진 뒤 생산량을 늘리거나 가격 경쟁을 이유로 중국으로 눈을 돌릴 때 포터는 ‘일본 생산’만을 고집해왔다.
포터는 일본에서 가장 큰 가방 브랜드지만 자체 공장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쿄 인근의 가방 장인들과 계약을 맺어 포터의 여러 제품 라인을 생산하고 있고, 규모는 작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공방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단 설명이다.
포터의 대표적인 제품은 ‘탱커’(TANKER) 시리즈로 1983년 당시 가방의 소재로는 잘 사용되지 않던 나일론을 선택해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탱커 시리즈는 미 공군의 항공 자켓인 MA-1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당시엔 생소했던 밀리터리 콘셉트를 가방에 담아낸 디자인이 특징이다.
가볍고 수납 공간이 다양한 이 제품은 무겁고 단단한 기존의 가죽 가방을 대체하며 포터의 창업정신을 가장 잘 반영한 아이템 중 하나가 됐다. 현재 탱커 제품은 일본 현지에서도 구하기 힘들며 국내에서도 입고 즉시 품절이 되고 있어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이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등에서 웃돈이 붙어 판매되고 있다. 포터 탱커 라인 제품은 디자인과 크기에 따라 가격이 19만8000~67만8000원까지 다양하다.
포터는 지난 2016년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수입 패션전문 기업 스타럭스가 서울 강남대로에 ‘포터코리아 스토어 강남’을 공식 론칭한 이후로 2018년엔 한남 스토어가, 2019년엔 가로수길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2021년엔 여의도와 압구정에도 포터 매장이 생겼고, 다양한 브랜드와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진행하며 국내에 두터운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가방을 생산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가방‘만’ 만드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포터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장수 가방 브랜드로써 수십년째 가방에만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방의 기본적인 본질을 우선으로 해 ‘한 스티치에 모든 열정을 유지하라’는 마음으로 100년의 역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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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고 알림이 울리자마자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접속 대기 상태가 한참 동안 이어지고 어렵게 구매단계까지 갔지만 이내 마주한 것은 ‘재고 부족’이란 창이었다. 최근 한 일본 가방이 국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 사이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국민 가방’이라 불리는 ‘포터’(PORTER)가 그 주인공이다.
‘물건 운반하는 도구’ 가방의 본질에 집중…일본 생산 고집
포터의 시작은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난 요시다 기치조는 12세에 도쿄로 상경해 가방 공방에 들어간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한 기치조는 17세 때 간토대지진을 겪는데 천의 양 끝에 가재도구들을 엮어 자신의 짐을 옮기며 물건을 옮기는 가방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런 그의 성장 배경은 후에 포터가 가방에만 집중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전해진다.
1935년 29세의 나이로 ‘요시다 가방 제작소’를 설립한 기치조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자신의 작업 도구들을 다리 아래 창고에 숨겨놓은 채 징집이 되기도 했고, 전쟁이 끝나자마자 그는 다시 가방을 만드는 데 매진했다.
일본의 경제 부흥이 시작되며 기치조의 가방은 큰 인기를 얻게 됐고, 일본 황족이 사용하는 모습이 남아있을 정도로 고품질의 실용성 높은 가방을 많이 제작했다. 상류층을 포함해 소비자들에게 높은 명성을 얻기 시작하자 1962년 기치조는 ‘포터’(PORTER)라는 브랜드 이름을 붙이게 된다.
포터는 호텔이나 역에서 가방을 나르는 짐꾼들을 일컫는 말로, 기치조는 가장 많은 가방을 만져보고 다뤄본 이들은 포터들이기에 누구보다 가방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지었다. 자신의 가방이 수많은 포터들의 손에 닿으며 세계 곳곳에 퍼지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 또한 담겨있었다고 전해진다.
바늘 한 땀, 한 땀에 영혼을…미 공군 항공자켓서 영감 얻은 ‘탱커’
‘바늘 한 땀, 한 땀에 영혼을 담는다’는 뜻의 ‘일침입혼’(一針入魂)은 포터를 대표하는 슬로건으로, 장인정신을 나타내는 문구다. 포터의 택에 적힌 ‘made in japan’은 이런 그들의 장인정신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수많은 가방 제조업체가 인기가 많아진 뒤 생산량을 늘리거나 가격 경쟁을 이유로 중국으로 눈을 돌릴 때 포터는 ‘일본 생산’만을 고집해왔다.
포터는 일본에서 가장 큰 가방 브랜드지만 자체 공장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쿄 인근의 가방 장인들과 계약을 맺어 포터의 여러 제품 라인을 생산하고 있고, 규모는 작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공방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단 설명이다.
포터의 대표적인 제품은 ‘탱커’(TANKER) 시리즈로 1983년 당시 가방의 소재로는 잘 사용되지 않던 나일론을 선택해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탱커 시리즈는 미 공군의 항공 자켓인 MA-1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당시엔 생소했던 밀리터리 콘셉트를 가방에 담아낸 디자인이 특징이다.
가볍고 수납 공간이 다양한 이 제품은 무겁고 단단한 기존의 가죽 가방을 대체하며 포터의 창업정신을 가장 잘 반영한 아이템 중 하나가 됐다. 현재 탱커 제품은 일본 현지에서도 구하기 힘들며 국내에서도 입고 즉시 품절이 되고 있어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이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등에서 웃돈이 붙어 판매되고 있다. 포터 탱커 라인 제품은 디자인과 크기에 따라 가격이 19만8000~67만8000원까지 다양하다.
포터는 지난 2016년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수입 패션전문 기업 스타럭스가 서울 강남대로에 ‘포터코리아 스토어 강남’을 공식 론칭한 이후로 2018년엔 한남 스토어가, 2019년엔 가로수길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2021년엔 여의도와 압구정에도 포터 매장이 생겼고, 다양한 브랜드와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진행하며 국내에 두터운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가방을 생산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가방‘만’ 만드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포터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장수 가방 브랜드로써 수십년째 가방에만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방의 기본적인 본질을 우선으로 해 ‘한 스티치에 모든 열정을 유지하라’는 마음으로 100년의 역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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