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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사위원장 해임회의 앞둔 신길우성2차, '곪았던 문제' 터졌다

소유주 모임 “직무 외면한 정사위원장…신탁방식 혜택 못 봐”
시공계약·설계 과정서 전문성·의견수렴 부족 논란
한국자산신탁 “소유주간 갈등 문제, 중립적 입장 지키겠다”

신길우성2차아아파트 정문 모습. 대우건설이 게시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 민보름 기자]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한국자산신탁이 다른 단지에서 자사를 홍보할 때 우리 단지를 예로 든다고 들었다. 하지만 소유주들이 이렇게 정비사업위원장과 신탁사를 상대로 힘들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신탁방식 재건축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소재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 통합재건축 단지의 내부 갈등이 드디어 공식화됐다. 그동안 정비사업위원장 보수와 설계안, 시공 계약 등을 둘러싸고 곪아온 문제가 표출된 것이다. 

일부 소유주 모임은 성해수 정비사업위원장이 사업추진 과정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시행규정 상 명시된 ‘소유주 의견수렴’이라는 직무를 소홀함으로써 소유주들이 재건축 사업비용과 기간 측면에서 손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해수 위원장은 “일부 소유주들이 자기 주장만 하며 비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5일 ‘이코노미스트’ 취재에 따르면 이달 15일 열릴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 임시 전체회의에 성해수 정비사업위원회(정사위) 위원장 해임안을 비롯한 5개 안건이 상정됐다. 이는 성 위원장의 정사위 운영 방식을 반대하는 일부 소유주들이 동의서를 걷어 정비사업위원회 구성원 전체에 대한 해임안을 발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소유주는 “설계 등 사업내용 변경이 어려워지는 사업시행인가를 앞둔 지금 시점이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오는 9월로 예정된 사업시행계획서 제출 전에 파행에 몰린 정사위를 정상화하고, 시공권 계약 및 아파트 설계에 소유주 의견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라진 ‘써밋’, 공사비·사업기간은 늘어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 통합재건축 사업은 단기간에 2018년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2020년 7월 정비구역 지정 및 같은 해 9월 사업시행자(한국자산신탁) 선정, 2022년 5월 시공사(대우건설) 선정 등을 거치며 순항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약 반년 전 대우건설과 오고간 가계약서 초안이 공개되면서부터 해당 단지는 본격적인 갈등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사업진행에 신경 쓰고 소유주 의견수렴 역할을 해야 할 정비사업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수장인 성 위원장이 보수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성 위원장 연봉은 지난해 말 “직접 사업시행을 하는 조합방식 재건축의 조합장보다 연봉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감액됐다.

성 위원장에 반대하는 소유주들은 시공권 계약진행 과정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핵심 내용은 대우건설 하이앤드 브랜드 ‘써밋’ 적용과 관련이 깊다. 대우건설은 시공권 입찰 당시 공사비 3.3㎡(공급면적 기준) 당 505만원, 써밋 브랜드가 적용되는 혁신 설계안에 대해 551만원을 제안했다. 써밋 브랜드와 혁신안 적용 여부는 소유주 투표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자산신탁은 소유주들 의견 수렴 없이 기존 설계로 건축심의를 받고 가계약을 진행했으며 정사위원장 또한 이 같은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계약서에는 “(대우건설은) 혁신안에 적극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조건은 명시되지 않았다. 사후보증 기간 또한 대우건설이 제출했던 입찰제안서에는 2년으로 명시됐지만 되려 도급 가계약에는 이 기간이 1년으로 줄면서 시공사에 유리하게 변했다. 해당 부분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사후보증 기간은 다시 2년으로 수정됐다.

가계약서 공개 당시 시공사와 계약이 불리하게 체결될 것을 우려한 일부 소유주들은 정사위에 계약서에 대한 법률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성 위원장은 “예비비를 쓰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성 위원장은 이에 대해 “‘추가 비용 지출은 주민 전체회의 결의 사항이니 절차에 따라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지난 4월 초 대우건설 정비사업 담당자는 해당 단지에 “금액 문제로 써밋 브랜드와 하이앤드 브랜드 적용에 따른 혁신 설계안을 인정 못 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사비가 급등해 공사비 마지노선인 국토교통부 기본형건축비가 현재 3.3㎡ 당 600만원을 넘겨 기존 공사비로는 써밋 적용이 안 될 뿐더러 아파트 시공자체가 불가하다”면서도 “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 소유주들과 원만한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소유주는 “소유주 전체 회의를 열고 혁신안을 조기에 결정해 건축심의를 받고 가계약을 했다면 공사비 증액 명분 최소화는 물론, 비교적 저렴하게 고사양 아파트를 지을 수 있었지만 그 기회가 날아갔다”고 강조했다.

통상 시공계약서에는 ‘중대설계변경’ 시 공사비를 증액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간다. 이 소유주는 “신탁방식의 장점은 건축심의 전 시공사를 직접 뽑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시공사가 제안한 혁신안을 반영한 설계로 건축심의를 통과해 설계변경 절차를 단축할 수 있는데 신길우성2차·우창 재건축은 이런 혜택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사비와 사업기간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성 위원장은 “가계약서 초안은 한국자산신탁이 서울시 표준계약서를 골자로 신탁방식에 맞게 수정한 것이며, 대우건설이 시공권을 수주하던 당시 DL건설이라는 경쟁자도 있었기 때문에 입찰지침 상 최대 공사비 기준(3.3㎡ 당 505만원)을 초과하는 설계를 직접 계약서에 넣을 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올해 조건부로 받은 건축심의 설계 역시 서울시에서 건설사의 혁신안이 현실적으로 인가 받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인허가가 가능한 수준에서 제출한 것이고 정사위원장의 뜻과는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성 위원장은 자신의 고액 연봉 논란과 관련해서도 “위원장 월급은 300만원 수준인데 업무추진비 등을 모두 합쳐 고연봉이라고 문제 삼은 것”이라며 “정비구역 지정 시기까지 무보수였다는 점은 전혀 감안되지 않은 비판”이라고 밝혔다. 

오타 있는 계약서에 소유주들 ‘분통’

성 위원장 해임을 발의한 소유주들은 사업시행 주체인 한국자산신탁의 전문성 또한 의심하고 있다. 일부 조항에 “○항에 따른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렇게 명시된 숫자가 하나씩 앞으로 당겨져 표기되는 실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자, 관련 조항을 계약서에 끼워 넣으면서 다른 조문들의 순서가 뒤로 하나씩 밀려 생긴 일로 추정된다. 이들 소유주는 “신탁보수가 230억원이고 정사위원장에게 기본급과 상여까지 지급됐는데 이런 기초적인 실수조차 소유주들이 직접 찾아내 지적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각에선 한국자산신탁과 정사위원장이 이들 소유주에 대해 “정사위를 흔들고 설계변경을 요구해 사업 속도를 늦추고 지연비용을 발생시킨다”고 음해한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이미 정사위원 상당수가 현 위원장에게 반대해 위원직을 사퇴하거나 위원회가 열려도 결석하고 있어 정사위 업무는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전직 재건축추진위원은 “시공사가 낸 입찰보증금 50억원 범위 내에서 사업비를 사용했고 이주비나 공사비 등 목돈이 나간 것도 없는데 당장 어떤 지연 비용이 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 추진위원은 “사업 시행자는 한국자산신탁이므로 신탁사가 사업시행계획 인가 등 인허가 업무를 진행하면 되고,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정사위을 정상화해 사업계획에 소유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시공사와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계속 가계약서를 수정하며 오타가 발생한 것은 맞다”면서도 “소유주들이 정사위원장 해임 회의 발의 요건을 충족해 전체회의를 열 계획을 세웠으며, 신탁사는 소유주들 간 갈등에 대해 누구 편을 들 수 없는 중립적인 입장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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