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그녀와의 사랑 여행…선상의 사랑, 투어의 설렘" [E-트래블]
6월부터 ‘속초 모항, 일본 기항’ 크루즈 재개…롯데관광개발 모객
크루즈에서 매일 이벤트 열려…객실 소식지 통해 알 수 있어
[글·사진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코스타 세레나, 그녀와의 여행을 잊지 못한다. 꼬박 일주일을 그녀와 함께했다. 어찌 보면 계약 동거일 수도 있는 그 기간, 그녀의 품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망망대해에서 우린 그렇게 하나였다. 그곳은 지나가는 배 하나, 날아다니는 물새도 버거워할 이격의 공간이다. 공해상에서 이틀을 달려도 섬 하나 보이지 않는 항해, 망중한이 꼬리를 문다. 하늘과 바다, 크루즈선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동서남북도 알 수 없다.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가늠할 뿐이다. 통신도 먹통이다. 그렇게 코스타 세레나와의 사랑은 아무도 모르는 새 무르익었다.
크루즈 여행, 새 트렌드로 다가오다
크루즈는 사랑이다. 미국 ABC 방송 TV 시리즈 ‘The Love Boat’가 각인된 탓이다. 시즌9까지 나왔다. 우리나라는 1984년 MBC에서 ‘사랑의 유람선’이라는 이름으로 방송됐다. 40년 전이다. 그래서 크루즈는 많은 사람 맘속에 꿈이 됐다.
지난 6월 ‘속초 모항 일본 기항’ 크루즈가 코로나19 이후 다시 시작됐다.
크루즈 선사는 이탈리아의 코스타 세레나다. 이 선사는 2018년 속초에 첫 기항 했고, 올해 속초를 모항으로 2번에 걸쳐 크루즈에 여객을 가득 채웠다. 이 크루즈 선에는 롯데관광개발이 모객한 한국인 여행객 2200·2300여 명이 각 항차에 걸쳐 승선해 일본 여행을 즐겼다.
크루즈에 타면 어색하다. 낯선 여행객들은 약 1주일간 크루즈 선 안에서 수없이 마주쳐야 한다. 서로 눈인사라도 해야 하고 불편한 기색이면 그것을 살피는 흉내라도 내야 한다. 식사 때마다 얼굴을 보니 인사를 나누지 않을 수 없다. 이 역시 인간지사다. 흉내는 이내 관심이 된다.
크루즈엔 없는 게 없다
크루즈선은 뷔페식당과 정찬 식당, 유료 식당(식당·바·카페 등)으로 나뉠 수 있다. 대개 아침·점심은 뷔페에서 하게 되고, 저녁은 정찬 식당을 이용한다.
정찬 식당에선 흔히 ‘칼질’을 한다. 서양식 정찬이 나오는 데, 크루즈 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대개 드레스코드가 있다. 이용객에게 깔끔한 정장을 요구한다. 정찬은 세트 요리로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 ▲음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뉴도 익숙지 않고 주문 내용이 많다 보니, 뭘 시켰는지 모를 때가 많다. 주문표를 휴대전화 사진으로 찍어 두면 좋다. 스태프가 대개 외국인이라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주문표 사진을 보여주면 된다.
정찬 대신 매일 먹는 뷔페를 이용해도 된다. 야식 또한 제공되며, 그 메뉴를 안주로 한 잔 술을 곁들여도 된다. 안주가 공짜인 셈이다. 주류는 식당 주변 바에서 주문하면 된다. 이번 경우, 소주도 팔았다.
이어지는 이벤트...선내 소식자가 정보통
크루즈에는 없는 것이 없다. 파티가 있고, 이벤트가 있고, 연예인 공연도 있고, 음악이 있고, 면세점도 있다. 갑판 등에 수영장도 있다. 카지노는 덤이다. 이보다 더 큰 매력은 짐을 싸고 풀어야 하는 귀찮음이 없다는 거다. 정해진 숙소가 아지트다. 그곳을 중심으로 크루즈 안에 숨어 있는 즐길 거리를 찾으면 된다.
코스타 세레나의 경우 총 11층 곳곳에 각종 편의·오락 시설이 숨어 있다. 랜덤박스를 여는 기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3·9층에 뷔페가 있고, 4층에 정찬 식당이 있다. 9층 등에 수영장이 있고, 영화도 상영한다. 5층에 공연장과 카지노, 각종 카페와 면세점이 있다. 성당 등 종교 시설도 있다. 10층 갑판 등에는 바다를 조망하는 베드가 늘어서 있다. 곳곳에 탁구대 등 간단한 레포츠 시설도 마련돼 있다.
각종 이벤트는 크루즈 내 객실에 매일 아침 배달되는 ‘소식지’를 살피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크루즈가 대개 공해상을 통과하기에 휴대전화는 물론 인터넷도 ‘먹통’이 된다. 물론 크루즈에서 판매하는 ‘와이파이’를 구매하면 되지만 20만 원 안팎으로 비싸다. 이때 이 ‘소식지’는 훌륭한 대안이다. 크루즈를 즐기는 가이드북인 셈이다.
기항지 패키지 투어&자유 여행
이번 여행은 일본 홋카이도(북해도) 일원의 해안가 도시가 기항지였다. 오타루·하코다테·아이모리가 그곳인데, 대개 크루즈 여행객들은 패키지 투어를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은 여행객들이라 안전하고 효율적인 패키지 투어가 제격이긴 하다.
하지만 이 와중에 챗GPT를 이용해 자기만의 여행을 꾸리는 어르신 여행객도 있었다. 게다가 현지 교통을 이용하며 자유 여행을 하는 것을 보니, 도전은 나이와 상관없이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타루는 작은 도시라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삿포로 여행이 첫날 패키지로 나왔고, 이튿날 하코다테는 세계적인 야경 도시인만큼 오후에 기항 투어가 이어졌다. 야경투어 전 여행을 자유여행으로 택한 기자는 현지 ‘뚜벅이 투어’로 커피숍과 미소라면 등을 먹으며 도시 풍경을 즐겼다. 셋째 날 아이모리는 우리가 아는 국광·홍옥 등 사과의 원산지로, 애플파이 등도 유명하다.
기항지 투어 제공이나, 크루즈 모항까지 여행객을 왕복 이송하는 등 서비스 제공은 우리나라 크루즈 여행만의 오지랖이다.
이번 크루즈를 추진한 롯데관광개발은 2010년 9월 중국 상하이→부산 크루즈를 시작으로 2019년 10월까지 10년 동안 42회 월드 크루즈를 운항했다. 전세선 크루즈 여행의 개척자다. 부산항, 인천항, 속초항에서도 크루즈가 출발하고, 홋카이도는 물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오가는 노선도 열었다.
크루즈에서 부른 세레나데~
사랑의 유람선엔 사연도 만만치 않다.
대화 중 외국 크루즈 경험담이 가슴을 울렸다. 홀로 크루즈 여행 중이던 한국인 노신사는 마주한 한국인을 놓지 않았단다. 말문이 막힌 공간에서 방언이 터진 그 신사는, 저세상 사람이 된 아내를 그리며 스스로의 마지막 여행을 오게 된 거란 고백을 했다. 크루즈 세계 여행을 약속했지만 아내에게 암이 발병했고, 부부는 투병 생활로 모든 약속을 뒤로 미뤄야 했다. 끝내 사별의 아픔까지 겪은 노신사는 그 여행을 통해 아내와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을지도 모를 일이다.
코스타 세레나는 나와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그녀는 우리를 내려 준 후, 6월 24일부터 7월 1일까지 부산을 모항으로 사세보·가고시마를 기항으로 또 다른 크루즈 여행을 이어갔다.
이번 크루즈 여행은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이다. 하지만 섭섭함은 벗고 내년, 후년 꼭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그때는 오늘을 추억하기보다 좀 더 세련된 세레나데와 춤이라도 춰야겠다. 세월에 밀려 추레한 모습이기보다 언제나 ‘인싸’인 그녀이길 바란다. 나 역시 좀 더 멋진 모습으로 변신의 여왕인 세레나데와 화려한 재회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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