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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예요] 호텔 1박에 60만원?…휴가철 앞두고 천장 뚫린 물가

제주·부산 등 주요 호텔 숙박료 줄줄이 올라…평소 대비 2배↑
과감히 휴가 포기하는 ‘휴포족’ 등장…‘엔저’ 일본행 절충도

원화에 대한 일본 엔화 가치가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오사카와 후쿠오카 등 일본으로 떠나려는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 “국내 휴가 비용 따져봤는데, 그 돈이면 일본을 가는 게 낫겠더라고요.”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34)는 올여름 휴가지를 일본으로 선택했다. 여름 휴가지를 제주도와 일본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제주도 물가가 일본보다 더 비싸다는 판단에서 결국 일본 여행을 선택했다. 현재 일본 엔화 환율은 900원대를 기록하며 ‘엔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휴가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국내 휴가지 호텔의 성수기 숙박비는 1박에 60만원을 가뿐히 넘고, 음식값 또한 껑충 뛰었다.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여름휴가이지만 아직까지 여름휴가 계획이 없는 사람들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성수기를 피해 휴가를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휴포족’도 등장했다. 

성수기 호텔·펜션 숙박료 치솟아…2배 이상 뛰어넘는 곳도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콘도 이용료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4%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6.4%, 4월 6.6%, 5월 10.8%에 이어 상승폭이 점점 가팔라지는 추세다. 

호텔 숙박료는 같은 기간 11.1% 올랐다. 3월 이후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수로는 115.11(2020년=100)로, 코로나 초기보다 15% 상승한 상태가 유지됐다. 2월 이 지수는 107.3이었다. 

실제 국내 대표 휴가지인 제주도의 호텔 숙박 요금을 검색해보면, 성수기인 8월 첫째~둘째 주 숙박비는 평소보다 더 치솟았다. 한 5성급 호텔은 8월 초 1박당 60만원대로 한 달 뒤인 9월 초 30만원 선인 것과 비교해 3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다른 5성급 호텔들도 마찬가지다. 4성급 호텔도 1박당 30만원대로, 9월 15만원대인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차이 났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부산, 강릉, 속초 등도 비슷한 수준 것으로 확인됐다. 

동해 망상해수욕장. [사진 연합뉴스]

펜션도 평소 가격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 한 독채 펜션은 주말 1박 기준 56만원인 반면, 비성수기에는 28만원이었다. 평균적으로 펜션 요금은 비수기 가격과 비교해 30~40%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제주도는 고물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제주관광공사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 방문객은 불만사항으로 물가를 꼽았다. ‘물가가 비싸다’는 응답이 2014년 29%에서 지난해 53.4%로 8년 사이 배 가까이 많아졌다. 비싼 숙박비에 맛집 투어, 자동차 렌트비까지 합치면 웬만한 해외여행 패키지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내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는 실정이다. 3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636만3736명(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672만6657명)보다 5.4%(36만2921명) 줄었다. 

반면 일본을 찾는 내국인 관광객은 크게 늘었다. 해외여행 활성화 속에 역대급 ‘엔저 현상’이 맞물리면서 지난 5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51만5700명)이 가장 많았다. 5월 전체 해외관광객은 168만3022명으로 그중 일본 관광객의 비중은 32.6%였다.

전통 과자 7만원‧감자전 3장 2만5000원…휴가지 먹거리 물가도 ‘논란’

외식 물가도 6.3%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돼지고기 가격 전년 동월 대비 7.2% 하락한 상황에서도 음식점에서 파는 돼지갈비 6.4%, 삼겹살은 5.4%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라면을 비롯한 먹거리 품목 일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음식 메뉴 배너가 설치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먹거리 물가 상승에 여름 휴가철 전국의 축제장과 전통시장에서도 바가지 논란이 잇달아 불거졌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춘천 막국수 축제 가격 근황’이라는 글로 인해 공분을 산 것이다. 글쓴이는 닭갈비, 감자전 사진과 함께 ‘지름 10㎝ 크기의 감자전이 3장에 2만5000원’, ‘닭갈비 2인분 양·닭갈비 1인분 가격은 1만4000원’이라고 올려 논란이 일었다. 경북 영양군에서는 전통 과자 1봉지에 7만원을 요구하는 모습이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을 통해 방영돼 항의가 빗발쳤다.

놀이시설을 비롯한 나들이 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운동경기 입장료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7% 급증했으며 놀이시설 이용료는 6.8%, 공연예술 관람료는 6.3%씩 올랐다. 골프장 이용료도 4.7% 상승했다.

14일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상인들이 '바가지요금' 근절 등을 결의하며 퍼레이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고물가로 인해 여름 휴가 체감 물가가 오르면서 휴가를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휴포자’들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조사 전문기관 피앰아이가 7일 전국 만 20~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올여름 휴가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은 휴가 계획이 없거나(36.8%),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36.2%)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일정 조율이 어려워서’(35.4%), ‘비용이 부담돼서’(34.8%)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생업(사업)상의 이유(17.5%), 건강 문제(11.0%), 기타(1.2%) 등이 뒤를 이었다.

휴가철 물가안정을 저해하는 자영업자들의 한탕주의식 바가지요금, 무분별한 상거래질서 행위 등이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는 과도하게 가격을 인상한 숙박업·요식업 시설 등에 대해 적절한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마다 관광자원 세금을 들여 개발을 해놨으나, 소비자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우면 이러한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며 “계속적으로 재방문을 유도하거나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도록 지역 상인들이 노력해야 하며, 구심점은 지자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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