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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칼 재채기에 그룹이 ‘몸살’…지배구조 어떻길래

[위기와 기회 사이 롯데그룹]②
그룹 계열사 신용등급 줄하향…8개 기업 등급 강등
지주사 핵심 롯데케미칼 부진…계열지원 능력 약화 

롯데챔피언십 로고. [사진 롯데]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줄줄이 강등되면서 거미줄처럼 얽힌 지배구조에 눈길이 쏠린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 사태 원인이 업황 등 외부보다는 롯데케미칼(011170)의 위기로 대표되는 내부 요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롯데그룹이 ‘크레딧(Credit·신용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정상화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004990)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023530),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089860), 롯데오토리스, 코리아세븐 등 롯데계열사들은 국내 신용평가사가 진행한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롯데그룹 계열사 중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 등 국내 신용평가사 모두로부터 신용등급이 강등당한 곳은 ▲롯데지주 AA→AA- ▲롯데케미칼 AA+→AA ▲롯데쇼핑 AA→AA- 등이다. 모두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그룹 신용등급 하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롯데캐피탈(AA-→A+)과 롯데렌탈(AA-→A+)는 한기평과 나신평 등 두 곳의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이밖에 롯데물산(AA-→A+)과 롯데오토리스(A→A-)는 한기평으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했고 코리아세븐(A+→A)도 나신평 정기평가에서 하향 조정됐다. 업종에 상관없이 롯데그룹 전반에 걸쳐 신용등급이 강등된 셈이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에서 지게차가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사진 롯데케미칼]


원인은 외부 아닌 내부에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강등된 이유는 지배구조를 비롯한 내부 이슈 때문이다. 롯데그룹 신용등급 하향이 업황 악화와 경기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보다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배구조와 핵심 계열사의 부진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롯데케미칼의 부진이 계열사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롯데그룹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급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지주의 핵심 계열사이면서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롯데건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올해 1분기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지분은 최대주주인 롯데지주(25.6%)와 롯데물산(20.0%), 롯데홀딩스(9.2%) 등 롯데그룹 특수관계자가 54.9%를 보유하고 있다. 

즉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 확대가 지주사의 채무상환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지원 기대감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 지분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롯데케미칼 25.3%와 롯데쇼핑 40%, 롯데웰푸드(47.5%), 롯데칠성음료(45%) 등이다. 

사업면에서도 롯데케미칼이 주도하고 있는 석유화학부문은 그룹의 전통 주력 사업인 유통을 제치고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조9323억원으로 롯데쇼핑(3조5616억원)을 크게 상회한다. 롯데케미칼의 성장성 둔화가 그룹 계열사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케미칼 사내이사에 재선임 되는 등 직접 힘을 실어주고 있어 향후 지주사 체제에서 롯데케미칼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및 계열사별 신용등급 현황.


현금동원 능력 약화

신용평가사들이 롯데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하락 조정하면서 ‘계열지원 능력 약화’를 근거로 제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앞서 신용평가사들은 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 가중과 실적 악화가 그룹의 현금 동원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평가 대상의 모그룹이 존재할 경우 ‘유사시 계열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신용평가를 진행한다. 롯데의 경우 롯데케미칼의 등급 강등 및 전망 변경으로 계열지원능력의 산정기준인 통합신용도가 크게 떨어졌고 계열사들의 개별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롯데케미칼의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져야만 그룹사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가능하다는 게 신용평가업계의 중론이다.  

한신평은 “롯데지주 통합기준신용도 산출 핵심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변경에 따라 롯제지주 무보증사채신용등급을 변경했다”며 “롯데쇼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우수한 롯데지주 신용도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지주 등급 변경에 따라 롯데쇼핑의 등급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신평도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하락과 자회사 지분투자 증가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 등을 감안해 장기신용등급을 조정했다”며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하락에 따른 계열의 지원능력 약화를 반영해 롯데캐피탈 및 롯데렌탈의 등급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룹의 신용등급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개선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사업 영업이익이 롯데케미칼의 연결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실적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계열사별 자생력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있는 롯데그룹이지만 지배구조 아직 존재한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사태와 같은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성장성 둔화와 차입금 확대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재무건전성 역시 지난해 유동성위기에 빠진 롯데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크게 악화됐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은 8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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