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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로 고통받는 ‘영국 명차’...럭셔리카 이미지는 여전?[백카(CAR)사전]

올해 상반기 판매 회복...법인 등록 비중 63.5%
잔고장·AS 문제에도 여전히 고급 SUV로 평가

자동차 산업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신차가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 수준이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정보는 정말 방대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식을 모아서 정리한 책인 백과사전처럼 ‘백카(CAR)사전’ 코너를 통해 자동차와 연관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영국 명차 랜드로버의 럭셔리 SUV 레인지로버. [사진 랜드로버코리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인천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김모씨(43세·남)는 랜드로버 브랜드의 차량 구매를 고민 중이다. 김씨는 “랜드로버 차주,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서비스(AS), 잔고장 등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 중인 류모씨(52세·남)는 레인지로버를 탄다. 류씨는 “개인적으로 고급진 SUV를 선호해 차를 샀다. 물론 AS가 워낙 안 좋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영국 왕실이 인정한 명차 랜드로버는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연간 1만대 이상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 럭셔리 SUV 브랜드였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잔고장, AS 품질 저하 등으로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랜드로버 차주들은 서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오늘 아침, 서비스센터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랜드로버는 두 종류다. 서비스센터에서 나온 차와 서비스센터로 향하는 차.’ ‘랜드로버는 3대를 뽑아야 한다. 수리 받는 차, 수리 받을 때 타는 차, 수리에 쓸 부품용 차.’ 이처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랜드로버의 품질 및 AS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은 2019년이다. 그해 리콜 대수가 폭증하면서 랜드로버 AS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린 탓이다.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2019년 랜드로버의 국내 리콜 대수(재규어 포함)는 4만1854대다. 최근 5년(2018~2022년)간 실시한 총 리콜 대수의 47%에 달하는 수치다.

AS 품질의 저하는 판매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랜드로버는 2018년까지 국내에서 연간 1만대 수준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지만, 2019년부터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랜드로버의 연도별 국내 판매 실적은 ▲2019년 7713대 ▲2020년 4801대 ▲2021년 3220대 ▲2022년 3113대 등이다.

이처럼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랜드로버. 철저하게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던 이 브랜드에게 최근 기회가 찾아왔다. 올들어 판매 실적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랜드로버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2988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7.5% 증가한 수치다. 6개월 만에 지난해 랜드로버의 연간 판매 대수인 3113대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출시한 2억원대 신형 SUV 레인지로버가 판매 회복세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랜드로버가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모델이 레인지로버 P530이다. 이 모델은 전체 실적의 44%인 1304대가 팔렸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랜드로버의 법인 등록 대수다. 올해 상반기 랜드로버가 국내 판매한 신차의 63.5%(1899대)가 법인 명의로 등록된 차였다. 랜드로버는 1개 모델(디스커버리 스포츠, 6000만원대)을 제외하고 판매 가격이 최소 1억원을 넘어선다. 정부가 문제삼고 있는 법인차 사적유용 문제가 연상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법인 등록 대수가 많다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럭셔리카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차와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럭셔리 브랜드의 법인 등록 비중은 60%를 웃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평균 법인 등록 비중인 30%를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랜드로버는 강인하고 럭셔리한 이미지로 이전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브랜드”라며 “실제 연예인, 스포츠 스타를 비롯한 인플루언서들이 여전히 랜드로버를 애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잔고장, AS 품질 저하 등의 지적을 받고는 있지만 상품 자체 만큼은 여전히 럭셔리로 인정을 받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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