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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감미료에 대한 경고…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이코노 인터뷰]

[혼돈의 아스파탐] ④ 강상욱 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교수 인터뷰
단맛에 중독될 가능성↑…아스파탐 과잉 섭취 경고
“인공 감미료 자체만으론 암 유발되지 않아”

강상욱 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교수. [사진 상명대]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 감미료에 대한 경고를 거듭해 왔지만, 이번처럼 등급까지 상향하면서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처음이에요. 이제는 조심할 때가 됐단 뜻이죠. 과잉 섭취는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단맛에 길들지 않는 것’이에요.”

강상욱 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이코노미스트와 만나 설탕 대체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 섭취와 관련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가 14일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로 분류하면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체 발암 가능 물질 2B군은 IARC가 1970년대부터 전 세계의 역학조사 자료를 근거로 발암물질을 조사해 위험 정도와 밝혀진 관계에 따라 나눈 4개의 등급 중 하나다. 2B군은 인체에 대한 연구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가 충분치 않은 경우에 해당하며 발암 ‘가능성’을 의미한다. 2B군에는 김치 같은 절임 채소류, 알로에 베라 등이 있다.

현재 식약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인공감미료는 22종에 이른다. 그중에서 아스파탐은 가장 대표적인 인공감미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같은 양을 기준으로 설탕보다 약 200배 달지만, 열량은 낮아 무설탕 음료와 과자 등에 주로 쓰인다. ‘제로’ 식품의 인기가 높아지며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스파탐을 발암 물질로 분류하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강상욱 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교수. [사진 상명대]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된 것은 지난해 3월 프랑스 소르본파리노르대 연구팀이 아스파탐 등의 인공 감미료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인공 감미료 중 아스파탐은 유방암 위험을 22%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WHO에서 연구 결과를 검토하는 기간을 가지면서 2023년에 2B군으로 등급을 상향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그러나 프랑스의 연구 결과는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것 같다는 게 강 교수의 입장이다. 

“프랑스 성인 10만명을 대상으로 식습관을 7.7년간 추적조사했더니, 인공 감미료를 섭취한 집단의 암 발병 확률이 13% 높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이 연구의 아쉬운 점은 인공 감미료를 섭취하는 집단과 섭취하지 않는 집단이 있으면, 그 집단의 다른 연관성도 살펴봤어야 했던 거예요. 예를 들어 인공감미료를 섭취하는 사람이 섭취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육류 섭취량, 먹는 양, 단순당 섭취량이 많은지 적은지에 대한 여부를 살펴봤으면 더 명확히 결론이 났겠죠. 모든 조건이 똑같은 하에 인공 감미료 섭취만 차이가 났다면 결론은 완전히 반박할 게 없었을 겁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인공 감미료 자체만으로 암을 일으키는 연구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아스파탐이 식습관의 변화를 불러일으켜 비만·당뇨·암 등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단맛을 느끼는 건 뇌예요. 뇌에는 보상 시스템이 있거든요. 제로 음료를 즐겨 먹으면, 그 단맛을 계속해 찾게 돼 중독되기 쉬운 거죠. 결국 아스파탐을 계속해서 섭취하는 사람은 평소 육류 섭취량, 먹는 양, 단순당 섭취량이 많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로 인해 합병증이 유발되는 거예요. 인공 감미료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없고, 후천적·부수적인 효과가 크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강상욱 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교수. [사진 상명대]

문제는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아스파탐 연구 결과 중 위해성 연구는 동물 실험 자료만 있다는 점이다. 실험용 쥐에게 아스파탐, 즉 ‘단일 독성’만 주입해 ‘이 정도면 안전하겠다’고 확인한 것이다. 그렇게 인공 감미료는 오랜 기간 연구됐지만, 강 교수는 ‘복합 독성’에 대해 연구되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아스파탐만 섭취하지는 않잖아요. 제로 음료나 김치, 과자 등 음식에 섞인 채 섭취하는 거죠. 아스파탐만 봐도 몸에 들어오면 화학구조가 깨지면서 분해가 돼요. 예를 들어 커피에만 화학 구성요소가 1000개가 넘는데, 아스파탐이 함유된 커피를 마시게 되면 다양한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물질을 생성해 낼 수도 있는 거죠.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게 ‘복합 독성’으로 검출될 수도 있는 거예요. 아스파탐과 관련한 복합 독성 연구는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고,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약처가 발간한 ‘2019년 식품첨가물 기준·규격 재평가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은 일일섭취허용량(ADI)의 0.12% 정도다. 식약처는 해당 보고서에서 “식품 중 아스파탐의 식품섭취노출량 검토 결과 안전성의 염려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는 낮은 수준으로 큰 문제가 없지만, 과잉 섭취에 대해서는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갑자기 제로 음료를 마신다고 암에 걸린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우려 사항이 있다는 건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 평균 제로 음료 1캔을 마시는 사람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다이어트를 위해 4~5캔 먹는 사람은 식습관 자체가 바뀔 수 있어 결과적으로 몸이 해로울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단맛에 길들지 않게 해야 합니다. 또 ‘복합 독성’과 같은 위험성은 추후 계속 밝혀질 수 있어요. 나중에 피해를 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미리부터 적당량을 섭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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