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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탐 대신 수크랄로스? 대체 감미료 전환 걸림돌 3가지

[혼돈의 아스파탐]③
WHO 모순적 결론에 혼란 가중…대체제 안전성도 물음표
기존 ‘맛’ 유지가 관건…생산·포장 등 제조방식 변경 부담도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제로 슈거 음료수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한 가운데, 기업들은 아스파탐을 다른 성분으로 대체했을 때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과자나 음료 등 식품의 경우 첨가물을 변경한다면 제품의 맛이 변할 수 있어서다. 소비재는 가격이 낮아서 미세한 맛의 변화로도 특정 제품 대신 다른 제품을 선택하기 쉽다. 이와 관련해 생산 공정을 바꾸거나 첨가물을 변동하기 어려운 기업 또한 아스파탐을 그대로 사용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류와 제과, 음료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운 기업 일부는 아스파탐을 다른 성분으로 대체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리온과 크라운제과가 자사의 과자 제품에 아스파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무렵 대체 논의를 시작했다”며 “아스파탐을 어떤 첨가물로 바꿀지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마트도 아스파탐을 대신할 다른 감미료를 찾고 있다. 자체 상표(PB) 제품 중 ‘제로 콜라’와 ‘스파클링 에이드’ 등에 아스파탐이 들어가서다. 이마트는 아스파탐을 다른 성분으로 변경하기 위해 제조사와 협의하고 있다. 기존에 출고한 제품은 그대로 팔지만, 아스파탐이 들어간 제품은 더 생산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체 성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마트는 아스파탐을 뺀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2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 감미료 많지만…안전성 우려는 똑같아

다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아스파탐은 식품에 단맛을 첨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공감미료다.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페닐알라닌과 아스파트산 등 아미노산이 결합한 물질이다. 열량(칼로리)은 설탕과 같지만, 단맛은 설탕보다 200배가량 높다. 제로 콜라와 나랑드 사이다 등 ‘제로(0) 슈거’를 표방하는 제품은 대다수가 아스파탐을 함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1981년 식품첨가물로 승인됐고, 이후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스파탐이 1985년부터 사용됐다.

 40여 년 동안 설탕을 대체해 온 아스파탐이 때아닌 논란에 휩싸인 것은 WHO 산하의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이 성분을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IARC는 아스파탐을 2B군에 포함했다. 2B군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으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물질이 해당한다. 그러면서 WHO는 일일 허용 기준치를 체중 1kg당 40㎎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펩시 제로슈거(250㎖)를 하루에 55캔 이상 마셔야 섭취할 수 있는 양이다. 사실상 발암 가능성이 있지만 많이 먹지만 않으면 안전하다는 모순적인 결론을 내놓으면서 업계와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스파탐을 대체할 물질은 다양하지만 이 감미료들이 안전성 우려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수크랄로스와 스테비아 등이 아스파탐 못지않게 잘 알려진 감미료다.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600배, 스테비아는 300배 달다. 가격도 아스파탐과 비슷하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아스파탐은 1㎏당 4만7000원가량이다. 같은 양일 때 수크랄로스와 스테비아는 각각 4만9000원, 4만6000원이다.

앞서 미국 조지워싱턴대 연구팀은 수크랄로스가 대사 활동을 교란한다는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방을 쌓이게 하는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해서다. WHO는 최근 아스파탐과 수크랄로스, 스테비아, 네오탐, 사카린 등 감미료가 당뇨병이나 심혈관계 질환이 유발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클리블랜드클리닉 연구팀이 3년 동안 연구 참여자들을 관찰한 결과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아스파탐을 굳이 다른 인공감미료로 대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며 “다른 감미료로 바꿨다고 해도 나중에 가서 발암물질 가능 물질로 둔갑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기존 제품과 ‘같은 맛’ 내야…“감미료별 특색 있어”

또 다른 걸림돌도 있다. 첨가물을 바꾸면 제품의 품목 및 제조를 변경해 신고하고 포장을 비롯한 생산 작업 일부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맛’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크다. 아스파탐을 대체할 성분을 찾고 있는 국내 기업의 한 관계자는 “다른 첨가물을 넣었을 때 제품의 맛이 변하면 안 되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감미료의 종류도 많기 때문에 맛을 해치지 않는 첨가물을 찾는 데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쉽게 구분하긴 어렵지만 감미료마다 맛이나 질감의 차이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감미료로 아스파탐을 대체했을 때 제품의 맛에 큰 변화가 없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 기업 입장에서 굳이 아스파탐을 대체해야 하나 고민일 것”이라고 했다. 또한 “대기업이라면 비용 면에서 부담이지 않겠으나 영세한 중소 규모 업체는 대체 성분을 찾고, 맛의 차이를 파악하고, 포장까지 바꾸는 과정이 부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아스파탐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IARC가 아스파탐을 2B군으로 분류한 것은 아스파탐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뜻”이라며 “실제로 암을 일으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결정”이라며 “식약처가 아스파탐에 대한 별도의 조처를 하지 않은 만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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