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만든 네이버·카카오, 저작권 보호도 ‘일품’…불법물 차단 성과 ‘뚜렷’
‘온라인 유통’ 웹툰, 불법 유출에 취약…피해 규모 8500억원 육박
‘웹툰 종주국’ 만든 네이버·카카오, 불법 유통 대응책도 세계 최초
AI 도입하고 전담팀 구성…“플랫폼·창작자·이용자 보호에 노력 경주”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세계 웹툰 시장을 연 네이버·카카오가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전담팀을 구성하고,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을 도입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양사 모두 ‘플랫폼 수익은 물론 창작자, 나아가 선의의 이용자를 보호하는 건전한 웹툰 생태계 안착이 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20일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양사가 그간 시행한 웹툰 불법 유통 근절 조치에 따른 뚜렷한 성과가 최근 나왔다.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한국을 웹툰 종주국으로 만든 기업이다. 다음웹툰(현 카카오웹툰)이 2003년 2월, 네이버웹툰이 2004년 6월에 각각 서비스를 시작하며 시장을 키워왔다. 웹툰이란 단어도 국내에서 만들어졌다. 양사는 2010년대 중반 시선을 글로벌로 돌렸다. 네이버웹툰은 2014년, 다음웹툰은 2016년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유럽·동남아 등 세계 곳곳에서 안착한 네이버·카카오 웹툰 플랫폼은 K-콘텐츠의 일익을 담당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출판 만화와 달리 웹툰은 온라인에서 주로 유통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웹툰이 PC·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세로형으로 컷이 전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온라인 유통은 웹툰의 세계 확장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동시에 불법 유출에 취약한 구조를 내포한다. 웹툰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불법 유통의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얼라이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웹툰 시장 규모는 2021년 37억 달러(4조6900억원)에서 연평균 36.8% 성장해 2030년에는 561억 달러(71조800억원)를 달성할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22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웹툰 불법 유통 시장 규모는 84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보다 53.6% 증가한 수치다.
네이버, AI 기술로 불법 유통 근절…사전 방지에 ‘방점’
웹툰 시장을 만든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불법 유통 근절 방안도 스스로 만들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2017년 7월 툰레이더 시스템을 자체 개발, 플랫폼에 도입했다. 불법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AI 기술을 활용한 세계 첫 사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2021년 업계 처음으로 글로벌 불법유통 대응 전담팀 피콕(PCoK·Protecting the Contents of Kakao Entertainment)을 발족했다. 픽콕은 지난 3년간 독자적으로 구축한 글로벌 불법 사이트·커뮤니티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하고, 생태계 자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사는 불법 유통 근절 방안을 지속해 고도화, 최근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 모두 원천 차단을 목표로 불법 유통 대응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원천 차단과 함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이 자체 개발한 툰레이더는 국내외 불법 복제물 추적에 특화된 AI다. 웹툰에 심어진 사용자 식별 정보를 읽고, 불법 이용자를 탐지하는 기능을 갖췄다. 회사는 2018년 6월 말 툰레이더에 이미지 추적을 위한 ‘컴퓨터 비전’ 기술을 도입하는 등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2019년 초에는 ‘웹툰 불법 유출 예측 시스템’을 툰레이더에 추가로 도입하기도 했다.
툰레이더 성능은 학술적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이건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최근 학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툰레이더는 웹툰 불법 유통 시점을 타사·타 플랫폼 대비 약 25일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2021년 5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2년간 웹툰 불법 유통을 분석해 이 같은 툰레이터의 정량 성과를 도출했다.
웹툰 플랫폼은 통상 4~6주 정도의 분량을 ‘미리보기’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용자가 비용을 지불하면 무료 전환 전 웹툰을 볼 수 있는 식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미리보기’ 서비스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불법 유통을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25일 지연한다는 점은 창작자와 플랫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또 2022년 12월 기준 불법 유통 사이트에 올라온 회차와 정식 사이트에 올라온 회차를 비교 분석한 결과, 최신 회차가 즉시 불법 유통되는 작품 비율은 ▲네이버웹툰 16.3% ▲A사 83.6% ▲B사 68.3%로 나타났다. 네이버웹툰의 즉시 불법 유통 작품 비율이 타사 대비 확연히 낮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네이버웹툰 작품은 ‘불법 웹툰 사이트’와 ‘정식 사이트’ 간 최신 회차 차이가 평균 4회로 집계됐다. 다른 플랫폼은 평균 지연이 0회차로, 공개 즉시 불법 유통이 이뤄질 확률이 높다.
네이버웹툰이 추산한 툰레이터를 통해 보호된 저작권의 환산 금액은 연간 3000억원에 달한다. 툰레이더를 적용하기 시작한 2017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국내 1차 불법 사이트의 업로드 중지 및 테이크다운 비율은 97%로 나타났다. 테이크다운은 웹툰을 직접 유포하지 못하는 2차 불법 사이트로 변경됐거나, 서버가 중단된 상태를 의미한다.
네이버웹툰은 툰레이더 운영 외에도 검색어 차단과 콘텐츠 불법 유통 사례 모니터링에 특화된 다수의 국내외 전문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생태계 자정 활동을 진행 중이다. 사내에도 소셜 미디어 집중 모니터링 전문 조직을 구성, 저작권 침해 제보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
카카오엔터, 6개월 만에 1420만건 차단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피콕팀이 최근 6개월간 올린 성과를 ‘3차 글로벌 불법유통 대응 백서’로 정리해 공개했다. 회사는 불법 유통 노하우를 그간의 성과와 함께 정기적인 백서 발간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웹툰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안착이 노하우 공유의 이유다.
피콕팀이 자체 차단 기술을 통해 최근 6개월간 삭제한 불법물은 1420만건에 달한다. 이는 2차 백서 대비 112% 늘어난 수치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불법물 삭제 건수는 약 2800만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글로벌 차원의 저작권 인식 개선 활동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불법 2차 저작물까지 단속 체계를 확장했다”며 “창작자들에게 물질적·정신적으로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불법 유통에 대한 사전 예방은 물론 발 빠른 추적과 차단을 위한 업계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지속해 내재화해 왔다”고 전했다. 회사가 2016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자체 단속한 불법물도 2400만건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지식재산권(IP)을 무단 활용한 불법 캐릭터 상품이나 인쇄물 등 2차 저작물도 단속 대상에 포함했다. 아마존에서 불법 판매되던 웹소설 출판물을 삭제했고, 티셔츠 프린팅 업체에서 판매 중인 IP 불법 활용 티셔츠 판매를 금지했다.
피콕팀은 지난 3년간 글로벌 불법물 차단 활동과 더불어 업계 최초로 북토끼 운영자에 대한 형사고소를 진행하고, 글로벌 차원의 대대적 저작권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치는 등 불법유통 근절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또 영어권·중화권·인도네시아어권 등 언어권별 인력을 배치, 불법물 모니터링 및 실시간 삭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피콕 트위터 계정에 마련된 ‘불법유통 제보 창구’도 활용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제보받은 불법물을 실시간으로 신고하고 차단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이와 함께 저작권해외진흥협회(COA)·웹툰산업협회 등 유관 기관 및 해외 수사기관 공조 확대 등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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