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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업 환경 기대 이상, 외국인 창업가 위한 친화적 환경 제공 필요”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국내 정착 후 성장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많아져
일부 창업기획자 문제 불거져…해외 스타트업 비밀 자료 유출 등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스타트업 행사 ‘비바 테크놀로지’(Vivatech technology)에서 관람객들로봇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이라면, 보통 글로벌 기업의 임직원이나 산업현장의 근로자를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 스타트업을 설립해 운영하는 외국인 창업자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국내 창업생태계에 다양한 의미를 더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여기서는 국내에 정착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살펴보고 함의를 찾아보고자 한다. 

해외 스타트업 국내 창업생태계 활성화 촉매제

싱가포르의 데이터 가공 전문 기업 틱택(Tictag)은 해외 스타트업이 국내 생태계에 미치는 여러 긍정적인 영향들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이다. 틱택은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2020년 가을 한국에 첫발을 내딛고, 같은 해 12월 국내 법인 틱택코리아를 설립하였다. 이미 국내에는 데이터 분류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많이 존재했지만, 틱택은 우수한 글로벌 클라우드 풀을 활용하여 고품질 데이터 세트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공하는 데 경쟁 우위가 있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정부 기관에서 지원하는 데이터 바우처 사업에 참여하는 등 재빠른 현지화를 진행했다. 

현재 틱택코리아는 맞춤형 데이터 분류가 필요한 10여 개 국내 기업들에 합리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틱택의 사례는 공공기관, 국내 기업, 해외 스타트업이 교류하면서 국내 생태계에 새로운 기회와 가치가 창출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백야드 브레인즈(Backyard Brains)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교육 목적 소형 뇌공학 기기를 제작하는 북미 스타트업이다. 창업자는 세계적인 공개 강연 프로그램인 TED에서 큰 인기를 얻은 유명 연사다. 2019년 말 한국 법인을 설립한 후 50여 개 국내 초·중·고교에 공개 수업을 정기적으로 진행했다. 과학 선생님들의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달성했다. 

한국 시장에서 선전으로 백야드 브레인즈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 됐다. 국내 창업생태계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뇌공학 교육이라는 영역을 해외 스타트업이 채워준 사례다. 

해외에서 검증된 사업 모델을 국내 생태계에 빠른 유입을 촉진한 해외 스타트업도 있다. 유아 스마트 기기 제작 및 유아 생태계 플랫폼 스타트업 마이퍼스트 테크놀로지(myFirst Technology)다. 자국인 싱가포르에서 관련 시장 점유율을 80%까지 높인 검증된 사업 모델을 확보하고 있다. 2022년 한국 시장에 진입을 결정하고 첫 제품으로 스마트 기기를 소개했다. 자식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한국 부모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대단했다. 고무적인 마이퍼스트는 작년 말 국내 법인 설립과 동시에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 창업 생태계에 특별한 가치를 창출한 해외 스타트업도 눈길을 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의 인기가 높아지며 외국인들이 자국에서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한 뒤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싱가포르의 공간 콘텐츠 스타트업 필름플레이스(Filmplace)가 좋은 예다. 

필름플레이스는 한국 콘텐츠 속 장소와 배경, 그리고 관련 콘텐츠를 동남아 시장에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자다. 국내 드라마 및 영화 제작사와 이들에 관심을 가지는 동남아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을 연결한다. 이미 자국에서 다수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데, 빠른 스케일업을 목적으로 한국에서도 법인을 열었다. 변화와 움직임이 빨라 기업이나 정부가 주도하기 까다로운 콘텐츠 산업에서 외국인 창업자와 해외 스타트업이 양방향 문화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성공 사례의 기업들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창업 보육 프로그램’에 선발된 후 한국에 정착한 해외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국내 창업생태계에서 소외되는 영역이나 발전이 더딘 부분에서 경쟁력을 보이며 생태계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하며 대한민국의 창업생태계는 다채로워지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 스타트업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마이퍼스트, 백야드 브레인즈, 필름플레이스, 틱택코리아. [사진 각 사]
해외 스타트업 국내 정착 위한 제도 개선 필요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글로벌 학생 창업가 대회(The Global Student Entrepreneur Awards) 상위 입상자 중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정부 초청으로 잠시 국내에서 활동할 때 만났던 독일 국적의 창업가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임에도 무려 3개의 창업 회사를 이끄는 열정 때문에 단번에 그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했다.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한국을 떠났다. 그를 대신해 한국에 상주하려 했던 공동창업자가 비자를 지원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해외 스타트업들이 차츰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할 부분도 있다. 국내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해외 스타트업들이 말하는 국내 창업생태계의 장단점은 비슷하다. 

그들이 국내 정착에 어려움을 가장 크게 호소한 부분은 일부 창업기획자의 미숙한 운영이다. 이와 관련해 몇 년간 해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했다. 해외 스타트업 비밀 자료의 무단 유출이나 한국인 멘토의 외국인 성희롱 사건 등은 글로벌 커뮤니티에 크게 회자되며 한국 창업생태계에 대한 글로벌 평판을 훼손시킨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노무·세무·법무 같은 사회 제도에 대한 교육의 부족과 외국인이 접근할 수 있는 창업 관련 정보 채널의 부재도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창업자가 개선을 바라는 부분이다. 외국인 창업자들을 오랜 시간 지원해 온 서울 스타트업스(Seoul Startups)의 운영자 마르타 알리나(Marta Allina)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이 가진 혁신 이미지로 많은 해외 스타트업이 관심을 가지고 들어오지만, 유입과 정착 사이를 연결해 주는 중간 역할자들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면서 “한국의 인프라와 창업 환경은 기대 이상이어서 조금 더 친화적인 환경이 제공된다면 더 많은 외국인 창업자가 한국 생태계에 함께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외국인 창업자들은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인식한다. 앞서 성공 사례로 언급한 해외 스타트업 CEO들 모두 창업생태계에 대한 정부와 대기업의 전폭적 관심과 지원을 한국 스타트업 산업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빠른 변화를 수용하는 소비자, 높은 기술력, 정치적 안정성, 아시아 지역에서의 한국의 위상 등을 국내 창업생태계의 장점으로 제시했다. 

이제는 외국인 스타트업 설립 수의 증가와 같은 단순한 양적 증가 아닌 그들이 생태계에 기여하는 질적 성장도 함께 도모할 때이다. 시장 탐색으로 시작한 그들의 유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국내 창업생태계 내 정착까지 이끄는 환경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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