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1000억 들여 인수했는데”…직방 NO! 삼성 로고만 찾는 소비자들

직방, 삼성SDS 홈IoT 부문 인수…도어락 로고 전면 교체
직방 관계자 “인수합병 후 로고 말고는 달라진 점 없어”
경영 악화 주요 원인 ‘스마트홈 사업 확장’ 꼽혀

(구)삼성SDS SHP-DP960, 직방 NEW 푸시풀+ SHP-DP960 Plus.(왼쪽부터) [사진 직방 홈페이지]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삼성 로고 찍힌 도어락 없나요? 직방 말고요.” “삼성 로고 제품 구하는 법 알려주세요.”

최근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 및 인테리어 커뮤니티 등 온라인상에는 이처럼 ‘삼성’ 로고가 쓰여진 도어락을 찾는 문의글이 쇄도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 어플리케이션(앱) 직방이 삼성SDS홈 사물인터넷(IoT) 사업부를 인수, 도어락 전면에 쓰인 삼성 로고가 직방으로 전면 교체되면서다. 

스마트홈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직방은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 스마트홈 사업 분야에 적극 투자해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정작 직방 로고의 도어락은 기피하고, 재고가 거의 없는 삼성 로고의 제품을 따로 요청해 설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룸·오피스텔 중개 플랫폼으로 시작한 직방의 브랜드 파워가 삼성에 비해 약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삼성→직방 로고 변경, 브랜드파워 영향 미쳤나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삼성 로고가 찍힌 도어락을 설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 삼성SDS 홈IoT사업부가 직방으로 넘어가면서 새롭게 설치되는 삼성 도어락은 모두 직방 로고가 찍혀있다. 삼성 로고 제품은 기생산된 제품으로 더 이상 추가 생산은 없고, 현재 생산되는 모든 모델은 ‘ZIGBANG’으로 로고가 찍혀 나온다.

삼성 로고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은 기술적인 부분, A/S 면에서 의문점을 갖는다. 유명 브랜드인 삼성에서 직방으로 넘어가면 성능이나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에서다. 삼성 로고 도어락을 구하지 못하는 소비자는 대신에 게이트맨 도어락을 설치하는 경우도 많아 게이트맨 설치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은 “삼성 도어락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재고가 없어서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직방보다는 아무래도 삼성 로고가 찍힌 게 믿을 만하고, 제품력도 좋을 것 같아 수소문해서 삼성 로고 도어락을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어락 설치 전문 업체 관계자도 “최근 고객들이 직방 로고가 아닌 삼성 로고 도어락으로 설치가 가능하냐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직방이 아닌 삼성 로고 도어락 설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직방으로 사업이 이관되면서 기존의 삼성SDS A/S 대리점은 직방 대리점으로 이름이 교체됐다. A/S 시스템은 삼성에서 제공하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게 직방의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SDS에서 판매했던 제품의 고객지원 또한 직방에서 진행하고 있다.

직방 관계자는 “브랜드파워가 삼성과 비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품질 관리 및 사업을 그대로 영위할 수 있도록 인수과정에서 충분히 신경 썼기 때문에 AS나 제품력 측면에서 품질 저하가 발생할 요인이 없다”며 “로고 변경 말고는 동일한 프로세스로 A/S나 제품 생산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부분을 이해는 하지만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면 소비자들의 우려는 사그라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 먹거리 찾아 ‘스마트홈 사업 확장’…최대 적자 기록

부동산 매물 광고를 발판으로 성장한 직방은 2022년 7월 삼성SDS 홈IoT사업부를 인수하며 스마트홈 사업에 손을 뻗었다. 삼성SDS의 홈IoT 사업 부문은 스마트 도어락과 월패드를 포함하는 국내 스마트홈 시장 1위로 중국 등 1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직방은 삼성SDS의 홈IoT 기술력을 활용해 스마트홈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직방은 KDB산업은행, IMM인베스트먼트, 하나금융투자로부터 총 1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직방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으로, 해당 투자에서 직방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 규모로 평가됐다. 당시 직방은 확보된 투자금을 서비스 고도화와 신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집구하기부터 집 관리까지 주거 분야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 프롭테크(부동산 기술)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직방 신규 CI. [사진 직방]
인수가 이뤄진 2022년 직방은 역대 최대 매출과 최대 적자를 동시에 기록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직방의 매출은 8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방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다년간 500억원대에서 정체됐던 직방의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반면 영업적자는 37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사이 손실이 4배 넘게 훌쩍 늘어난 셈이다. 당기순손실도 2021년 129억원에서 2022년 515억원으로 늘었다. 

적자 확대는 지난해 7월 직방이 삼성SDS 홈 IoT 부문을 인수한 영향이 크다. 부동산 및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영위해온 직방은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유관 부문 인력을 유지해야 했다. 이로써 추가 인건비 지출이 발생했다. 직방은 2022년 기준 직원 급여비용이 233억원 규모로 2021년(104억 원)보다 2배 넘게 커졌다. 스마트홈 사업을 위한 제품개발 등에 투자를 늘리면서 경상연구개발비도 2021년 175억원에서 지난해 218억원으로 늘어났다.

직방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SDS와 한 식구가 되면서 브랜드 전환 과정에 있다보니 이전과 그대로 유지됐다고는 볼 수 없으나, 지난해 매출이 크게 빠지지 않고 스마트홈부문에서 선방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홍보 및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면 매출 신장을 이룰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실적 반등 시작됐다’…넷마블, ‘나혼렙’ 흥행 청신호

2의협 회장, 인종차별 논란?...소말리아 의대생 사진에 "커밍 쑨"

3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안정적' 유지..."올해 2.5% 성장"

4"의대 증원 정책 철회해달라"...의대 교수 3000명 모였다

5'빌라'에 손 가네...비(非)아파트 사들이는 3040 늘었다

6中 여행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불심검문 당할 수도

7노소영, 최태원 동거인에 건 위자료 소송...8월 선고

8김성태 기업은행장, 반도체 기업 하이콘 방문…“중소기업 지원 최선”

9카카오, 모처럼 ‘수익성 챙긴’ 실적…영업익 92% ‘급증’

실시간 뉴스

1‘실적 반등 시작됐다’…넷마블, ‘나혼렙’ 흥행 청신호

2의협 회장, 인종차별 논란?...소말리아 의대생 사진에 "커밍 쑨"

3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안정적' 유지..."올해 2.5% 성장"

4"의대 증원 정책 철회해달라"...의대 교수 3000명 모였다

5'빌라'에 손 가네...비(非)아파트 사들이는 3040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