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늘리는 건지, 안 늘리는 건지”…먹태깡·아사히맥주의 ‘감칠맛 마케팅’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먹태깡 품귀현상에 5000원대 웃돈거래
점보도시락·허니버터칩 유행과 비슷해
[허태윤 칼럼니스트] 농심의 깡 시리즈 여섯 번째 신제품 ‘먹태깡’이 대박 조짐이다. 한 달 만에 200만 봉지가 팔렸다. 맥주 안주로 인기가 많은 먹태 맛에 청양고추를 넣고 마요네즈 맛을 낸 ‘청양마요맛 먹태깡’은 출시되자마자 1주일 만에 100만봉이 팔렸고 3주일 만에 172만봉이 팔리는 것을 넘어 웃돈 거래까지 성행하고 있다. 실제로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에서는 한 봉지 정가가 1700원인 먹태깡이 4000~5000원에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쿠팡에서는 개인판매업자가 먹태깡 한 봉지를 1만2000~1만3500원에 팔고 있다. 여기에 배달비 4000원이 더해지면 1만6000~1만7500원이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심은 생산량을 30% 늘렸지만, 장삿속이라는 비난 속에 ‘품절 마케팅’ ‘헝거 마케팅’이라는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먹태깡’과 유사하게 헝거 마케팅 비난에 휩싸였던 브랜드는 다수 있다. 최근만 하더라도 편의점 GS25의 기획 상품인 ‘팔도 점보도시락’ 라면이 있다. 출시 3일 만에 초도물량 5만 개가 매진되는 사태를 빚고, 점포당 2개씩만 주문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GS25가 팔도 도시락 브랜드 지적재산권(IP)를 제공받아 자체 브랜드(PB)로 출시한 이 제품의 경우 처음부터 한정 출시 제품으로 시작해 비난은 없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에 웃돈 거래가 일어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존 팔도 도시락면의 8배 크기로 만든 이 제품의 희소성으로 인해, ’우리동네GS’라는 자사 편의점 앱의 가입자 수가 48.2%가 늘고 컵라면 카테고리의 매출도 40.6%가 늘었다.
너도나도 ‘품절대란’…과도한 헝거 마케팅일까
아사히 슈퍼드라이의 생맥주 캔도 상황이 비슷하다. 얼마 전엔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 맥주와 먹태깡을 나란히 놓고 인증샷을 올려 화제가 됐다. 메타의 새로운 SNS인 ‘스레드’에 먹태깡과 함께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캔을 올리고 ‘이렇게 같이 먹어’라고 써 주목받았다. 이 맥주 역시 미국계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의 오픈런 아이템으로 소문이 난 것을 시작으로 폭발적인 인기에 편의점 매대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지 꽤 됐다.
2014년 출시한 해태의 ‘허니버터칩’도 대표적인 헝거 마케팅 논란 제품이다. 해외 교포들이 국내의 지인들에게 받는 가장 귀한 선물 아이템이었는가 하면 이 제품으로 인해 모기업인 크라운제과의 주가가 한때 50% 이상 뛰기도 했다. 중고 시장이나 오픈마켓에서 2~3배에 거래되고, 인형 뽑기방에서 상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공급이 달려 시장에서의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품귀현상이 길어지자 SNS상에는 ‘과연 존재하는 과자냐’ ‘제조사가 일부러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SPC의 ‘포켓몬빵’ 품절 대란도 헝거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출시 40일 만에 1000만개가 팔린 포켓몬 빵에 얽힌 일화는 수도 없이 많다.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의 부모님이 편의점을 전전하며 그가 원하는 포켓몬 빵을 사러 다니는가 하면, 이를 보다 못해 멤버 RM이 직접 SNS를 통해 ‘더 많이 팔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어떤 편의점주는 포켓몬 빵 불매운동을 벌여 웃지 못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없으면 없다고 고객에게 욕먹고, 하루에 두 개 들여와서 (없다고) 또 욕먹느니 차라리 안 팔고 말겠다’라는 것이 불매 선언의 이유였다.
의도적 장삿속?…중요한 것은 ‘진정성’
품절 마케팅, 한정판 마케팅이라고도 불리는 헝거 마케팅은 매력적인 가격으로 한정된 수량만을 판매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잠재 고객을 더욱 감질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이다. 헝거 마케팅은 정말 의도적 장삿속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모든 브랜드는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사랑받고 선택받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늘날 비즈니스에 마케팅의 개념이 도입된 이래 체계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거침에도 신제품의 출시는 80%가 실패한다. 생산량을 조절해 감질나게 소비자를 자극하는 헝거 마케팅이 요술 방망이처럼 역할을 한다면 실패하는 제품은 많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의도된 장삿속으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다 해도 기본적으로 제품의 경쟁력이 따르지 않는 제품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지불한 돈만큼의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 제품을 절대 재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헝거 마케팅의 성립 여부는 기본적으로 제품의 경쟁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소비자는 오직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제때 구매 못 할 때 감칠맛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2011년 출시돼 하얀국물 라면으로 소문이 났었던 팔도 ‘꼬꼬면’의 사례를 보자. KBS의 ‘남자의 자격’ 라면 요리사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닭고기 국물 라면을 팔도에서 상품화한 이 제품은 출시 보름 만에 350만봉이 팔려나갔고, 출시 168일 만에 1억 개를 파는 기염을 토했다.
전체 생산라인을 다 돌려도 일부 지방에는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자 팔도는 왕뚜껑 면을 잇는 캐시카우(주요 수익원) 제품으로 꼬꼬면을 키우기 위해 신설 생산라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다. 그러나 다음 해인 2012년 1월이 되자 빨간 국물 라면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 같았던 하얀 국물 꼬꼬면은 급속히 판매 부진을 겪기 시작한다. 꼬꼬면의 유행은 사실상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이 나버린 것이다. 투자를 결정해 새로운 공장라인을 증설한 팔도는 당연히 큰 투자 실패로 치명타를 입게 된다.
스낵이나 제과·제빵류와 같은 저관여 제품의 경우 지속적인 소비자의 재구매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시장 도입 초기에 나타나는 품절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포켓몬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거의 1년 가까운 품절로 인한 라인 증설의 유혹을 버텨낸 이유는 이 현상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헝거 마케팅이라는 비난이 생긴다면 브랜드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진정성’이다. 소비자와의 소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진정성이 의심을 받는 어떠한 상황도 피해야 한다. 등을 돌린 소비자가 만드는 부정적 영향력은 어떤 소비자보다 비싼 값을 치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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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는 개인판매업자가 먹태깡 한 봉지를 1만2000~1만3500원에 팔고 있다. 여기에 배달비 4000원이 더해지면 1만6000~1만7500원이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심은 생산량을 30% 늘렸지만, 장삿속이라는 비난 속에 ‘품절 마케팅’ ‘헝거 마케팅’이라는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먹태깡’과 유사하게 헝거 마케팅 비난에 휩싸였던 브랜드는 다수 있다. 최근만 하더라도 편의점 GS25의 기획 상품인 ‘팔도 점보도시락’ 라면이 있다. 출시 3일 만에 초도물량 5만 개가 매진되는 사태를 빚고, 점포당 2개씩만 주문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GS25가 팔도 도시락 브랜드 지적재산권(IP)를 제공받아 자체 브랜드(PB)로 출시한 이 제품의 경우 처음부터 한정 출시 제품으로 시작해 비난은 없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에 웃돈 거래가 일어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존 팔도 도시락면의 8배 크기로 만든 이 제품의 희소성으로 인해, ’우리동네GS’라는 자사 편의점 앱의 가입자 수가 48.2%가 늘고 컵라면 카테고리의 매출도 40.6%가 늘었다.
너도나도 ‘품절대란’…과도한 헝거 마케팅일까
아사히 슈퍼드라이의 생맥주 캔도 상황이 비슷하다. 얼마 전엔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 맥주와 먹태깡을 나란히 놓고 인증샷을 올려 화제가 됐다. 메타의 새로운 SNS인 ‘스레드’에 먹태깡과 함께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캔을 올리고 ‘이렇게 같이 먹어’라고 써 주목받았다. 이 맥주 역시 미국계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의 오픈런 아이템으로 소문이 난 것을 시작으로 폭발적인 인기에 편의점 매대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지 꽤 됐다.
2014년 출시한 해태의 ‘허니버터칩’도 대표적인 헝거 마케팅 논란 제품이다. 해외 교포들이 국내의 지인들에게 받는 가장 귀한 선물 아이템이었는가 하면 이 제품으로 인해 모기업인 크라운제과의 주가가 한때 50% 이상 뛰기도 했다. 중고 시장이나 오픈마켓에서 2~3배에 거래되고, 인형 뽑기방에서 상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공급이 달려 시장에서의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품귀현상이 길어지자 SNS상에는 ‘과연 존재하는 과자냐’ ‘제조사가 일부러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SPC의 ‘포켓몬빵’ 품절 대란도 헝거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출시 40일 만에 1000만개가 팔린 포켓몬 빵에 얽힌 일화는 수도 없이 많다.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의 부모님이 편의점을 전전하며 그가 원하는 포켓몬 빵을 사러 다니는가 하면, 이를 보다 못해 멤버 RM이 직접 SNS를 통해 ‘더 많이 팔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어떤 편의점주는 포켓몬 빵 불매운동을 벌여 웃지 못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없으면 없다고 고객에게 욕먹고, 하루에 두 개 들여와서 (없다고) 또 욕먹느니 차라리 안 팔고 말겠다’라는 것이 불매 선언의 이유였다.
의도적 장삿속?…중요한 것은 ‘진정성’
품절 마케팅, 한정판 마케팅이라고도 불리는 헝거 마케팅은 매력적인 가격으로 한정된 수량만을 판매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잠재 고객을 더욱 감질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이다. 헝거 마케팅은 정말 의도적 장삿속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모든 브랜드는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사랑받고 선택받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늘날 비즈니스에 마케팅의 개념이 도입된 이래 체계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거침에도 신제품의 출시는 80%가 실패한다. 생산량을 조절해 감질나게 소비자를 자극하는 헝거 마케팅이 요술 방망이처럼 역할을 한다면 실패하는 제품은 많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의도된 장삿속으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다 해도 기본적으로 제품의 경쟁력이 따르지 않는 제품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지불한 돈만큼의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 제품을 절대 재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헝거 마케팅의 성립 여부는 기본적으로 제품의 경쟁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소비자는 오직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제때 구매 못 할 때 감칠맛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2011년 출시돼 하얀국물 라면으로 소문이 났었던 팔도 ‘꼬꼬면’의 사례를 보자. KBS의 ‘남자의 자격’ 라면 요리사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닭고기 국물 라면을 팔도에서 상품화한 이 제품은 출시 보름 만에 350만봉이 팔려나갔고, 출시 168일 만에 1억 개를 파는 기염을 토했다.
전체 생산라인을 다 돌려도 일부 지방에는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자 팔도는 왕뚜껑 면을 잇는 캐시카우(주요 수익원) 제품으로 꼬꼬면을 키우기 위해 신설 생산라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다. 그러나 다음 해인 2012년 1월이 되자 빨간 국물 라면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 같았던 하얀 국물 꼬꼬면은 급속히 판매 부진을 겪기 시작한다. 꼬꼬면의 유행은 사실상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이 나버린 것이다. 투자를 결정해 새로운 공장라인을 증설한 팔도는 당연히 큰 투자 실패로 치명타를 입게 된다.
스낵이나 제과·제빵류와 같은 저관여 제품의 경우 지속적인 소비자의 재구매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시장 도입 초기에 나타나는 품절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포켓몬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거의 1년 가까운 품절로 인한 라인 증설의 유혹을 버텨낸 이유는 이 현상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헝거 마케팅이라는 비난이 생긴다면 브랜드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진정성’이다. 소비자와의 소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진정성이 의심을 받는 어떠한 상황도 피해야 한다. 등을 돌린 소비자가 만드는 부정적 영향력은 어떤 소비자보다 비싼 값을 치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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