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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인수전에 대기업 참전 망설이는 이유는 [이코노Y]

현대차·포스코·CJ 등 참여여부 불투명
시너지 여부·5조원대 인수자금 부담
LX·하림·동원·SM그룹 ‘4파전’ 양상
관건은 자금 조달…PEF 출자 변수 전망

국내 최대 해운선사인 HMM 인수전에 중견기업 4곳이 뛰어든 가운데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대기업들은 아직까지 뚜렷한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최대 해운선사인 HMM(011200) 인수전이 중견그룹의 4파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현재 LX, 하림, 동원, SM그룹 등이 의향을 밝힌 가운데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현대차(005380), 포스코, CJ(001040) 등 대기업들은 말을 아끼고 있는 모양새다. 매각 예비입찰 마감까지 한달여가 남은 상황에서 5조원대 자금 조달과 재무적투자자(FI) 유치 여부 등을 두고 각 그룹은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X그룹을 비롯해 SM·하림(136480)·동원그룹 등은 최근 HMM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016360)으로부터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갔다. 이들 기업은 HMM 인수를 위한 적정 가격과 기대효과 등을 검토해 입찰 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예비입찰 기한은 오는 8월 21일까지로, 이후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거쳐 올해 안에 최종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주식 3억9879만156주(지분 38.9%)다. 여기엔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 중인 2조7000억원 규모 영구채 중 1조원 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한 물량(2억주)이 포함됐다. 시장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구주 매각 대금을 약 4조원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고려한 전체 매각 규모는 5조원대에 달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설명서를 수령한 기업 중에선 10대 대기업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규모나 시가총액, 인수 후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했을 때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와의 시너지가 기대됐다. 작년 말 기준 현대차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조8648억원에 달해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HMM의 전신이 현대상선이기에 잃어버린 범현대가의 유산을 되찾는다는 정통성 확보 명분도 있다. 

다만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운반사업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에서 HMM과의 시너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실제 현대글로비스의 지난 1분기 매출 비중은 유통판매업(49.93%), 종합물류업(34.06%)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해운업 비중은 16.01%에 그친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 역시 올해 4월 “컨테이너선은 우리의 주력 사업이 아닌 만큼 메인 사업인 자동차선이 아닌 부문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철광석 수입 및 철강제품 수출 등에서 벌크선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HMM을 비롯해 대한해운, 팬오션, 에이치라인해운, 폴라리스쉬핑 등 벌크선사와 거래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8조531억원 보유 중이다. 다만 HMM은 지난해 말 기준 보유 벌크선이 16척으로 컨테이너선(37척)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실제 포스코그룹은 지난 2021년에도 HMM 인수설이 돌았지만 공식 입장을 통해 부인한 바 있다. 

CJ그룹은 HMM 인수로 물류자회사 CJ대한통운의 운송망 확대를 노릴 수 있다. CJ대한통운이 육상 운송망을, HMM이 해상 운송망을 구축하는 형태다. 그러나 CJ그룹은 자금면에서 여력이 적은 편이다. 작년 말 기준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조213억원 수준이지만, CJ ENM(035760) 등 주력 계열사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외부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인수를 검토 중인 4개 중견기업은 모두 HMM 인수로 시너지가 기대된다. 가장 먼저 인수 의향을 밝힌 SM그룹(대한해운(005880), 대한상선, SM상선, 창명해운)과 하림그룹(팬오션(028670))은 모두 해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계열사는 모두 벌크선 사업이 중심으로, HMM 인수로 컨테이너선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다. LX그룹(LX홀딩스(383800))은 물류 계열사 LX판토스를 두고 있다. 동원그룹 역시 육상 중심의 동원로엑스, 항만 중심의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에 HMM을 더해 종합 물류 밸류체인 구축이 전망된다. 

관건은 자금 동원력이다. 이들 4개 기업이 자체 조달만으로 HMM 인수 대금 마련이 어렵다면 사모펀드(PEF)와의 컨소시엄 형태로 참전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SM그룹은 계열사 자금을 총동원해 최대 4조5000억원 규모 자금 마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림그룹은 앞서 팬오션 인수 당시에도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은 경험이 있는만큼 이번에도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 동원그룹의 경우 한국투자금융그룹과 손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은 2002년 산업과 금융을 계열 분리해 장남인 김남구 회장에게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에게 동원그룹을 쥐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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