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난 부실채권, 충당금 넘어섰다
[불안한 저축은행]①
1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 NPL 총액 5조7906억
연체율도 6년 만에 5% 돌파…금리인상 부담↑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저축은행들의 부실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저축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NPL) 규모가 위험을 대비해 쌓아놓은 충당금을 크게 상회하는 한편 연체율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 이후 저축은행의 여신건전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대비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 비중이 높은 만큼 향후 부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의 NPL 총액은 5조790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3.4%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60.6% 급증했다. NPL 총액이 5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상반기 말 이후 처음이다. NPL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뜻한다.
저축은행의 NPL 총액이 크게 늘면서 전체 여신에서 NPL이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됐다. 전체 여신 중 NPL이 차지하는 비율은 5.1%로 지난해 말 4% 대비 1.1%p 상승했다. NPL이 전체 여신에서 5%를 넘긴 것은 지난 2018년 말(5.1%) 이후 5년 만이다.
NPL 비율은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하락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말 이후 상승추세로 전환됐다. 연도별 NPL 비율은 ▲2019년 4.7% ▲2020년 4.2% ▲2021년 3.4% ▲2022년 4% 등이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NPL이 가파르게 늘면서 위험에 대비해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신용손실충당금) 규모를 뛰어넘었다. 올해 1분기 말 79개 저축은행의 부실채권(NPL) 커버리지비율은 평균 99.4%로 지난해 말 대비 14.7%p 하락했다. NPL커버리지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9년 말 이후 4년여 만이다.
NPL커버리지비율은 대손충당금전입액을 NPL로 나눈 수치다. 카드사가 차후 부실채권에 얼마만큼 대비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손실 흡수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비율이 높을수록 좋다. 즉 NPL 커버리지 비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준비해 둔 충당금보다 부실채권이 많아진 것으로 잠재적 부실에 대한 대응 여력이 현저히 저하됐다는 뜻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10대 저축은행 중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이 가장 낮았다. 상상인저축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67.4%다. 페퍼저축은행(81.3%)과 애큐온저축은행(82%), 한국투자저축은행(93.2%), 다올저축은행(98.8%) 역시 NPL 커버리지 비율이 두 자릿수 대에 머물렀다.
이밖에 ▲모아저축은행(103.2%) ▲SBI저축은행(115.1%) ▲OK저축은행(120.9%) ▲웰컴저축은행(122.9%) ▲신한저축은행(141.3%) 등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100%를 웃돌았다.
부실 확대 가능성 높아
문제는 저축은행의 부실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연체율 상승으로 저축은행의 여신건전성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이에 금융권에서도 저축은행의 신규 연체 발생이 다소 둔화됐지만 연체율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약 6년 만에 5%를 넘어섰다. 국내 저축은행들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체율은 5.1%로 지난해 말 3.4% 대비 1.8%p 상승했다. 특히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대출의 연체율이 5.07%를 기록해 같은 기간 대비 2.24%p 올랐다. 가계 역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지난해 말 대비 0.85%p 상승한 5.59%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 2021년 2.51%까지 내려갔지만 지난해 3.41% 다시금 반등한 이후 상승 추세다.
금리인상은 저축은행의 조달 비용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수신금리 역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1금융권과의 수신 경쟁이 지속되면서 저축은행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신금리는 고객이 은행에 예금 할 때 적용받는 금리를 뜻한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이 지출한 이자비용은 1조32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배 증가했다. 이자비용을 세부내역별로 살펴보면 예수부채 이자비용이 1조3237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차입부채 이자비용은 7억원이었다. 수신경쟁이 치열했던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5.53%를 기록했다.
현재 진행형인 PF 위기도 골칫거리다. 저축은행이 다른 금융권 대비 PF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탓에 위험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도 PF 부실 해소가 부동산 경기라는 거시적 요인에 좌지우지되는 만큼 저축은행의 자구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12개 주요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대비 PF비중도 225%로 다른 업권 대비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자산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3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5% 감소했다. 저축은행의 순손실 규모는 6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연체율 상승이 신규 연체 외에도 NPL 매각 지연 등과 연관된 만큼 NPL 매각 통로를 다양화하는 등의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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