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흠슬라였는데”…HMM 매각 과정서 개미들 희생되나
원매자 경쟁 치열해도 주가는 뒷걸음질
산은‧해진공 채권 전환…주가 하락 요인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HMM(011200)은 한때는 ‘흠슬라’로 불렸다. HMM은 지난 2021년 이후 코로나19 특수와 실적 회복에 따라 투자자의 관심을 받으며 주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상황이 반전됐다. 매각작업이 본격화되며 HMM을 품으려는 곳은 많아졌지만,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의 영구채 전환 이슈에 주가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HMM은 전일대비 0.78% 오른 1만79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주가 추이를 종가 기준으로 살펴보면 지난 2일 종가는 1만7840원으로, 지난달 20일 종가 2만300원과 비교해 12.1% 줄었다. 지난 20일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공개매각 절차를 개시했다고 알렸다.
2020년 2000원대를 기록하던 HMM의 주가는 2021년에는 최고 5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당시 주가 상승세는 HMM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한 덕분이었다. 코로나19로 위축했던 글로벌 교역이 늘며 물동량이 폭증했고, 이에 따라 해상운임도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주가 급등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HMM은 ‘흠슬라’라고도 불렸다. 흠슬라는 HMM과 테슬라의 합성어다. 당시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연일 치솟았던 테슬라에 빗대 투자자들이 붙인 별명이다.
이처럼 HMM 주가는 5만원을 웃돌 정도로 고공행진 했지만, 최근 1만원 후반대를 맴돌고 있다. 기업의 매각 이슈는 대부분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현재 HMM처럼 SM그룹, 동원, 하림, LX그룹, 글로벌세아 등 원매자들이 속출해 경쟁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HMM 주가 흐름이 통상적인 사례와 상반된 것은 주요 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 중인 2조6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영구채가 원인이다. 이 채권은 산은과 해진공이 전환권과 신주인수권을 행사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우선 지난달 20일 공개된 매각 구조에 따르면 해당 채권 중 약 1조원이 주식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남은 1조6800억원의 채권 또한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두 기관이 해당 채권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발행주식수가 늘어나 추후 HMM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HMM은 최근 대차거래가 가장 많았던 종목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매각이 본격화된 지난달 20일 이후 현재까지 증시에서 HMM은 대차거래가 가장 많았던 종목 5위에 올랐다. 대차거래는 사실상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해석되며, 이는 HMM에 대한 주가 하락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시장 전문가들 또한 HMM의 주가 약세를 점치고 있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HMM의 투자의견을 트레이딩 바이(Trading BUY)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는 2만1000원에서 2만원으로 하향했다.
류 연구원은 “이번 매각에 따라 불투명했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에 따른 주가 희석가능성이 가시화된 만큼 주가의 약세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컨테이너운임 반등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따라서 주가 반등의 실마리는 인수자의 최종인수 주식수, 잔여 CB‧BW의 조기 상환여부, 제3의 유력한 인수자가 나타나며 입찰가가 상승하느냐 등이 주가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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