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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조 단위 매출 올렸는데, 기부금은 ‘쥐꼬리’ ‘명품 호갱’ 한국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

[기부금으로 본 외국계 기업의 두 얼굴] ⑧
국내 명품시장 규모 세계 7위인데 기부금은 미미
스와치·프라다·펜디코리아 기부금 공개 안해

지난해 9월 잠실 롯데 에비뉴엘 에르메스 매장 앞에 오픈런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 [사진 김채영 기자]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한국인들의 ‘명품사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세계 7위를 기록했고, 1인당 소비는 세계 최대다. 아침마다 백화점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오픈런 줄만 봐도 명품에 대한 한국인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수조원의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이들 이익 대부분은 모두 해외 본사의 몫이 됐고 국내 기부금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다 명품 브랜드들은 많게는 1년에 3~4번씩 가격을 인상한다. ‘명품사랑 한국’이 ‘명품 호갱(호구+고객) 한국’으로 둔갑하는 대목이다.


에르메스·루이비통, 기부 없거나 미미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이 기업들의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들의 기부금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했는데 기부금을 줄인 기업도 있었고,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남기고도 기부금은 1억원 미만인 기업도 있었다. 지난해 영업이익 10억원이 넘는 기업 중 기부금 내역을 공개조차 하지 않은 기업도 눈에 띄었다. 

명품 ‘빅3’ 중 에르메스코리아·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2조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기부금은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비통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가 지난해 배당한 금액은 각각 2252억원, 750억원이다. 기부금은 에르메스코리아가 5억6000만원에 그쳤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명품 빅3 중 가장 매출이 높았지만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이 1조6922억원으로 15.2% 상승, 영업이익은 4177억원으로 38.3% 증가했다. 순이익은 3800억원으로 68.9%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의 20.5% 대비 4.1%포인트(p) 오른 24.6%에 달했다. 

다른 브랜드들도 실적에 비해 기부금 액수가 적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이 운영하는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디올)는 지난해 매출액이 1조원에 근접한 9305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51.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237억51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디올의 기부금은영업이익의 0.01%에 해당하는 1억6200만원에 그쳤다. 버버리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영업이익 244억8400만원을 기록했으나 기부금은0.05%의 비율에 해당하는 1200만원이었다. 스와치그룹코리아는 지난해 산하 브랜드 오메가와 스와치의 협업으로 탄생한 ‘문스와치’ 등 신제품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 매출 3734억원, 영업이익은 522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부금 액수는 공개된 바가 없다. 스와치그룹코리아는 브레게와 블랑팡, 오메가, 해밀턴, 론진, 라도, 스와치 등의 제품을 국내에 수입·판매하고 있다. 프라다코리아도 지난해 국내 매출이 전년보다 55.2% 늘어난 4213억원, 영업이익은 306억300만원을 기록했지만, 기부금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펜디코리아 역시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 1516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을 기록했으나 기부금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슬리코리아는 지난해 126억58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시슬리는 1998년 한국에 자회사 시슬리코리아를 설립한 이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꽤 오랜 기간 프랑스 다음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나라가 한국일 정도다. 지금은 중국과 다른 유럽 국가에 밀려 5위지만, 한국에서의 매출은 상승세를 그려왔다고 전해진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 운영사 한국로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로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27억6100만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3.8%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부금은 4억원으로 2021년(12억3800만원)보다 무려 67.7%가 줄었다. 


가격 인상에도 오픈런…“사회공헌 필요성 못 느낄 수도”


명품 브랜드의 실적 향상 배경으로는 가격 인상이 꼽힌다. 샤넬은 지난해 국내에서 4차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지난 2월에도 주요 제품 가격을6%가량 인상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2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수 차례의 가격 인상에도 한국인들의 명품사랑은 여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들의 사회공헌은 소극적인 편이다.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3495억5900만달러(약 460조원)를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2만원)로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매년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명품 브랜드가 사회공헌 활동에는 힘쓰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명품의 가격 인상은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이 명품을 계속 찾는 한 공급자는 비용이 들어가는 사회공헌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명품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명품 브랜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벌어들인 것만큼 소비자에게 다시 돌려주기도 하면서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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