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큼지막한 ‘화장품 파우치 가방’”...화장품 브랜드숍 ‘바비펫’ [망했어요]
2009년, 데레온코스메틱 론칭 '국내 뷰티 브랜드'
10·20사이서 파우치 가방과 아이셰도우 등 인기
반짝인기에...시장 포화·경쟁적 할인에 매출까지 ‘뚝’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여성들의 매력 넘치는 모습을 일러스트로 넣은 화장품 파우치 가방.’ 이를 떠올리면 누군가는 ‘아하’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추억 속 아이템’이라 외칠 것이다. 2000년대 초중반, 10·20세대들 사이에서 누구나 한 개쯤 가진 ‘핫템’ 파우치 가방으로 유명세를 탔던 화장품 브랜드숍 ‘바비펫’이 있었다. 이 파우치를 들고 다니지 않고는 ‘인싸(인사이더의 요즘 말)’가 되기 힘들 정도였다.
‘바비펫’은 2009년 데레온코스메틱이 론칭한 국내 뷰티 브랜드다. 서울 명동에 첫 매장을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에게 귀여움, 자유스러움, 그리고 재미를 줄 수 있는 ‘보태니컬 & E.G.F 프로젝트’를 목표로, 겉으로 보는 아름다움이 아닌 신체 내·외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제안하기 위해 자연 성분을 중심으로 한 화장품에 무게 중심을 두며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단순한 메이크업 브랜드가 아닌 과학적인 기술에 친환경적인 원료를 사용해 ‘즐거운 경험’을 선물하는 브랜드로 만들어 나간다는 게 회사 측의 대표 슬로건이었다. 여기에 세계적 톱모델을 기용해 해외에서 동시 출점하는 등 기존의 브랜드숍과 차별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여기에 인터넷에서 이른바 '티벳궁녀'로 유명세를 탔던 단역배우 최나경 씨와 가수 FT아일랜드를 모델로 발탁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무엇보다 바비펫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화장품 파우치 가방과 아이섀도 등 특이한 제품들 덕분이었다. 바비펫은 다양한 화장품을 담을 수 있는 큼지막한 화장품 파우치 가방 외에도 젤 아이라이너, 듀얼 아이섀도로 ‘코덕(코스메틱과 덕후의 합성어)’들에게 유명세를 탔다.
‘싸게 더 싸게’ 시장 포화에 판매 마진까지 ‘뚝’
하지만 브랜드숍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치열한 ‘가격 할인 경쟁’이 바비펫에겐 치명타가 됐다. 당시 뷰티 시장은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일에 나서기 시작하던 때이다. 자영업자가 다양한 화장품 기업의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놓고 팔던 종합화장품전문점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고 브랜드숍이 생겨나기 시작하며 그야말로 시장 포화 상태였다.
여기에 경쟁적으로 세일에 나서면서 가격 신뢰도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숍들은 대부분 밀집된 경우가 많아 특정 브랜드숍에서 세일을 하게 되면 세일을 하지 않는 다른 브랜드숍들은 당장 영업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브랜드숍 화장품의 경우 중저가가 대부분이다 보니 고가의 화장품 브랜드보다 고객들의 신뢰 확보가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일까지 해버리면 ‘저렇게 싸게 팔아도 남을 정도면 대체 원가는 얼마냐’는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비펫의 경우 론칭 직후부터 31% 세일에 들어가 세일을 지속했다.
‘바비펫’은 결국 직원들 월급이 밀리는 등 자금 사정 악화로 브랜드 폐업 상태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아직 일부 제품들은 온라인서 판매되고 있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 브랜드숍의 핵심적인 특징은 전략적 중요성”이라며 “이성보다는 감성이 중시되며 소비자와의 관계 지향적인 방향으로 시장이 형성돼 소비자와 가장 직접적인 접촉점이 되는 선에서 화장품 구매 이상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브랜드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처음에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며 “그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결국 소비자 욕구에 얼마나 발 빠르게 부응하느냐에 따라 대부분 승패가 갈린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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