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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 회장 용퇴…CEO 거취에 강해지는 당국 입김

윤 회장, 9년 임기 끝으로 퇴진 결정
"지속 성장 이끌 분, 후임 회장 선임되길 바란다"
금감원장 발언 나온 후 연임 앞뒀던 지주 회장 3명…용퇴 표명

지난달 7월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 주재하는 윤종규 회장 [사진 KB금융]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9년 임기를 끝으로 퇴진한다. 차기 회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한층 강화된 금융당국 입김을 체감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장이 임기 만료를 앞둔 수장들의 거취 관련 발언을 하면 각 지주 회장들이 교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회장 용퇴 결심, 차기 회장에 ‘부회장 3인’ 떠올라 

7일 금융권과 KB금융(105560)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서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윤 회장은 오는 11월 20일까지 임기를 채운 뒤 KB금융을 떠난다.

윤 회장은 회추위원들에게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의 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며 “KB금융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금융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후임 회장에 선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업계의 관심은 차기 회장에게로 쏠리게 됐다. 회추위는 지난 달 20일 차기 최고 경영자(CEO)를 선정하는 경영승계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달 8일에는 롱리스트를 대상으로 숏리스트(1차) 6명을 확정하고, 29일에는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 및 심사를 거쳐 숏리스트(2차)를 3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허인, 이동철, 양종희 KB금융 부회장 [사진 KB금융]
업계에서는 허인, 양종희, 이동철 부회장 3인이 차기 회장에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허 부회장은 글로벌 및 보험부문을, 양 부회장은 개인고객·자산관리(WM) 및 연금·중소상공인(SME)부문을, 이 부회장은 디지털·IT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3인 모두 KB금융의 주력 사업을 맡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 중 허 부회장은 지주에서 가장 큰 계열사인 은행의 CEO를 역임한 바 있어 다른 후보보다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부회장은 2017년 말 당시 윤 회장이 겸임해오던 KB국민은행장 후임으로 발탁된 바 있다. 이후 지주 부회장에도 오르며 윤 회장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와 차기 회장에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인 박정림 KB증권 대표, 이재근 KB국민은행장,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등도 롱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서치펌 등 전문기관 추천을 받은 외부 후보들도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숏리스트가 나오기 전까지는 차기 회장 인선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복현 “KB, 선도적 선례 만들어달라” 발언 내놓기도

윤 회장의 용퇴 결정으로 최근 1년 동안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총 3명이 자리를 물려주게 됐다. 해당 지주 회장들 모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임과 관련해 의견을 내놓은 후 용퇴를 결정하는 공통점이 있다.

윤 회장의 경우 올해 만 68세로 KB금융 회장 나이 제한(만 70세)에 걸리지 않는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이유로 윤 회장이 하나금융의 김정태 전 회장처럼 4연임 도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지난 6월 29일 이 금감원장은 “KB금융 회장 절차가 금융업계의 모범사례가 됐으면 한다”며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도 공평한 기회제공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7월 17일에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있었던 지배구조 이슈 후 KB가 첫 이벤트(회장 선임절차)를 맞는 만큼 선진적인, 선도적인 선례를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회사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이번 윤 회장의 용퇴와 관련해 이 원장의 발언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에는 3연임이 유력하다는 업계 예상을 깨고 조용병 당시 신한지주(055550) 회장이 용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음달 손태승 당시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두 지주 회장 모두 임기 내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손 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으로 당국 수장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고, 이런 점들이 회장들의 용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도 KB금융 이사회가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를 결정하기 전부터 감독당국 수장이 입장을 재차 내놓자 부담이 커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사모펀드 사태의 최종 책임자와 관련해 처음부터 CEO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특히 지주 회장이 오랜 기간 임기를 이어가면 지배구조 개선이 어렵다고 봤고, 관치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부담이 되는 발언을 내놓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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